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한 번 죽고서



눈을 깜빡인다고 하지. 살짝 감고서 살짝 뜨는 눈짓일 텐데, 이 눈짓에 따라서, 살짝 죽고서 살짝 살아나. 밤잠이건 낮잠이건 몸에서 힘을 놓고서 눈감을 적에는 깊거나 얕게 죽고서 새삼스레 살아나. 모든 사람은 눈깜짝을 하는 사이에 늘 새로 죽고서 새로 살아. 그러니 모든 때를 사랑하지. ‘눈깜짝새’가 바로 ‘죽살이’인 셈이니, 밭은 틈이건 긴긴 해이건 나란해. 밭은 틈부터 한결같이 돌보는 눈짓이기에, 긴긴 해를 돌아보는 눈빛을 편단다. 자, 그러면 조금 알아차리려나? 하루에도 끝없이 죽살이를 잇는다면, 몸을 이루는 낱(세포)은 어떨까? 모든 낱(세포)도 늘 새로죽고 새로살며 한몸을 잇겠지? 나이를 먹어가기에 몸이 낡거나 지치지 않아. 죽살이를 이으면서 돌고도는 나날을 찬찬히 보려는 눈을 뜨지 않기에 낡거나 지치면서 죽어. 그래서 누구는 열 살이나 열다섯 살에도 이미 낡고 지쳐서 죽어가는 몸이야. 그러니 누구는 고작 마흔이나 일흔밖에 안 된 ‘앳된’ 나이에 골골거리면서 쓰러지려고 한단다. ‘나이’를 보려면 ‘낳이’를 봐야지. 날마다 죽으면서 무슨 씨앗을 남기는지 생각하고, 날마다 살아나면서 어떤 씨앗을 낳는지 생각하렴. 눈감고 눈뜨는 모든 사이에도 남기고 낳아.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모든 사이에도 남기고 낳는걸. 숲을 이루는 나무더러 ‘늙’거나 ‘낡’았다고 여기지 않아. 그저 푸르게 잎을 내고 곱게 꽃을 내면서 새로 씨를 내고 기쁘게 열매를 내. 풀도 이와 같아. 벌나비와 벌레도 이와 같지. 짐승과 새와 물고기도 모두 같아. 모두들 늘 죽고살면서 새롭게 어울리고 지내는 오늘 이곳이야. 기쁘게 눈감기에 반갑게 눈뜬단다. 2026.10.6.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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