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후순위
없애야 할 벌레나 나무가 없어. 없애야 할 말이나 책이 없어. 없애야 할 나라나 흉허물이 없어. 그러나 문득 사라지거나 자취를 감추거나 더는 없는 때가 있어. 누가 막 없애려고 애쓴들 없어지지 않지만, ‘없애’려는 ‘뜻’을 훅 지우거나 털거나 풀면서 너·나·우리가 스스로 하늘빛인 마음일 적에는 “없어진 줄도 모르는 채 이미 없는” 온갖 일과 말과 모습에다가 사람과 나무와 풀까지 있지. 네(내)가 안 치워도(청소) 된다는 소리가 아니야 비질·걸레질·행주질에 설거지·빨래를 해야지. 너(나)는 몸을 입고서 이곳에서 살아가잖아. 스스로 삶자리를 알맞게 돌아보면서 손과 몸을 쓰기에, 네 삶자리를 네가 가꾼단다. 네가 네 삶자리를 가꾸기에, 네가 있는 이곳과 이때가 빛나. ‘바라는 바’하고 ‘안 바라는 바’를 그릴 적에 ‘생각’을 해야 해. 바란다고 하면 ‘바라보’면서 ‘받아들’여 ‘배울’ 노릇이야. 바란다면서 붙들거나 붙잡으면 깨져. 바라는데 바라보지 않으면 사라지지. 헛것이야. ㅂ라는데 안 배우면 엉뚱하게 흐르거나 엉망으로 뒹군단다. 안 바랄 적에는 어떨까? 안 바라기에 미워하거나 싫어하거나 나쁘게 여기거나 손가락질하느라, 그만 ‘안 바라는 바’를 들쑤시면서 키우지. 안 바라기에 가만히 녹이고 풀고 놓으렴. 안 바라기에 떠나보내고 흘려보내렴. 안 바라기에, 네 마음 가득 ‘바라는 바’를 그려넣고서 온하루를 꿈으로 노래하렴. 왜 안 사라지겠니? 미워하는걸. 왜 안 끝날까? 네가 나쁘게 보고 여기고 불타오르는걸. 앞(선순위)이나 뒤(후순위)가 아니야. 먼저 하거나 나중 하지 않는단다. 바라고 안 바라는 바는 늘 함께 그려서 움직이는 길이야. 바라보는 눈을 틔우고, 받아들이는 품을 열고, 배우면 새롭게 익히면서 오늘 이곳에 있어야지. 2026.9.15.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