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 혼란을 끌어안는 쓰기에 대하여
정세랑 지음 / 마음산책 / 2026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6.10.20.

다듬읽기 297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정세랑

 마음산책

 2026.6.25.



  읽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보는 글꾼이나 펴냄터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눈여겨보는 글꾼이나 펴냄터가 내놓은 글이나 책만 읽지 않습니다. 여태 모르던 숱한 글꾼과 펴냄터가 내놓는 모든 책을 돌아봅니다. 그저 이웃을 마주하면서 배우고, 이웃이 남긴 글과 책을 고맙게 품으면서, 스스로 새롭게 가다듬어 익히는 길을 가려는 뜻입니다.


  함께 나아가는 길입니다. 혼자 가지 않습니다. 비는 혼자 내리지 않고, 비를 혼자 맞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디디는 발걸음은 나를 비롯한 모든 곳에 퍼집니다. 우리가 나무 한 그루를 심거나 풀씨 한 톨을 심든,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거나 집을 허물든, 이 모든 짓은 둘레에 퍼집니다.


  서로 눈을 마주하면서 삶을 새롭게 알아가는 길입니다. 아이곁에서 모든 어른과 어버이가 철들고 눈밝게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면,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면서 보금자리에서 살림을 짓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쁘게 서는 하루를 일굴 테지요. 낳든 낳지 않든 안 대수롭습니다. 우리가 안 낳아도 둘레에는 아이가 많고, 우리가 낳아도 둘레에는 똑같이 아이가 많아요. 우리가 갓 태어나 오늘에 이르도록 자라기까지 “낳은 우리 어버이” 손길만 타지 않습니다. 둘레 모든 어른뿐 아니라 또래나 언니동생 손길을 타면서 이 삶을 이룹니다.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를 읽었습니다. 안타깝지만, 너무 글멋을 부리는 책이라서 좀 쭉정이 같습니다. 아니, 그냥그냥 치레로 가득한 나머지 “나눌 마음”이나 “함께할 눈빛”이나 “주고받을 손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글을 왜 쓸까요? 멋지게 보이려고 쓰나요? 우리는 말을 왜 할까요? 들어주는 숱한 바라기(팬)가 있기 때문인가요?


  이 가을에도, 가을 다음에 찾아들 새철에도, 한 걸음 두 걸음 느긋이 나아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스스로 배우고 가다듬고 익히고 새롭게 펴는 사랑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언제나 먼저 집에서 살림하는 손끝일 노릇입니다. 살림손길일 적에 글을 빛내는 손끝으로 피어납니다. 살림과 등진 채 글붓만 쥔다면 아무래도 겉멋과 겉치레로 사로잡힙니다.


  글쓰기는 대단하지 않습니다. 책쓰기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하나씩 가다듬고 바꾸는 말길을 새롭게 틀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누구나 쓰고 읽을 노릇입니다. 누구나 온마음에 사랑을 담은 ‘알찬’ 글과 책으로 마주할 노릇입니다. 삶을 적고, 살림을 담고, 사랑을 얹으면서, 사람이라는 사이를 새롭게 들려주는 말이면 아름답습니다. 왜 삶이 없는 쭉정이가 판칠까요? 손수 살림을 안 하니 할 말이나 쓸 글이 없습니다. 몸소 아이곁에 안 서느라 나눌 말이나 쓸 글이 없어요.


  우리는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로 자라는 사이에 철을 들입니다. 철을 안 들이면 쭉정이만 있는, 허우대만 멀쩡한 늙은이가 됩니다. 철을 들이는 틈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열 해나 스무 해나 서른 해나 쉰 해나 일흔 해가 걸릴 수 있습니다. 누구는 아흔 해로도 모자라기에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 거듭 태어난 뒤에라야 철들 수 있습니다.


  철드는 사람이라면 아가씨 아줌마 할머니이건, 머스마 아저씨 할아버지이건, 스스로 모든 이름에 걸맞게 가다듬고 익히고 살리는 말글을 꽃피웁니다. 이제 껍데기는 땅에 내려놓고서 흙으로 돌아가라고 맡길 노릇입니다. 애벌레가 허물을 끝없이 벗다가 날개돋이를 하듯, 모든 겉껍데기를 걷어내고 치울 때라야 비로소 “읽고 쓰고 가꾸고 나누는 작은사람”으로 이곳에 설 만합니다.


ㅍㄹㄴ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정세랑, 마음산책, 2026)


책으로 정리해 볼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는데 갑자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책으로 추스를 엄두는 아예 하지 못 했는데 갑자기 할 수 있을 듯하다

→ 책으로 추스를 뜻은 아예 없었는데 갑자기 할 수 있을 듯하다

6쪽


창작자에게 다른 창작자만큼 흥미로운 존재는 또 없는 듯하다

→ 짓는이한테는 다른 짓는이가 눈에 띈다

→ 지음이는 다른 지음이한테 마음이 간다

7쪽


글을 쓰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면, 시작을 막고 있는 것은 대개 창작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고정관념들이었다

→ 글을 쓰고 싶지만 망설이는 분을 만나보면, 맞지도 않는 틀에 갇히느라 글을 못 쓰곤 한다

→ 글을 쓰고 싶지만 망설이는 분을 만나보면, 틀린 늪에 막혀서 글을 못 쓰기 일쑤이다

13쪽


문학계에 관련 전공을 택하지 않은 작가들이 무수히 등장해 새로운 도구와 재료로 글을 쓰는 중이다

→ 글밭에 글길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숱하게 나오며 새롭게 글을 쓴다

→ 글밭에서 배우지 않고서 글을 새롭게 쓰는 분이 숱하게 나온다

16쪽


소득 편차가 워낙 큰 탓에 양육자 분들이 안정적인 다른 직업을 권하시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 틈이 워낙 큰 탓에 어버이한테는 꾸준히 벌 다른 일을 얘기할 만하다

→ 사이가 워낙 큰 탓에 아이가 있으면 벌이가 꾸준한 일을 여쭐 만하다

→ 벌이가 워낙 다른 탓에 아이를 돌보면 꾸준벌이를 하시라 할 만하다

17쪽


글은 써지지 않는 게 기본 상태인 것 같다

→ 글은 그냥 못 쓰는 듯하다

→ 글은 그저 안 나오는 듯하다

→ 글은 워낙 쓰기 어려운 듯싶다

→ 글은 으레 못 쓰게 마련 같다

19쪽


물론 겸업에는 체력 안배가 필수다

→ 같이하려면 힘을 고루 써야 한다

→ 함께하려면 몸을 가다듬어야 한다

→ 다함께 하려면 잘 나눠야 한다

→ 모둠일은 몸을 잘 돌봐야 한다

20


분위기가 제일 활기차면서도 친밀했으니 공간 규모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할 것이다

→ 자리가 가장 북적이면서도 도란도란하니 어느 만큼 커야 한다

→ 흐름이 가장 산뜻하면서도 사근사근하니 어느 만큼 넓어야 한다

→ 둘레가 가장 빛나면서도 살가우니 제법 널찍해야 한다

22쪽


매 순간 즐겁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 늘 즐겁다고 외칠 뜻은 아니다

→ 노상 즐겁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 내내 즐겁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27쪽


글쓰기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고도 한다

→ 글쓰기는 마음이 어두울 적에 스스로 다스리는 길이기도 하다

→ 글을 쓰면서 나쁜빛을 잘 추스를 수도 있다

→ 글을 쓰며 시커먼 곳을 잘 삭일 수도 있다

31쪽


느리게 세상을 소화하는 일에 가깝고 요약할 수 없음에 방점을 둔다

→ 둘레를 느리게 삭이는 일에 가깝고 간추릴 수 없기도 하다

→ 삶을 느리게 받아들이는 일이고 가려뽑을 수 없다

39쪽


위에서 열거한 창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특징들 또한 한 사람의 관찰에 불과하니, 통하는 구석이 있으면 잠시 들여다보시고 아니어도 고심하실 필요는 전혀 없다

→ 글을 쓰려는 사람들 모습을 몇 가지 들었으나 내가 본 눈일 뿐이니, 닿는 구석이 있으면 살짝 들여다보시고 아니어도 걱정할 일은 아예 없다

→ 글을 쓰려는 사람을 이렇게 들었지만 내가 본 대로일 뿐이니, 와닿는 구석이 있으면 슬쩍 들여다보시고 아니어도 근심할 일은 조금도 없다

41쪽


그다음으로 배웠던 것은 캘리그래피였다

→ 그다음으로 손글씨를 배웠다

→ 그다음으로 꽃글씨를 배웠다

43쪽


줄기차게 쓰다 보면 어느새 습작이었던 글들이 엉성함을 벗어나 투고할 만한 수준에 이를 것이다

→ 줄기차게 쓰다 보면 어느새 풋글에 가닥이 잡히며 내보낼 만큼 거듭난다

→ 줄기차게 쓰다 보면 어느새 밑글에 틀이 서면서 내보일 만큼 바뀐다

51쪽


자세히 살피면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은 후, 자신의 성향을 이르게 분별하는 일이 보기보다 중대하지 않을까 고민해왔다

→ 가만히 보면 엇갈리기도 하는 줄 깨닫고서, 내 길부터 가려야겠다고 여겼다

→ 잘 보면 아주 다른 줄 깨닫고서, 내 빛살을 일찌감치 찾아야겠다고 보았다

→ 살펴보면 거꾸로이기도 한 줄 깨닫고서, 내 바탕부터 알아봐야지 싶었다

54쪽


사람들이 곧바로 이입할 만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이 있고, 이해받지 못할지라도 이질적인 이야기를 과감하게 쓰는 작가들이 있다

→ 사람들이 곧바로 빠져들 만한 이야기를 쓰는 분이 있고, 알아보지 못할지라도 다른 이야기를 당차게 쓰는 분이 있다 

→ 사람들이 곧바로 잠길 만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있고, 받아들이지 못할지라도 새 이야기를 두말없이 쓰는 분이 있다

61쪽


혹평에 상처를 받아 다음 글을 쉬이 못 쓰는 이들도 생기는데

→ 꾸중에 괴로워서 다음 글을 쉬이 못 쓰기도 하는데

→ 나무라면 다쳐서 다음 글을 쉬이 못 쓰는 이도 있는데

69쪽


쓰기에 대한 책인데 잇따라 읽기에 대해 말하게 된다

→ 쓰기책인데 잇따라 읽기를 말한다

→ 쓰기를 말할 책인데 잇따라 읽기를 말한다

79쪽


전작주의자가 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 다 읽어 볼 만도 하다

→ 통읽기도 해볼 만하다

→ 온읽기도 고를 만하다

82쪽


집요하고 강박적인 성격이라면 특히 전작주의자로서 전도유망하다

→ 검질기고 바득바득한다면 누구보다 모두읽기로 앞길이 밝다

→ 사리물고 무릅쓴다면 더더구나 온책읽기 꿈나무이다

→ 날카로우며 매달린다면 참말로 통째읽기로 반짝일 만하다

83쪽


우리가 여상히 여기지만 실질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영역들에서도 주제를 찾을 수 있다

→ 우리가 대수롭잖게 여기지만 막상 크게 물결치는 곳에서도 글감을 찾을 수 있다

→ 우리가 가볍게 여기지만 정작 엄청나게 바뀌는 데에서도 얘깃감을 찾을 수 있다

→ 우리가 하찮게 여기지만 바로 확확 거듭나는 자리에서도 밑감을 찾을 수 있다

90쪽


겹침의 이쪽에도 서보고 저쪽에도 서보다 보니 창작 분야에서 표절 시비가 불거지면 신중해진다

→ 이쪽에도 저쪽에도 겹쳐서 서 보니 글밭에서 짝퉁이 도마에 오르면 가만히 본다

→ 이쪽과 저쪽에 겹쳐서 서니 글마당에서 베껴쓰기가 말밥에 오르면 지그시 본다

→ 이쪽저쪽 겹쳐서 서 보니 글누리에서 훔침글이 말썽에 오르면 곰곰이 본다

101쪽


큰 수정들을 끝낸 후에는 단순하고 명쾌한 방법을 택하기를 권하고 싶다

→ 크게 고친 뒤에는 가볍고 또렷하게 쓰라고 말하고 싶다

→ 크게 손보고 나서 단출하고 똑똑히 가라고 여쭙고 싶다

→ 크게 다듬고서 깔끔하게 해보라 말씀하고 싶다

122쪽


절제적이고, 짧고, 서로 연결될 때만 의미가 생기는 문장들을 골라 쓰는 게 원치 않는 상황에 빠지지 않을 방책일지도 모르겠다

→ 다독이고 짧고 서로 이을 때만 뜻이 있는 글을 쓰면, 뜻하지 않는 흐름에 빠지지 않을 길일지 모른다

→ 멈추고 짧고 서로 맺을 때만 뜻이 있는 글을 고르면, 뜬금없는 물살에 빠지지 않을는지 모른다

→ 가다듬고 짧고 서로 얽힐 때만 뜻이 있는 글을 쓰면, 난데없는 길에 빠지지 않을는지 모른다

169쪽


단 한 번도 화내지 않는 보살 같은 사람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 아예 부아내지 않는 빛지기 같은 사람이 되라는 뜻은 아니다

→ 아주 골내지 않는 빛님 같은 사람이 되라는 소리는 아니다

179쪽


지난 10여 년, 죽은 가족이 나오는 꿈을 통해 애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드는지 알 수 있었다

→ 지난 열 해 즈음, 죽은집이 나오는 꿈에서 눈물을 얼마나 오래 쏟는지 알 수 있었다

→ 지난 열 해 남짓, 죽은집안이 나오는 꿈으로 얼마나 오래 눈물꽃인지 알 수 있었다

195쪽


바깥의 온갖 현란함이 진정 하고 싶은 일들로부터 사람들을 멀어지게 만들지는 않는지 경계하고 있다

→ 바깥이 온갖 빛깔인 탓에 참으로 하고 싶은 일과 멀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 바깥이 온통 번쩍이느라 참말 하고 싶은 일하고 멀지는 않은지 살펴본다

20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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