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0.18. 신숙옥 호루몽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가리켜 ‘재일조선인·자이니치·재일동포’처럼 가리키기도 하지만, ‘일본한겨레’나 ‘일본이웃’처럼 수수하게 말할 만합니다. 무엇보다도 ‘이웃’이라는 낱말 하나로 모두 담아낼 만합니다. 아직 서울에서 일하며 살던 무렵 《재일조선인의 가슴 속》이라는 책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무렵 이 책을 눈여겨보는 이웃이 무척 드물었지만, 혼자 이 책을 틈나는 대로 장만해서 여러 이웃이며 동생과 또래와 언니한테 건넸습니다. 그런데 그무렵 이 책을 받은 분들은 으레 “야, 우리 일로도 벅찬데 옆나라 일까지 알아야 하니?” 하고 대꾸했습니다.
‘우리’하고 ‘옆’하고 ‘이웃’이라는 낱말을 곰곰이 보면, 모두 “같은 사람”과 “같은 자리”입니다. 사람도 자리도 같지만, 스스로 틈을 낼 적에는 ‘우리·이웃·곁·동무’라는 이름으로 가리키되, 스스로 틈을 안 내면서 담을 둘러치면 ‘남·놈·밖·멀다’라는 이름으로 등집니다.
지난 2003해 뒤로 《자이니치在日, 당신은 어느 쪽이냐는 물음에 대하여》 같은 책이 나왔지만, 썩 읽히지는 않은 듯합니다. 다만, 이 책을 펴낸 곳이 있으니 반갑고, 이 책을 사읽은 분이 틀림없이 있을 테니 고맙습니다. 게다가 2026해 늦가을에 〈호루몽〉이라는 그림꽃을 내건다고 하는군요. 문득 놀라면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남·놈·밖·멀다’가 아니라, ‘우리·이웃·곁·동무’라는 이름으로 나란히 서서 마주하려는 분이 있군요. 물밑에서든 물밖에서든 땀흘리고 마음쓰면서 손잡고서 함께하려는 뜻이 있습니다.
제가 나고자란 인천은 예나 이제나 ‘마을·골목’을 썩 반기지 않는 듯합니다. 인천시장·인천의원 가운데 작은마을과 작은골목을 사랑하면서 깃드는 분을 본 바가 없습니다. 나라지기뿐 아니라 고을지기(지자체장)라면 작은마을 작은집에서 작은이웃과 어울리면서 작은길을 펼 줄 알 노릇입니다. 낛(세금)을 많이 거둬들여서 돈(예산)을 많이 써야 발돋움하는 나라나 고을이나 마을이지 않습니다. 함께하는 마음으로 함께사는 숨결을 펴는 살림일 적에 서로서로 즐거우면서 오붓합니다.
제가 오늘 지내는 전남 고흥은 예나 이제나 ‘어린이·젊은이 내쫓기’에 지나치게 힘쓰는 듯합니다. 올해로 열여섯 해째 시골내기(고흥내기)로 살아갑니다만, 고흥군청과 고흥교육지원청은 ‘고흥어린이가 고흥사랑을 익히면서 앞으로 고흥에서 두고두고 살아갈 배움살림’을 여태 편 바가 없다고 느낍니다. ‘고흥밖’으로 떠나는 어린이와 젊은이한테는 목돈을 쥐어쥐지만, ‘고흥내기’로 뿌리내리려는 어린이와 젊은이는 그저 빈손일 뿐 아니라, “넌 왜 아직 이 막장에 눌러앉니?” 같은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온나라에서 ‘사라질곳(소멸예정지)’은 하나같이 어린이를 서울로 내쫓고, 젊은이를 서울로 떠밉니다. 지난날에는 사슬꾼(독재자)이 일으킨 ‘새마을바람’ 탓에 시골을 등지면서 서울로 떠났다면, 이제는 새마을바람이 없어도 일자리와 배움자리와 꿈자리를 찾아서 서울로 떠납니다. 시골이라는 터전에서 흙살림을 하는 일을 비롯해서, 흙살림이 아닌 푸른살림과 새살림과 노래살림을 짓도록 마음을 기울이는 큰일꾼(군수·의원·교육장)은 아예 없다시피 해요. 그나마 작은일꾼(일반공무원) 가운데에는 이 작은곳을 사랑하려는 마음을 조금씩 가꾸는 분이 있습니다.
작은시골 고흥에서 〈호루몽〉을 언제 볼 수 있을는 지 모릅니다. 머잖아 ‘네이버영화’ 같은 데에서 영화파일을 선보여 준다면 고맙게 볼 수 있습니다. 그날을 기다립니다. 푸른별 곳곳에서 작은이슬을 빚으면서 작은노래를 부르는 작은이웃이 들려주는 작은이야기가 고르게 퍼지면서 작은숲을 이루는 앞날을 그립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