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쉬니까 신나게
바람은 일면서 힘들다고 여기지 않아. 바다는 일면서 지치거나 괴롭지 않아. 풀꽃나무도 벌레도 새도 짐승도 ‘일’을 할 적에는 안 힘들고 안 지치고 안 괴로워. 사람도 일을 하는 동안에는 그저 즐겁고 홀가분하고 신나지. 그런데 ‘일’이 고되거나 힘겹거나 지치거나 괴롭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잔뜩 있어. 곰곰이 보면, ‘일’이 아닌 ‘심부름’을 하기에 힘겹고 지치고 괴롭기에 쓰러지거나 무너질 판이야. ‘심부름’은 남이 시키고 부르면서 하는 몸짓이야. 짐을 맡으라 하기에 맡고, 짐을 나르거나 추스르라 하기에 나르거나 추스르지. 시키는 짐이기에 시키는 무게나 부피나 품에 따라서 돈을 내어준단다. 시키는 쪽에서 돈벌이가 잘되면, 심부름꾼이 되는 너한테 목돈을 쥐어주기도 하지. 심부름으로 맡기거나 시키는 짐이라서, 따로 쉼날(휴일)을 둬. 하루 내내 시키면 틀림없이 지치고 나가떨어질 테니, 심부름은 갈수록 적게 시켜. 이른바 ‘주6일 노동’에 ‘주5일 노동’에 ‘주4일 노동’처럼 줄여. 잘 새겨야 하는데, ‘일’이 아니기에, 이레에 나흘·닷새만 하면 되고, 하루 한나절(4시간)이나 두나절(8시간)만 맡겨. 이와 달리 ‘일’은 그냥 ‘온하루(24시간)’를 돌아가는 몸짓이야. 바람과 바다는 늘 일거든. 더구나 한 해를 통틀어서 언제나 일어. 네 가슴도 머리도 핏줄도 뼈도 살도 언제나 내내 일어나고 흐른단다. ‘일’은, 몸을 입고서 숨을 얻어서 살아가는 동안 한결같이 일으키며 즐거운 몸짓을 가리켜. 따로 쉴 까닭이 없기에 ‘일’이고, 이와 같은 일은 스스로 살리는 길이라서 ‘살림’이라고도 해. 그러니까 제대로 보렴. ‘집일·집살림’은 언제나 있고 늘 하고 내내 이어. 하루뿐 아니라 한때조차 끊지 않기에 일이자 살림이야. 일꾼은 일하는 사이에 기쁘게 쉰단다(숨쉬기). 살림꾼은 살림하는 내내 신나게 쉬지(숨쉬기). 2026.10.2.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