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누가 하든지



누가 하든지 놀랍지 않아. 누가 하든지 대수롭지 않아. 누가 하든지 너무 따질 일이 없어. ‘누구’인지 안 봐야 한다는 뜻이 아니야. ‘누구’라는 얼굴이며 이름값을 자꾸 쳐다보느라 ‘할일’을 잊기 일쑤이거든. 무슨 나무를 심을는지 차분히 살필 일이되, 무슨 나무이든 너희 집을 아우르면서 푸르게 살리는 바탕인 줄 헤아려야지. 무슨 새가 찾아오는지 눈여겨볼 일이되, 무슨 새이든 너희 집에 노래를 베푸는 숨결을 누리면 돼. 누가 너를 도울까? 늘 너 스스로 너를 돕게 마련인데, 스스로 나를 돕는 길에 누가 이웃하고 동무하는지 바라보렴. 꼭 이 사람이 이웃이어야 하지 않고, 꼭 저 사람은 동무할 수 없다고 자를 일이 없어. 한마음으로 마주하면서 한빛으로 반짝이는 사이일 적에, 한집안이고 한이웃이고 한동무란다. 딴청에 딴짓에 딴말로 자꾸 새거나 엇나가면, 그 누구여도 딴집에 남에 놈이지. 누가 너하고 한짝을 이룰는지 궁금하니? 너부터 스스로 샘물로 솟아나는 사랑으로 살아갈 노릇이야. “누구를 만날”는지 지레 어림하거나 따지거나 기다릴 일이 없어. 언제나 너 스스로 사랑이 샘솟는 오늘을 맞이하면서 하루를 노래할 노릇이란다. 해는 “오늘 누가 나를 기리며 반길까?” 하고 따지거나 재지 않아. 비는 “오늘 누가 나를 기다리며 좋아할까?” 하고 설레거나 설치지 않아. 바람은 “오늘 누가 나를 그리며 기뻐할까?” 하고 넘겨짚지 않아. 한결같이 돋으면서 돌고도는 해에 비에 바람이지. 한결같이 흐르면서 돌아보는 해에 비에 바람이야. 네가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서 무엇을 할 오늘이요 하루일는지 하나하나 생각하렴. 네가 하면 돼. 너부터 하면 돼. 스스로 하면 돼. 스스럼없이 하면 돼. 잘하려고 애쓰거나 나서지 마. 꼭 해내려고 힘쓰지 마. 해와 같이 하고, 비와 같이 하고, 바람과 같이 할 노릇이야. 2026.9.29.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