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가 처음 엄마라고 부른 날 - 일러스트레이터 홀링의 2인분 성장 일기
홍유경 지음 / 북극곰 / 2021년 5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0.12.
까칠읽기 143
《네가 처음 엄마라고 부른 날》
홍유경(홀링)
북극곰
2021.5.8.
《네가 처음 엄마라고 부른 날》을 곱새긴다. 아기를 낳아서 곁에 둔 발자국을 글그림으로 묶은 줄거리이되, 이 틀에서 벗어나지는 못 한다. 아기가 고작 두 달밖에 안 되었는데 미리맞기를 넉 벌째 했다는 대목에서 놀란다. 어버이라면, 아기몸에 무엇을 넣는지 낱낱이 짚어야 하고, 아기한테 늘 말로 들려주어야 한다. 아기는 젖만 물지 않는다. 젖은 아기한테 밥이라서, 젖을 문 아기는 어버이가 등을 토닥여서 트림이 나오도록 북돋기도 해야 하면서, 물도 조금씩 떠먹일 노릇이다.
아기가 가루(약)를 먹어야 한다면, 왜 아기한테 이런 가루를 먹이는지, 가루가 어떻게 이바지하는지 먼저 차분히 들려주고서 한참 기다릴 노릇이다. 아기는 못 알아듣는 말이 없다. 말이란 마음을 담은 소리인 터라, 언제나 온마음으로 말을 들려주고 눈을 마주보면서 서로 한마음으로 흘러야 할 노릇이다.
어버이라는 자리에 서기 앞서 돌봄길을 귀담아들을 노릇이고, 이제는 알찬 돌봄책이 아주 많으니 온갖 돌봄책도 미리 읽어야 할 뿐 아니라, 아기가 태어난 뒤에도 읽을 일이다. 둘레 어른한테서 들은 말이 있거나 책으로 짚었어도 놓치게 마련이다. 어버이란, 아이곁에서 늘 새롭게 배우는 자리이다. 새롭게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어버이’가 아닌 ‘어버이흉내’이다.
집안일에 끝이 있는가? 없다. 나무가 겨울이라고 해서 안 자라나? 깊이 잠드는 듯 보여도 나무는 겨우내 잎눈과 꽃눈을 키울 뿐 아니라, 나이테도 천천히 늘어난다. 아기가 온하루를 자라는데, 아이곁에 있을 어버이도 늘 새롭게 자라는 마음과 몸을 건사할 노릇이다.
아이가 자란대서 어버이가 늙지 않는다. 안 배우려고 하기에 늙을 뿐이다. 아기는 스스로 크고, 어른도 스스로 배운다. 둘은 처음에는 안고 업고 어르고 품는 사이였어도, 나중에는 나란히 손을 잡고서 걸어가며 보금자리에서 살림을 함께 짓는 사이로 피어난다. 부디 아기한테서 배우고, 아이한테서도 배우고, 푸름이한테서도 배울 뿐 아니라, 어른이나 어버이란 이름은 우리 스스로한테도 배울 일이다. ‘힘든’ 일이 아니다. ‘힘들이는’ 일이다. ‘힘겨운’ 일이 아니다. ‘힘쓰’면서 기쁘게 웃고 ‘마음쓰’면서 활짝 웃는 일이다.
그나저나 ‘D-’가 무엇을 가리키는 이름인지 모르는 분이 수두룩하다. ‘D-day’는 불싸움(전쟁)을 세는 이름이다. 아기를 맞아들인 기쁜 삶과 살림을 그릴 적에는 끔찍한 불싸움에 붙이던 이름을 섣불리 매기지 않기를 빈다. 아이하고 살아갈 나날을 헤아리면서 ‘아무 말’이나 안 쓸 줄 아는 매무새여야 한다.
ㅍㄹㄴ
생후 네 번째 예방접종을 하고 왔다. 거니는 이번에도 으앙 으앙 으앙 세 번 울고 울음을 그쳤다. 아직 주사가 뭔지 몰라서 주삿바늘이 들어갈 때만 무서운가 보다. (D-60/56쪽)
거니가 잘 때 육아 서적을 읽는 건, 어쩐지 퇴근 후 집에 와서도 회사 일을 하는 기분이다. (D-85/79쪽)
처방은 지난번과 같았다. ‘일주일간 쉬었다가 다시 수유할 것’.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그때마다 진통제를 먹으면서 계속 수유하라는 말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D-90/82쪽)
동생을 업고 내 손을 잡고 아픈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워서 병원에 모시고 다녔던 젊은 날의 엄마를. 그때의 엄마가 너무 가엽다. 내가 털어놓은 말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D-111/97쪽)
안아 줘도 잠시뿐이었다. 이렇게 서럽게 울 일이 뭐가 있을까. 여러 작전을 써 보다가 마지막에 비닐소리를 들려줬는데 그 소리를 듣고 진정이 돼서 잠이 들었다. (D-112/98쪽)
거니가 일찍 잠들어서 엄마랑 오붓하게 맥주를 마셨다. 그동안의 피로가 모두 씻겨 내려갔다. (D-158/134쪽)
나이 듦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거니가 자라는 만큼 내가 늙어 간다고 생각하면 조금 슬프다. (D-181/154쪽)
하루에 두세 시간이라도 어린이집에 보내면 지금보다 낫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은 엄마와 떨어지기 너무 이르겠지? (D-364/322쪽)
+
《네가 처음 엄마라고 부른 날》(홀링, 북극곰, 2021)
남편은 방문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안내하고 식사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 곁님은 찾아오는 살붙이와 동무를 이끌고 밥먹으러 다니느라 바쁘다
11쪽
모자동실(엄마와 아기가 같은 방에 있는 것) 두 시간 동안 기저귀를 세 번 갈았다
→ 나란칸 한나절에 기저귀를 석 벌 갈았다
→ 함께칸 한나절에 기저귀를 셋 갈았다
20쪽
나도 모유 수유 기본 자세인 요람 자세에서 풋볼 자세까지 익숙해졌다
→ 나도 눕혀서뿐 아니라 안고서 젖을 먹일 수 있다
→ 이제는 눕혀서도 안고서도 젖을 물릴 수 있다
21쪽
남편도 나도 당황의 연속이다
→ 곁님도 나도 자꾸 놀란다
→ 짝지도 나도 또 허둥댄다
→ 짝도 나도 내내 어리바리다
31쪽
원더웍스(아기의 급성장기. 평소보다 더 많이 보채기 쉽다) 기간이 찾아왔는지
→ 부쩍 자라려는지
→ 얼른 자라려는지
→ 껑충 크려는지
→ 바람처럼 크려는지
→ 활짝 피려는지
→ 활활 솟아나려는지
37쪽
유두 백반까지 다시 찾아왔다
→ 젖꼭지흉까지 다시 찾아온다
→ 꼭지고름까지 다시 찾아온다
→ 꼭지흰고름까지 다시 온다
→ 젖꼭지얼룩까지 다시 온다
42쪽
엄마표 음식을 실컷 먹고 밀린 이야기도 실컷 나누었다
→ 엄마밥을 실컷 먹고 밀린 이야기도 실컷 했다
49쪽
누군가의 처음을 보는 건, 그리고 그 존재가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건, 굉장한 일인 것 같다
→ 누구 처음을 보고, 누가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놀라운 일이다
→ 한사람 처음을 보고, 한사람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참 엉청나다
54쪽
나도 아기였을 때 젊고 서툰 엄마아빠에게 소중하게 다뤄졌을 것이다
→ 나도 아기일 때 젊고 서툰 엄마아빠가 알뜰살뜰 돌보았겠지
→ 젊고 서툰 우리 엄마아빠도 아기인 나를 고이 보살폈겠지
68쪽
남편이 모로반사를 막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 곁님이 활갯짓을 막으려고 새길을 찾았다
→ 짝꿍이 버둥짓을 막으려고 새로 찾아봤다
71쪽
내가 단유 문제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 내가 젖떼기로 허둥지둥 보내는 동안
→ 내가 젖끊기로 바삐 보내는 동안
→ 내가 젖막이로 덤벙대는 동안
84쪽
터미타임(아기의 상체 힘을 길러 주기 위해 엎어 놓는 것)을 하루 두 번씩 연습시키고 있는데
→ 하루에 두 벌씩 엎어놓는데
→ 하루에 두 판씩 엎드리기를 하는데
94쪽
오늘부터 4개월 차 아기가 되었다
→ 오늘부터 넉 달 아기이다
→ 아기는 오늘로 넉 달이다
→ 오늘로 아기랑 넉 달째 산다
106쪽
4개월 막바지 이유식을 시작했다
→ 넉달 막바지 젖떼기밥을 먹인다
→ 넉달 막바지에 젖을 뗀다
122쪽
나이 듦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 나이들기를 자주 곱씹는다
→ 나이를 자주 돌아본다
→ 나이를 자주 헤아린다
→ 나이드는 길을 자주 살핀다
15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