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10.4.


《보리타작 하는 날》

 윤기현 글·김병하 그림, 사계절, 1999.11.3.



밤에는 더 썰렁하지만, 낮에는 더 뜨끈한 한가을이다. 가을볕에 빨래를 내놓으면 어느새 바짝 마른다. 아직 베지 않은 나락은 무르익고, 이미 벤 나락은 볕살에 잘 마른다만, 지난날처럼 햇볕말림을 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이 너른 한가을볕을 안 누린다고 해야 할까, 팽개쳤다고 해야 할까. 오늘은 아침저녁으로 곁님과 두 아이가 밥살림을 도맡는다. 나는 홀가분히 손빨래만 한다. 느긋하면서 나긋하게 흐르는 하루이다. 《보리타작 하는 날》을 돌아본다. 흙내음을 되새기는 어린이책을 쓴 윤기현 님이다. 1990해 언저리까지만 해도 ‘시골내기가 읽을 글’을 쓰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면, 2000해를 넘어서고서는 확 줄고, 이제는 아주 사라졌다고 할 만하다. 어린이책도 어른책도, 더구나 그림책과 그림꽃(만화)조차도, 모두 서울내기가 읽을 글그림이다. 시골에서 안 살기에 시골살이를 쓸 턱이 없고, 읽님(신문·잡지·문학·유튜브 독자)이 거의 모두 서울내기이니 구태여 시골살림을 담으려 하지 않는다. 풀밥을 먹는다고 외치더라도 ‘서울에서 사다먹는 풀밥’일 뿐이고, ‘가게에 들어가는 푸성귀’를 어떻게 뽑아내는지 안 들여다보기 일쑤이다.


먹어대는 모습을 찍으면 돈을 벌지만, 손수짓기를 하면 돈이 안 된다고 여기지 않나? 큰돈을 들여 멋밥집에 가서 밥차림을 멋스럽게 찍으면 돈이 된다고 여기지만, 손수짓기와 손수차림으로 수수하게 살림하는 길은 힘들다고 여기지 않나? ‘햇볕판·바람개비’가 푸른길이라 외치지만, 막상 파란바다(해상국립공원)에 때려박은 ‘햇볕판·바람개비’를 놓고는 입을 꾹 다무는 푸른두레(환경단체)이다. 파란바다에 때려박은 ‘햇볕판·바람개비’에서 얻은 빛을 바다밑과 들숲메를 가로질러서 서울로 보내느라, ‘밀양송전탑’은 우습개 보일 만큼 무시무시하게 때려짓고 때려박지만 여태 입을 꿰맨 듯 말을 않는 글바치(지식인)이다.


이제 시골에 벼바심도 보리바심도 깨바심도 조바심도 콩바심도 팥바심도 가뭇없이 사라진다. 다 사라지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 ‘바심’이 무엇을 하는 몸짓이자 일인지 모르는 투성이일 테지. 꾸밈머리(ai)에 목매달거나 누리길(sns)에 하루를 빼앗기는 나라라면, 가을바심을 까맣게 잊을 뿐 아니라,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는 나라라면, 펑펑 쏘아대는 쇳덩이(우주선·드론·미사일·폭죽)에 큰돈을 쏟아붓기만 하는 나라라면, 이런 나라는 어디에도 쓸모가 없는데.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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