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9.30.
《돌에 새긴 나라》
홍종의 글·장선환 그림, 봄날의곰, 2026.8.15.
아침에 길손집을 나선다. 책짐을 품에 안고서 걷는다. 09:30 고흥버스를 타려고 서울시내버스를 탄다. 얼음바람을 안 켜서 고맙다. 미닫이를 열어 바깥바람을 쐰다. 요 여러 날 사이에 시끌벅적한 얘기가 있다. 높녘 싸울아비가 금(휴전선)을 넘어와서 펑(지뢰)을 몰래 묻었다지. 여태 흔한 일이다. 마높(남북) 싸울아비는 서로 어떤 길(수색정찰로)로 다니는지 안다. 이쪽 ‘삶(사회·문화·학교·생활)’은 ‘나란길(평등·평화)’로 가되, 저쪽 ‘삶(군대·정치·행정)’은 나란길이 안 보인다. 애꿎게 끌려가는 젊은이를 어떻게 품어야 할는지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쪽 나란길도 흔들리다가 무너지리라고 느낀다. 서울시내버스는 서초와 반포 한복판을 지난다. 큰길에 큰담을 세워 안쪽에서 삽질을 하는 듯싶다. 큰담에 큰그림을 담는데 ‘막일꾼(공사장 노동자)’은 모조리 사내로 그린다. 그런데 이제 막일꾼은 사내가 아닌 이웃(이주노동자)으로 그려야 맞겠지. 시골 논밭도 일꾼은 이웃일꾼이다. 논밭지기는 일흔∼아흔 살 할매할배일 뿐, 모내기도 가을걷이도 거의 이웃일꾼이 도맡는다.
《돌에 새긴 나라》를 읽었다. 시골 작은섬 작은마을 작은아이는 ‘밝은길’을 바라는 뜻을 돌에 천천히 조금씩 남몰래 새겼다고 한다. 총이나 칼이나 주먹을 쥐고서 흔드는 길이 아니라, 마음에 새긴 꿈을 돌에도 옮기면서 우리가 함께 나아갈 길을 속삭였다고 한다.
박정희·전두환이 나라지기로 서슬퍼렇게 억누르고 옥죄던 무렵에 ‘돌글씨’가 넘쳤다. 이들은 이들 스스로 돌(우상)이 되어서 돌(비석·동상)을 허벌나게 세웠다. 앞선 이승만도 마찬가지였고, 높녘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도 똑같다. 돈(나라살림)을 사람들한테 베푸는 곳에 안 쓰고서, 그들끼리 담을 쌓으면서 ‘돌’이 되고 말았다. 한때 온나라에 흘러넘친 ‘바르게살기’라는 돌글씨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들(권력자)은 터럭만큼도 안 바르면서 사람들더러 ‘바르게’ 살라고 윽박질렀지.
어느 누구도 돌(우상)로 서지 않아야 한다. 모든 사람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할 노릇이다. 대통령·장관·국회의원이 되었대서 꽃돈(연금)을 함부로 주지 않아야 한다. 그저 ‘나라꽃돈(국민연금)’에 한 달 10만 원쯤만 보태면 된다. 놀이판(아시안게임·올림픽)에서 돌(메달)을 딴 이한테도 마찬가지다. 이들한테 스무 살 언저리부터 꽃돈(체육연금)을 퍼주지 말고, 그저 예순다섯 살부터 나라꽃돈에 10만 원을 얹어서 주면 된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다르게 곱게 꽃으로 아름다운 ‘숨곳’이 흐르는 줄 헤아릴 때라야 비로소 나라가 나라답다. 넋을 차리기에 빛나고, 넋을 잃기에 빛바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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