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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교양 ㅣ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88
가와이 에이지로 지음, 양일모 옮김 / 소화 / 2008년 2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0.4.
인문책시렁 508
《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가와이 에이지로
이은미 옮김
유원
2003.11.28.
처음 읽은 지 어느덧 스무 해가 넘은 《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돌아봅니다. 글쓴이는 1944해에 흙으로 돌아갔고, 꽤 예전에 남긴 글을 엮어서 《學生に與う》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이요, 한글판이 이럭저럭 거듭 나오곤 합니다. 언뜻 보면 해묵은 꾸러미라고 할 테지요.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밝히는 줄거리를 살피려고 한다면, 두고두고 되새길 만하기도 합니다.
한글판에는 ‘대학인’이라 붙지만 일본판에는 ‘學生(배움이)’이라고만 붙습니다. 글쓴이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대학생’뿐 아니라 ‘배우는 모든 사람’입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이야기를 듣기를 바라고, 어른도 이야기를 듣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할매할배 나이에 이르러도 늘 새롭게 배우면서 삶을 가다듬을 노릇이니까요.
종이(졸업장)를 따는 곳에서도 배웁니다만, 종이를 따지 않는 모든 곳에서도 배웁니다. 종이를 받아서 “난 이렇게 배웠어!” 하고 내세울 수 있습니다만, 아무런 종이를 안 주고받으면서 “난 그저 이렇게 살림을 해.” 하고 빙그레 웃을 수 있습니다. 예부터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 하고 이르듯, 배우는 사람은 ‘배움길’로 끝이 아닙니다. 배운 바를 삶으로 풀어내어 살림살이에 펼칠 적에 비로소 ‘익힘길’로 접어들어요.
올해(2026)에는 ‘서울대 10곳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몇 군데 열린배움터에 목돈을 이바지한다고 합니다. 뜻있는 일이라고 여깁니다만, 아무래도 배움길과 익힘길하고는 멀구나 싶어요. 우리는 ‘서울대 10곳 만들기’가 아니라 ‘누구나 살림꾼으로 하루짓기’를 바라볼 노릇일 테니까요.
나라 곳곳에 있는 열린배움터에 목돈을 이바지하는 일은 안 나쁩니다. 그러나 푸른배움터나 어린배움터를 마치고도 저마다 삶터에 이바지하는 일꾼으로 서는 틀부터 세울 노릇입니다. 또한 어린배움터조차 안 다니고도 마을과 보금자리에 즐겁게 이바지하는 살림꾼으로 서는 얼거리부터 짤 노릇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누구나 가르치고 배울 때라야 집과 마을과 나라입니다. 나하고 너가 어떤 사이로 만나서 ‘우리(한집·한마을·한나라·한별)’를 이룰 적에 아름답고 즐거울는지 가르치고 배울 때라야 빛나게 마련입니다. 열 살만 배워야 하지 않고, 스무 살에 더 배워야 하지 않아요. 서른 살이나 쉰 살에도 배울 노릇입니다. 일흔 살과 아흔 살에도 배워야지요.
배우려 하지 않기에 뻣뻣하고 딱딱하게 담을 높이느라 꼰대가 되고 말아요. 이른바 ‘늙은이(늙다리)’입니다. 배우려 하기에 대나무처럼 곧게 대를 올리면서 온삶을 대수로이 가다듬을 줄 아는 사람인 ‘어른’으로 섭니다. 어질게 서는 사람일 때에야 어른입니다. 늘 새롭게 배우면서 살림으로 익힐 적에 어른이에요.
나라와 마을도, 또한 모든 집마다, ‘대학바라기’는 이제 접을 때입니다. 열린배움터도 있어야 하되, 집집마다 보금자리라는 터전을 살리고 사랑하는 길을 나누고 누리는 첫발부터 뗄 노릇입니다. ‘배움이바지(교육비 지원)’는 언제나 모든 작은 살림집에 베풀 노릇이에요. 집안에 아늑하고 아름다울 때에 마을도 아늑하고 아름답습니다. 집부터 아름답게 설 적에 어깨동무(성평등·평화)도 저절로 이루는 나라입니다.
ㅍㄹㄴ
정말로 읽는 것에 숙달되려면 쓰는 것이 필요하다. 16쪽
다른 것은 다 빌려도 좋지만, 책만큼은 자기 것을 옆에 두고 언제든 꺼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책을 읽은 뒤 감상을 적어 놓거나, 구입한 날짜를 적어 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19쪽
아무리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하더라도, 경험했던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25쪽
취직을 최고가치라고 생각하고 시험을 인생의 가장 큰일이라고 하는 심리는, 원래 인생의 최고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나 취하는 태도이다. 37쪽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들의 덕망은 위장된 것이다. 인간의 진실한 가치는 그저 해야만 하는 일이 생기면 반드시 해야 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60쪽
제자는 어디까지나 성실해야 한다. 스승의 가혹한 가르침에도, 참기 어려운 빈정거림에도 제자는 그 속에서 번뜩이고 있는 사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79쪽
사회의 보수와 개혁, 이 두 가지 측면은 어느 쪽이나 필요하지만, 여기서 특히 역설하고 싶은 것은 사회개혁이다. 보수는 주위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지 않는다. 109쪽
과학은 출발과 과정,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철학에 의존한다. 226쪽
“말씀은 네 곁에, 네 입 안에, 네 안에 있다”고 하는 것처럼, 신은 인간의 안에서 함께 살고, 함께 걷고 있다. 272쪽
#河合榮治郞 (1891∼1944) #學生に與う #대학에서는무엇을배울것인가 #학생과교양
《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와이 에이지로/이은미 옮김, 유원, 2003)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