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9.27.


《세상의 모든 처음》

 박범각 글, 이매진, 2023.12.25.



어제 낫에 벤 손가락에서는 아직 피가 새어나온다. 띠를 두르고서 부엌일을 한 다음에 빨래를 한다. 일을 마친 다음에는 띠를 풀고서 드러누워 쉰다. 등허리를 편 뒤에 다시 일손을 잡으니 핏물이 흐른다. 새로 띠를 대고서 일한다. 저녁까지 애쓴 몸을 씻고서 쉴 무렵 띠를 풀고서 다독인다. 긴긴 한가위 쉼날은 오늘로 끝이다. 시끄럽기도 했으나 빗소리로 씻어낸 나흘이었다. 밤이 깊으니 마을도 호젓하다. 엊그제는 소쩍새 소리를 들었는데 오늘은 풀벌레 노랫소리만 감도는 한밤이다. 《세상의 모든 처음》을 읽었다. 부산에서 마을책집 〈당신의 책갈피〉를 꾸리는 책집지기님이 쓴 첫 책이다. 세 해 앞서 이미 나온 책을 올해에 비로소 알아보았다. 책집을 갓 차리기까지 걸어온 나날을 담은 첫 책이니, 이제는 책집살림이라는 길과 마을살이라는 하루에 이웃읽기라는 눈길을 모두는 새책을 선보일 만하지 싶다. 누구나 언제나 처음으로 하루를 맞는다. 달종이에 찍히는 셈값은 똑같아 보일는지 몰라도, ‘10.1.’ 같은 겉모습만 똑같다. ‘2026’이나 ‘2025’는 다르고, ‘2015’하고 ‘2005’도 다르다. ‘2036’하고 ‘2046’도 다를밖에 없다. 역사·정치·문화·문학 같은 데에서는 몇몇 이름꾼만 들추거나 다룰는지 몰라도, 삶·살림·사랑·사람·사이라는 곳에서는 우리 모두가 서로 새롭게 마주하면서 만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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