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낯설게 새롭게 (2026.6.16.)

― 부산 〈책과아이들〉



  누구나 손으로 이룹니다. 언제나 손에서 피어납니다. 우리 손바닥은 땅바닥과 같아서, 씨앗이 깃드는 밭에서 푸성귀가 자라면서 둘레를 밝히듯, 우리 손바닥에 얹은 일감을 새롭게 가꿀 수 있습니다. 손바닥에 낱말 하나를 사뿐히 얹으면, 이 낱말이 무럭무럭 자라는 풀꽃나무처럼 푸르게 빛날 테지요.


  그냥그냥 한자리에 있으면 ‘뭉치다’라 하고, 그럭저럭 한자리에 두면 ‘모으다’라 합니다. 잘 모으면 ‘그러모으다’요, 동무하며 돌아보고 돕듯 모이기에 ‘동아리’입니다. 어떻게 한자리를 이루면서 말을 나누려 하느냐에 따라서, 어느 날은 ‘이야기’를 하고, 어느 날은 ‘수다’를 하고, 어느 날은 ‘겉말(겉도는 말)’에 그칠 수 있습니다.


  누가 옳을 수 있습니다. 누가 그를 수 있습니다. 누가 맞을 만하고, 누가 틀릴 만합니다. 옳고그름이나 맞음틀림을 따지는 일은 안 나쁘되, 옳고그르다고 따지면서 “틀린 너는 나빠! 넌 나쁘니 죽어야 해!” 하고 윽박지르는 싸움불씨는 거둬들여야지 싶어요. ‘틀린너(그른이웃)’를 너그러이 헤아리면서 “그렇게 하면 그르거나 틀리더라. 우리 함께 어울려서 노는 길을 가 볼까?” 하고 손내미는 길로 접어들 적에 비로소 ‘어른’이라고 느낍니다.


  이른아침에 길을 나서서 부산에 닿아 세 군데 책집을 들른 끝에 〈책과아이들〉에 이릅니다. 세 군데 책집을 들렀으나 책짐이 넘치지는 않습니다. 오늘만큼은 가볍게(?) 스무 자락쯤 장만했습니다. 〈책과아이들〉에서도 책을 더 장만할 테니, 고흥으로 돌아가는 책짐은 제법 묵직하겠지요.


  길미를 따지면서 거머쥐려고 하기에 ‘낯설다’고 느끼면서 꺼리고 싫어하고 등집니다. 마음을 살피면서 나누려고 하기에 ‘새롭다’고 여기면서 가까이하고 반기고 배웁니다. 길미를 따지는 눈길이기에 ‘익숙한’ 대로 돈바라기에 스스로 얽매여서 가두고 갇히는구나 싶어요. 마음을 살피는 눈길이기에 ‘배우고 익혀’ 슬기롭게 숨길을 틔우는 살림짓기로 나아갈 테고요.


  함께가는 길을 바라볼 적에는 늘 ‘새롭다’는 마음이지 싶습니다. 함께가는 길을 등질 적에는 느루 ‘낯설다’라는 느낌으로 꽁꽁 싸매지 싶습니다. 함께짓는 길을 헤아릴 적에는 언제나 ‘새롭’게 씨앗 한 톨을 싶는 하루이지 싶습니다. 함께짓는 길을 내칠 적에는 노상 ‘낯설’어서 싫고 지겨워서 스스로 쳇바퀴이고요.


  오늘 이곳에서 마주하는 이웃님하고 나누는 말은 참말로 한결같이 새롭습니다. “이미 안다”는 늪에서 나오면, “이제 새로 본다”는 별누리로 갈 수 있어요.


ㅍㄹㄴ


《내가 새라면》(바루/이슬아 옮김, 북극곰, 2026.4.5.)

#StephaneBarroux #

《우리가 여행하는 법》(마리 꼬드리/최혜진 옮김, 다그림책, 2023.12.11.)

#Ah Les Voyager #MarieCaudry

《혼자서 본 영화》(정희진, 교양인, 2018.2.27.)

《애국자가 없는 세상》(권정생 글·김규정 그림, 개똥이, 2021.10.11.)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최재희, 창비, 2023.6.30.)

《잉카 소년 아니발》(안느 브라강스 글·김인석 그림/박경혜 옮김, 푸른길, 2005.2.1.)

#Anibal (1991년) #AnneBragance

《빨간 구두》(이머 드로스 글·하리 겔렌 그림/이지연 옮김, 베틀북, 2002.9.5.)

#Ik wil die! (1991년) #ImmeDros #HarrieGeelen

《엄마 머리에 이가 바글바글》(크리스틴 스위프트 글·헤더 헤이워드 그림/엄혜숙 옮김, 봄봄, 2009.10.10.)

#MummysGotNits #ChristineSwift #Tangerine

《할머니, 천사들이 왔나요?》(데니즈 베가 글·에린 아이터 코노 그림/김현좌 옮김, 봄봄, 2009.6.15.)

#GrandmaHaveTheAngelCome #DeniseVega #ErinEitterKono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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