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마치고서



“몸이 먼저 안다”고 말하더라. 그러나 몸은 “알”지 않아. 몸은 “느껴”. 몸은 으레 느껴서 알리려고 한단다. 몸이 느끼는 바는 여태 보고 듣고 겪은 바탕이기에, 여태 못 보고 못 듣고 못 겪은 일은 못 느껴. 못 느끼는 일은 못 알릴 수밖에 없어. 그러면 어느 곳이 알까? 너(나)한테서 “아는 곳”이라면, 몸이 아닌 넋이야. 넋은 다 알지만 앞장서서 설치지 않아. 그저 지켜본단다. ‘아는’ 넋은 그저 곱게 그곳에 있어. ‘알’이니까 ‘씨앗’으로서 고스란히 제자리를 지켜. ‘알’이 아닌, ‘알지’ 않는, 늘 느끼면서 알리는 노릇인 몸은 쉬잖고 움직여. 알겠니? 몸은 ‘움직’이야. “움트는 지음”인 몸이지. 네가 자든 서든 걷든 뭘 하든, 네 몸에는 피가 흘러. 핏물이 끝없이 네 몸속에서 돌고돌아. 네 가슴(심장)은 쉬잖고 뛰지. 네 몸을 이루는 모든 곳은 다 다르게 구실을 하면서 그야말로 안 쉰단다. 네가 ‘산몸’일 적에는 물과 바람이 어울려서 움직이는 몸이란다. 이렇게 한결같이 움직이는 몸으로 삶을 느끼면, 이 느낌이 고스란히 마음으로 담기지. 마음에 담기는 느낌(삶)을 머리가 헤아리고, 넋은 이 흐름·길·결·삶을 낱낱이 짚으면서 새롭게 알아가. 몸이 더는 안 움직인다면, 이제는 느낄 일이 없어서 삶을 마치지. 삶을 마치면 마음에 담을 새빛이 없고, 넋으로도 “이미 아는” 틀을 넘어서 “새로 익혀서 알아갈“ 빛이 없는 셈이야. ‘알’인 넋은 어떻게 하고 싶을까? ‘씨앗’인 넋은 무엇을 그리거나 바랄까? 넋(알·씨앗)은 곧바로 깨어나려 하면서 눈뜰 수 있어. 넋은 그저 오래오래 자면서 쉴 수 있어. 더는 쉬고 싶지 않은 무렵에는 ‘움트’려고 몸을 찾지. 너한테 몸을 내어줄 둘(엄마아빠)이 어디 있을는지 찾아보는 동안에 여태 마음에 제대로 담지 않았다고 여길 삶을 맛보도록 이끌 아름다운 두 사람을 만나면, 네 넋이 반짝 빛나서 둘 사이에 ‘사랑’이라는 별을 한 톨씩 내린단다. 2026.9.2.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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