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지옥으로
네가 살아가는 푸른별은 푸른늪일 수 있어. 푸른벼랑이나 푸른가두리일 수 있지. 너는 늪·벼랑·가두리에 있기에, “어떤 밥”을 먹어야 하느냐를 놓고서 실랑이를 하지. 네가 사는 별이 아름터(천국)라면, 뭘 먹든 무슨 대수일까? 이곳이 아름터인 줄 잊기에 늪과 벼랑과 가두리로 묶인 채로 움직이고 바라보고 느낀단다. 벼랑(지옥)은 땅끝에 있지 않아. 벼랑은 네가 네 마음에 들여놓지. 늪과 가두리도 네가 스스로 네 마음에 세워놓을 뿐이야. 그렇다면 아름터도 사람들 스스로 마음에 들여놓거나 세워놓을까? 얼핏 보면 사람들 스스로 아름터·벼랑을 들인다고 할 만해. 꽃터·가시밭도 사람들 스스로 꾸민다고 할 수 있지. 이제 더 곰곰이 짚으렴. 마음에 들이거나 세우기에 ‘집’이 생긴다면, 이 집이 불늪이기도 하고 꽃집이기도 하다면, 넌 무엇이 좋거나 싫니? 넌 무엇을 반기거나 꺼리니? 좋아하는 길에 따라서 생기는 가두리야. 네가 스스로 들인 가두리로 누가 쳐들어올 일이 없고, 네가 가두리에서 뭘 빼앗길 일도 없어. 넌 가두리에서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멋진 몸과 얼굴에 그야말로 근심걱정이 없는 ‘부자’로 지낸단다. 가두리에도 벼랑에도 늪에도 ‘부자’가 넘쳐. 잔뜩 쥐고 많이 누리고 크게 드날리는 모두는 ‘부자’란다. 두 손에 가득가득 쥐고서 웃고 떠들지. 멋을 뽐내고 자랑하고 선보여. 자, 그래서 너는 ‘지옥’이 싫고 ‘천국’이 좋을 만해. 그런데 바로 지옥이야말로 달콤해. 지옥이야말로 가진 것이 철철 넘쳐. 네가 참으로 아름터를 보고 싶다면, 네 발로 늪에서 기어나올 노릇이야. 네가 몸에 주렁주렁 걸친 돈(금은보화)을 모두 놓아야 벼랑에서 나올 수 있어. 네가 겉모습을 붙드느라 가두리에서 얌전히 고분고분 귀엽게 큰단다. 너는 삶이라는 곳으로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을까? 빈손으로 빚는 빛길을 갈 수 있을까? 2026.9.8.흙.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