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재유기 13
쿠베 로쿠로 지음, 카와이 탄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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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9.26.

책으로 삶읽기 1188


《라면 재유기 13》

 쿠베 로쿠로 글

 카와이 탄 그림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6.8.31.



《라면 재유기 13》(쿠베 로쿠로·카와이 탄/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6)을 읽었다. 국수 한 그릇을 더 맛나거나 멋나게 끓여서 나누는 길을 다룬다고도 할 만하다. 맛과 멋을 지나치게 앞세우느라 어깻힘이 차오르면서 제넛을 잃는 모습을 짚는다고도 할 만하다. 새길은 언제나 오래길과 맞물리면서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살림살이를 헤아리면서 연다고 하는 줄거리를 들여다본다고도 할 만하다. 《라면 재유기》는 국수(라면)를 한복판에 놓는데, 이 그림꽃을 읽으면서 ‘국수’를 ‘책’이나 ‘글’로 바꾸어서 볼 수 있다. ‘정치’나 ‘경제’나 ‘지자체’로 바꾸어서 보아도 된다. 모든 ‘일’과 ‘놀이’로 바꾸어서 살펴보아도 된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제넋을 돌아보면서 찾는 사람이 갈피를 잡는다. 큰일과 작은일을 가르려 하면 제넋을 으레 잊는다. 모든 일을 나란히 두면서 제자리를 가꾸기에 크든 작든 모두 꽃으로 피운다.


이 일을 하기에 뜻깊지 않고, 저 길을 가기에 뜻없지 않다. 이만큼 솜씨를 선보이기에 대단하지 않고, 저만큼 솜씨가 안 닿기에 모자라지 않다. 모든 맛과 멋은 삶이라는 곳에서 펴는 손끝에서 비롯한다. 사랑이라는 눈빛으로 즐겁게 펴는 손끝이기에 반짝인다. 사랑없이 손재주를 부리려 하기에 바랜다. 아직 남이 안 한 길을 찾아야 하지 않지. 숱한 사람이 이미 걸어간 길이라서 값없지 않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밥은 해마다 논밭에서 고스란히 돋아난 숨결을 바탕으로 얻는다. 지난해와 달라야 하지 않고, 지지난해보다 눈부셔야 하지 않다. 낟알과 남새와 열매는 낟알과 남새와 열매라는 숨빛이기에 넉넉하다.


맛이나 멋은 으레 ‘겉맛·겉멋’으로 기울고 만다. 속을 차리는 ‘속맛·속멋’을 적에는 굳이 ‘맛멋’ 같은 이름을 안 붙인다. 속을 차리니 ‘속빛’이고, 속을 가꾸니 ‘속내’이다. 겉으로 꾸미는 겉책과 겉글이 넘치는 판에서, 속빛을 살리고 속내를 밝히는 삶책과 살림글을 누가 눈여겨볼 수 있을까.


ㅍㄹㄴ


“하지만 그래도 프로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너도 만들어 봐라’라는 말을 입에 담는 건 어리석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잖아요.” 84쪽


“물론 보기 드문 재능의 소유자이긴 했지만, 머리에 든 것만 많은 상대하기 번거로운 부잣집 도련님이기도 했는데, 그 때문인지 접객 태도가 끔찍했어.” 103쪽


“요즘 세상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가장 큰 원인은 실제로 변변치 못한 놈들이 너무 많아서지. 대충 21세기에 들어서부터, 온갖 장르의 대다수 평론가나 작가, 유튜버는 대단한 착안도 없이 비평성도 없이 단편적인 지식을 나열하는 게 고작인 단순한 소개자가 되어버렸지. 그냥 소개자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대상을 치켜세우고 아부나 떠는 광고업자, 아첨꾼들이 대부분이잖아.” 129쪽


#ら-めん才遊記 #久部綠郞 #河合單


+


공개처형할 수 있다니 기쁜 일이군

→ 헐뜯을 수 있다니 기쁜 일이군

→ 까밝힐 수 있다니 기쁜 일이군

→ 즈려밟을 수 있다니 기쁜 일이군

→ 밟아댈 수 있다니 기쁜 일이군

64쪽


본점에 성지 순례를 왔다

→ 밑터에 빛마실을 왔다

→ 밑집에 빛걸음을 왔다

→ 마루벌에 마실을 왔다

18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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