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 - 걸작이 탄생한 환상의 장소들과 88세 할아버지의 반세기의 기록
이케다 마사요시 지음, 황진희 외 옮김 / ㅁ(미음) / 2022년 12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9.26.
인문책시렁 507
《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
이케다 마사요시
황진희·심수정 옮김
ㅁ
2022.12.24.
우리가 쓰는 ‘명작동화’나 ‘세계명작’이나 ‘세계명작동화’ 같은 말은 모두 일본에서 지었습니다. ‘소년소녀세계명작’과 ‘세계명작선’도 일본에서 지은 말입니다. 또한 ‘세계명작’으로 꼽은 책도 일본에서 꼽은 얼거리이게 마련입니다. 이제는 조금조금 우리 나름대로 뽑거나 추리기는 하되, 아직 일본사람이 읽고 살펴서 여민 틀에서 맴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을 읽었습니다. 손꼽힌다는 아름글이 태어난 자리를 찾아나선 마흔 해란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아름책’을 뽑고 가려서 일본글로 옮기는 일도 바지런히 했을 뿐 아니라, 이렇게 ‘글이 태어난 바탕’을 찾아나서는 일도 부지런히 했습니다. 흔히 일본을 ‘책나라(출판대국)’로 여깁니다. 책만 많이 나오거나 읽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삶을 들여다보고 살피면서 널리 나누고 배우는 길을 열려고 하기에 책나라로 여깁니다.
우리나라는 갈 길이 한참 멀어요. 한글로 찍는 책이 부쩍 늘기는 했되, 우리 스스로 이 삶을 사랑하며 살림하는 길을 줄거리로 다루는 책은 그다지 늘지 않거든요. 처음부터 ‘아름책’으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름책을 들여다보면, 글쓴이 스스로 수수하게 지낸 삶을 사랑으로 살림하는 손끝으로 여밉니다. 널리 팔리거나 이름을 얻거나 돈을 벌려고 쓴 책이라서 아름책이 되지 않아요. 아이한테 물려줄 살림살이를 담기에 아름책으로 거듭납니다. 글쓴이 스스로 두고두고 되읽으면서 이 삶을 사랑하려는 씨앗을 심기에 천천히 아름책으로 자라납니다.
오늘 하루도, 어제 하루도, 모레 하루도, 늘 포근포근 누리는 길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돋보이거나 으뜸자리를 차지하는 길이 아닌, 스스로 살림하는 사랑을 가꾸고, 몸소 살림짓는 손길을 펴면서, 나란히 살림꽃을 피울 씨앗을 심는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널리 알려진’ 책보다는 ‘속으로 빛나는’ 책을 눈여겨보는 이웃이 늘기를 바랍니다.
ㅍㄹㄴ
작품에 등장하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명성은 실제 크리스토퍼의 삶을 어그러뜨렸고, 〈곰돌이 푸〉 시리즈의 이례적인 성공 때문에 극작가가 아닌 아동문학가로 알려지게 된 아버지 밀튼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했습니다. 47쪽
갑자기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려서 뒤돌아보았더니 몸집이 작은 한 노인이 어떤 볼일로 왔는지 묻더라고요.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자 노인인 “아내가 옛날에 크리스티 집에서 일했는데 잠깐 둘러봐도 되는지 물어볼까요?”라고 한 뒤 자기 집으로 돌아가 전화를 걸어 주었습니다. 125쪽
책을 되풀이해 읽으면서 언뜻 이런 생각도 했어요. ‘돌리틀 박사가 사는 세상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째서 일본인과 적국 영미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화해하지 못하는 걸까?’ 169쪽
이처럼 안데르센 동화가 태어난 곳들을 두루 돌아보니, 안데르센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느낀 기쁨과 슬픔을 오롯이 담아낸 글을 썼을 뿐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238쪽
+
《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이케다 마사요시/황진희·심수정 옮김, ㅁ, 2022)
마을에 자리를 잡으면서 포터의 즐거움은 상당히 변화한 듯이 보여요
→ 포터는 마을에 자리를 잡으면서 즐거운 일이 확 바뀐 듯이 보여요
→ 포터는 마을에 자리잡으면서 즐거운 길을 새로 찾은 듯이 보여요
14쪽
이야기에 등장시킨 것은 장소와 건물만이 아닙니다
→ 이야기에는 터와 집만 다루지 않습니다
→ 이야기에는 마을과 집만 그리지 않습니다
→ 이야기에는 자리와 집만 나오지 않습니다
28쪽
나는 여행하다가 마주친 여러 만남과 발견을 통해
→ 나는 돌아다니며 마주치고 만나고 찾아보면서
→ 나는 마실길에 마주치고 만나고 눈뜨면서
40쪽
꿈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살아가는 기쁨을 전해주어요
→ 우리는 꿈에서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로 뭉클하고, 살아가며 기쁘다고 느껴요
→ 우리는 꿈으로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읽으며 벅차고, 삶이란 기쁘다고 느껴요
121쪽
안데르센의 작품을 사랑하는 관광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선사해 주고 있어요
→ 안데르센 글을 사랑하는 손님은 볼거리를 잔뜩 누릴 수 있어요
→ 안데르센 이야기를 사랑하는 분은 볼거리가 많아요
23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