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현실세계



이제 말을 안 하겠다는 사람한테는 들려줄 말이 없어. “말을 안 하겠다”면 마음을 닫아걸겠다는 뜻이야. ‘말’은 마음을 담아내어 나누는 소리인데, 말을 안 하겠다고 하면 마음을 닫아걸고서 끊겠다고 하는 몸짓이기에, 그야말로 ‘말을 들려주며 나눌 마음’이 없어. 이제 말을 하겠다는 사람한테는 들려줄 말이 숲빛으로 푸근해. 숲에는 언제나 말이 흘러. 풀꽃나무와 새와 풀벌레와 짐승이 끝없이 말을 나눈단다. 크고낮은 다른 결에 무지갯빛으로 어울리는 말이 흐르기에, 싱그럽고 맑게 모든 마음이 만나서 피어나. 서울이라는 곳을 보겠니? 사람이 엄청나고, 집과 가게가 끝없고, 달구지가 쉬잖고 붐벼. 그야말로 하루내내 한해내내 소리가 너울친단다. 소리바다인 서울일 텐데 끝없는 소리 가운데 ‘말’은 드물어. 마음은 꾹 닫아건 채 서로 소리소리 높일 뿐이거든. 그렇다면 시골에는 ‘말’이 있을까? 서울도 시골도 말을 잊고 팽개치고 등진 어둠골이지 않을까? 마음을 나누면서 마음을 가꾸려는 말을 모조리 잃지는 않았니? 말을 잃은 줄조차 모르면서 부딪히고 다투고 겨루지는 않니? ‘삶’은 ‘현실세계’일까, 아니면 ‘공상(가상)세계’일까? 아니, 이미 말을 잃고 잊고 버리고 등진 나날이라면, 현실세계나 공상세계를 가릴 일조차 없이 모조리 굴레이자 담벼락이지 않아? ‘이곳’은 어디일까? 저곳과 그곳은 어디일까? 네가 말을 안 하겠다면, 네가 말을 듣지 않겠다면, 네가 이야기를 끊겠다면, 바로 숨줄기(바람·하늘)를 뚝 끊으려는 셈이야. 사람은 말 한 마디로 숨결을 살리는 몸이야. 사람은 말씨 한 톨로 모두 심는 마음이야. 사람은 말씀 한 자락으로 새롭게 빚는 빛이야. 사람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으며 사랑을 펴는 별이야. 스스로 어느 곳에 서거나 있는지 생각해야 해. 이곳에 있는 길을 등돌릴 적에는 허깨비이거든. 2026.9.18.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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