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9.17.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

 고이시 유카 글·그림, 신쵸사 도움/현승희 옮김, 서교책방, 2026.7.31.



간밤은 꽤 추웠다. 겨울 어귀라고 느낄 만하다. 마당에서 세 가지 나비가 섞여서 춤춘다. 빨래를 두 벌 한다. 작은아이가 국을 끓인다. 14:05 시골버스로 읍내로 나가서 저잣마실을 한다. 고흥군립도서관으로 간다. ‘찾아가는 이야기 창작소’ 두걸음을 편다. 일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오려니 모처럼 구름이 짙게 덮는 하루이다. 밤에 비가 올까. 풀벌레노래가 그윽히 퍼진다.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를 돌아본다. 큰아이하고 함께 읽었다. 큰아이는 “왜 이 만화를 보라고 했어요?” 하고 묻는다. 책과 글을 다룬 그림꽃이 모처럼 나와서 함께 읽을 만하지 않았을까 하고 여겼다고 했더니 “이 책은 만화부터 그림이 엉성하고, 책만 너무 높게 여겨요. 책에 담는 넋을 안 쳐다보고 안 담았어요.” 하고 말씀한다. 이 그림꽃이 나오는 ‘쿠쥬 씨’는 ‘스무줄 한복판’인 나이요, 한창 배우면서 갈고닦을 무렵이다. 펴냄터에서 글손질을 맡는 일꾼이라면 그야말로 눈에 불을 켜고서 더더욱 가다듬고 북돋울 때가 스물∼마흔이라는 나이라 하겠다. 어느 나라에서건, 말과 글을 책으로 담는 일이라면 스물∼마흔이라는 나이에 불꽃을 튀기면서 스스로 끝없이 읽고 새기고 배우고 고치고 바로잡는 한바다를 거치게 마련이다. 그런데 고작 서른 살이 되지 않았어도 벌써 “삶에서 단맛쓴맛 다 본 사람”처럼 군다.


젊은이는 젊기에 신나게 부딪히고 헤매면서 배우는 철이다. 마흔 살을 넘어간 뒤라고 안 부딪혀야 하지 않다. 마흔 살을 넘어간 뒤부터는 “여태 부딪히고 헤맨 뜻”을 모조리 되짚으면서 고요히 새롭게 철드는 때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마흔∼예순이라는 나이를 ‘새철들기’로 보내고 나면, 예순부터는 밝게 눈뜨는 ‘어른’으로 설 만하다.


우리는 벌써 잊은 듯하지만, 예순살에 예순잔치를 하는 뜻이 있다. 오래 살았기 때문에 잔치를 하지 않는다. 이제는 ‘어른’으로 받아들여서 값진 ‘삶말’을 둘레에 씨앗으로 남길 만하다고 여겨서 기뻐하면서 기린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을 보자. 그냥 오래 살아서 벌이는 잔치로만 잘못 여기는 바람에 예순잔치를 다들 안 한다. 일흔잔치나 여든잔치조차 안 하기 일쑤이다. 다시 말하자면 ‘어른되기’를 사람들 스스로 걷어찰 뿐 아니라, 스스로 어른이 아니게 나뒹굴겠다는 뜻이라고까지 읽을 수 있다.


예순이란 나이에 비로소 ‘어른’으로 서면서 예순∼여든이라는 나이를 보낼 수 있으면, 이동안에는 하늘빛으로 말과 글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눈부신 하루를 짓게 마련이다. 이러면서 여든한 살부터 온살에 이르도록 ‘사랑이 아름다운 뜻’을 몸소 걸어가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줄 테지. 이러한 줄거리나 이야기는 《미스 럼피우스》(바바라 쿠니)라든지 《초원의 집》(로라 잉걸스 와일드)이라든지 《생쥐와 고래》(윌리엄 스타이그)라든지 《시튼 동물기》라든지 《파브르 곤충기》라든지 《펠레의 새 옷》(엘사 베스코브) 같은 책에 알뜰히 흐른다.


틀린글씨만 찾아낸다면 손질꾼(교열자)이 될 수 없다. 글에 깃드는 빛이 무엇인지 헤아리면서 글쓴이와 엮은이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 징검돌 하나로 반짝이는 별 한 톨 노릇을 하기에 손질꾼이다. 이렁저렁 샛길로 빠지는 줄거리를 담기에 나쁘지는 않다만, “왜 책을 읽는가?”라든지 “왜 책을 쓰는가?”라든지 “왜 글을 읽는가?”라든지 “왜 글을 쓰는가?”라고 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어른’과 ‘젊은이’ 사이라는 길을 그냥 다 놓치려고 한다면, 참으로 덧없을 뿐이다.


#こいしゆうか #新潮社 #くらべてけみして校閱部の九重さん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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