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들 -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손석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9.20.

책으로 삶읽기 1181


《장면들》

 손석희

 창비

 2021.11.12.



《장면들》(손석희, 창비, 2021)을 읽고 나서 예닐곱 달을 자리맡에 놓았다. 아니 여덟아홉 달을 그대로 둔 듯싶기도 하다. 잘 모르겠다. 자리맡에 쌓은 책더미를 주섬주섬 열 자락쯤 마당에 내놓고서 볕을 먹인다. 이제 다시 들이면서 우리 책숲으로 옮길 책을 솎는다. 찬찬히 되읽으면서 어느 책은 왜 반가웠고 어느 책은 왜 아쉬웠는지 되새긴다. 《장면들》은 아쉬운 책이다. 글님이기 앞서 ‘말님’인 손석희 씨를 좋아하는 분한테는 이 책으로도 무척 좋아했겠구나 싶다. 이른바 ‘팬한테 거꾸로 보내는 팬레터’ 같은 줄거리이다. 그동안 이미 다 들려준 이야기에다가, 예전에 다 알려진 이야기라고도 할 만하다. 어느 하나조차 새로울 곳이 없다. 이러다가 ‘옛 나라지기 한 분’하고 얽힌 대목은 썩 눈에 뜨이지 않았다고 느껴서 거듭 곰곰이 읽어 본다.


‘도룡뇽 소송’을 꾀한 지율 스님이 온몸을 바쳐서 지키려고 하던 ‘천성산’이 있고, 이 작은 멧자락은 부산에서 양산을 거쳐서 서울로 가는 길목이라고 한다. 예전에 나라지기를 맡은 다른 분이 갓 나라일을 맡을 무렵, 푸른두레(환경단체)에서는 굴을 제발 그만 뚫자고 했고, 그무렵에 ‘비서실장 문재인 씨’는 천성산에 굴을 안 뚫기로 하겠다고 지율 스님을 달래어 밥굶기싸움을 멈추었다. 그러나 굴뚫기를 안 하겠다는 말은 거짓이었고, 지율 스님은 다시 밥굶기싸움을 했으며, 자그마치 온날(100일)을 넘게 드러누운 적이 있다.


‘세월호 진상조사’ 하나만 제대로 해도 된다고 여기면서 나라지기를 맡은 분은 ‘세월호 진상조사 결과없음’으로 슬그머니 퉁치고서 〈평산책방〉을 차렸다. 이제 ‘세월호 진상조사’는 물 건너간 일이다. 그리고 어느 나라지기가 ‘내란 계엄’을 일으키고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무안나루 떼죽음’이 벌어졌다. 무안나루에서 날개를 잘 내린 날개지기는 손뼉을 받을 만했는데, 그만 잿담(시멘트벽)에 부딪혀서 갑작스레 펑 터져서 숱한 사람들이 헛죽음으로 떠나야 했다.


우리는 뭘 보는 삶일까? ‘팬덤’이 나쁘다고만 느끼지 않다만, 누구를 좋아하느랴 휩쓸리느라 정작 ‘참모습’에는 눈멀지 않나? 우리가 듣고 보고 느끼면서 받아들일 일이란, ‘좋아하는 말꾼이 나오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 삶터 속낯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우리 스스로 이 터전을 아름답게 가꾸어서, 바로 이 살림터를 아이들한테 사랑씨앗으로 물려줄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팬덤을 하고 싶더라도 ‘아이한테 물려줄 아름다운 사랑씨앗’부터 일구어야 하지 않나?


손석희 씨가 글로 추스른 《장면들》은 어떤 모습인지 모르겠다. 발바닥이 땅바닥에 없는 듯한 혼잣말 같기도 하다. 손바닥으로 누구를 이웃으로 삼아서 귀를 기울이면서 말을 섞으려고 하는 몸짓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아쉽고 안쓰럽다. 손석희 씨도 이제 할아버지 나이 아닌가? 할아버지 나이에 이른 손석희 씨라면 ‘손 할배’라는 이름을 스스로 품을 수 있기를 빈다. 할아버지라는 이름과 자리가 어떻게 슬기롭고 얼마나 어질게 아이들한테 이야기씨앗을 남길 길일는지 헤아려 보기를 빌 뿐이다.


ㅍㄹㄴ


어떤 형태로 대통령이 물러나든 그 이후 60일 이내에 다음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문 전 대표는 그 끝에 “필요하다면 국민들의 공론에 맡긴다”를 붙인 것이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이라면 그 법을 바꾸기 전에는 무조건 실시를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그가 왜 그런 후렴을 붙이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몇 번의 언론사 인터뷰가 있었고, 그때마다 나와 인터뷰를 하는 안이 거론됐지만, 청와대의 참모들은 매번 반대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171, 172쪽


+


나의 필력이 는 것도 아니고

→ 나는 붓심이 늘진 않았고

→ 글솜씨가 늘지는 않았고

7쪽


아주 가끔씩 밥은 먹던 사이였다

→ 아주 가끔 밥은 먹던 사이였다

17쪽


당황하여 말의 두서가 없기 마련이지만

→ 얼떨떨해 말이 앞뒤가 없게 마련이지만

→ 놀라서 말을 되는대로 하게 마련이지만

→ 허둥지둥 말을 하게 마련이지만

→ 헤매면서 말이 엉키게 마련이지만

35쪽


의제를 오랫동안 유지했던 것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가능했던 일은 아니었다

→ 우리 뜻만으로 밑감을 오래 이을 수 있지 않았다

→ 우리 마음만으로 밑일을 오래 버틸 수 있지 않았다

44쪽


왜 그런 후렴을 붙이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 왜 그리 뒷가락을 붙이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 왜 그리 되풀이를 하는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171쪽


처음부터 그는 매우 논쟁적인 지점을 짚고 있었다

→ 그는 처음부터 크게 부딪칠 곳을 짚었다

→ 그는 처음부터 세게 맞붙을 데를 짚었다

36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