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날마다, 응급실 - 병원의 최전선에서 사람 살리는 이야기 ㅣ 날마다 시리즈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2년 10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7.18.
인문책시렁 489
《날마다, 응급실》
곽경훈
싱긋
2022.10.21.
‘병원(病院)’은 “아픈(병·病) 사람이 모이는 집”입니다. 아픈 사람이 어디가 아픈지 짚고서 돌보는 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 아픈 사람은 갈 일이 없기도 하고, 좀 아프더라도 스스로 보금자리에서 돌보는 사람도 갈 일이 없습니다.
예부터 누구나 스스로 ‘집’에서 모두 짓고 살았습니다. ‘짓는 곳’이라서 ‘집’이고, ‘지으며 지내는 곳’이라서 ‘집’입니다. 밥옷집도 짓지만, 말과 이야기도 짓습니다. 살림과 사랑을 짓고, 무엇보다도 사람으로서 철들어 어른으로 서면 새롭게 사랑으로 마주하는 두 사람이서 새롭게 숨빛을 지어서 아기를 낳습니다. 이러한 집이기에, 살아가는 모든 길을 스스로 지으며 지내는 터전이고, 아프거나 다칠 적에도 누구나 집에서 돌보고 다스렸어요.
오늘날 우리는 따로 돌봄터(병원)를 다니곤 합니다. 손수짓기가 아니라 사들이기(소비생활)를 하느라, 집에서 모두 짓거나 지내지 않거든요. 요새 누가 집에서 놀까요? 이제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조금 늘되 아직 집을 ‘일터이자 쉼터이자 놀이터이자 지음터이자 만남터이자 이야기터’로 삼는 분은 너무 적어요. 무엇보다도 집을 ‘돌봄터’로도 못 삼기 일쑤입니다.
《날마다, 응급실》은 갑작스레 다치거나 아픈 이웃을 돌보는 일을 맡은 분이 날마다 겪은 삶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꾸러미입니다. 일하는 보람도 클 테지만, 일하며 치러야 하는 가시밭길도 만만하지 않구나 싶어요. 아무래도 돌봄터에서도 갑작칸(응급실)은 다치거나 아픈 사람 가운데서도 더 다치거나 아주 아픈 사람이 갑자기 들이닥칠 테니 더더욱 마음을 쓰게 마련입니다.
예전에는 한자로 ‘의원(醫院)’이라 했습니다. 돌봄지기가 있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오늘날은 한자로 ‘병원’을 널리 쓰는데, ‘아픔’을 이름에 붙이기보다는 ‘돌봄’을 붙여야 어울리지 않을까요? 돌봄터에서 일하는 누구나 “돌보는 보람”과 “돌보는 빛”을 나누고 누리고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ㅍㄹㄴ
직원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도 역시 맛이 없다. 특별한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환자에게 제공하는 식사를 만드는 인력이 직원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17쪽
배달음식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도 종종 마주한다. 그럴 때는 편의점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대학병원에는 인턴과 레지던트 같은 전공의뿐 아니라 엄청난 숫자의 환자와 보호자가 숙식을 해결하며 생활한다. 20쪽
종합병원이라는 조직은 군대와 매우 비슷하다. 병원이 지닌 “환자의 생명을 구한다”는 목적은 군대의 ’적을 효과적으로 살해한다“는 목적과 대척점에 있으나 나머지는 소름 끼칠 만큼 비슷하다. 62쪽
태움으로 대표되는 괴롭힘 문화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태움과 강도 높은 실무교육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둘은 분명히 다르지만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67쪽
그렇다면 환자는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부모님이 이혼한 후,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으며 최근에는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것이 우리가 아는 전부였다. 142쪽
+
《날마다, 응급실》(곽경훈, 싱긋, 2022)
형광등의 빛은 밝고 차갑다
→ 불빛은 환하고 차갑다
4쪽
술집의 바(bar)를 닮은 긴 가구에는
→ 술집널을 닮은 긴 세간에는
→ 술집 가로대를 닮은 긴 살림에는
5쪽
응급실을 찾기 마련이다
→ 바로칸을 찾게 마련이다
→ 갑작칸을 찾아온다
6쪽
시간이 흐르면 해프닝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 나중에 뜻밖일로 떠올리곤 하지만
→ 다음에 웃으며 되새기기 일쑤이지만
6쪽
푸른 하늘에 펼쳐지는 가을에나
→ 파란하늘인 가을에나
→ 하늘이 파란 가을에나
11쪽
레지던트 시절 내내 위와 같은 푸념을 종종 마주했다
→ 작은돌봄이 무렵 내내 이 같은 푸념을 곧잘 들었다
→ 풋돌봄이 즈음 내내 이 같은 푸념을 이따금 들었다
→ 햇돌봄이 때에 내내 이 같은 푸념을 익히 들었다
40쪽
전형적인 상명하복의 구조를 지닌다
→ 그냥 시킴질이다
→ 그저 벼슬질이다
→ 뻔히 웃질이다
→ 으레 위아래이다
57쪽
뿌듯함 대신 씁쓸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 뿌듯하기보단 씁쓸하고 안타까우며
→ 뿌듯하기보단 쓸쓸하고 안타까워
86쪽
기저질환은 없습니다
→ 늘앓이는 없습니다
→ 밑앓이는 없습니다
97쪽
출혈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직접 압박이다
→ 피가 나면 둘러싸기부터 한다
→ 피가 멎으려면 먼저 친친 감는다
105쪽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낯선 존재는 혐오와 비난의 대상이다
→ 몇몇을 빼면 낯설수록 미워하고 헐뜯는다
→ 몇몇 말고는 낯설다며 싫어하고 할퀸다
15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