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했어 사과꽃 현대시 2
신현림 지음 / 사과꽃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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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7.16.

노래책시렁 552


《새로 시작했어》

 신현림

 사과꽃

 2023.2.17.



  누구한테나 밤과 낮이 갈마듭니다. 밤만 보내거나 낮만 누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밤만 있거나 낮만 있는 숲이나 바다는 없습니다. 밤만 있다면 모두 시들면서 얼어죽을 테고, 낮만 있다면 모두 녹으면서 불타겠지요.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이 있습니다. 씨앗을 품는 암꽃이 있고, 씨앗을 풀어내는 수꽃이 있어요. 온누리 모든 ‘둘’은 나란하게 가면서 ‘함께’ 빛납니다. 한쪽으로 기울 적에는 다른쪽이 눌릴 뿐 아니라 힘겹고 아프고 다칩니다. 어깨동무를 하면서 왼발과 오른발을 내딛기에 온몸을 가볍게 놀리면서 앞옆뒤 어디로나 마음껏 갈 수 있어요. 《새로 시작했어》를 돌아봅니다. 우리말 ‘새(새로·새롭다)’에는 이미 ‘처음’이라는 밑뜻이 흐릅니다. 처음으로 나서기에 새롭거든요. 일본스런 한자말 ‘시작’은 ‘첫짓기(처음하기)’를 나타낼 테니, “새로 시작했어”처럼 겹말을 쓰기보다는 “새로 걸어”나 “새로 해”나 “새로 가”나 “새로 볼래”처럼 풀 만합니다. 이제껏 눈을 제대로 뜨지 못 한 줄 알아챘기에, 오늘부터 눈뜨려는 길입니다. 여태껏 몸을 제대로 펴지 못 한 줄 알아냈기에, 바로 이곳에서 기지개를 켜면서 뛰어오르려는 길이고요. 사이를 틔우기에 싹트는 씨앗입니다. 사이가 없거나 틈이 없으면 틀에 박히는 숨결입니다. 오늘날 배움터(학교)나 삶터(사회·정부)는 새걸음을 내딛는지, 아니면 뒷걸음이나 제자리걸음에 갇히는지, 차분히 바라보면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ㅍㄹㄴ


우리는 멈춰 질문하지 않고 / 그저 바쁘게 달리기만 했더라 / 왜 사는지 모르고 바쁘기만 했어 (모든 지식이 엉터리였다/22쪽)


전쟁도 마케팅이구나 난 몰랐어 / 혁명도 약탈자의 돈 벌기였어 난 몰랐어 / 민중이 이용당한 게 세계사더라 난 몰랐어 (그들의 마케팅/73쪽)


진실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 그저 싸이렌 소리처럼 울려대며 / 외롭지 않으려 모이거나 / 앵무새를 닮아 누가 외치면 / 따라 하기에 바빴다 (뒤집혔다/120쪽)


+


《새로 시작했어》(신현림, 사과꽃, 2023)


한 문명의 언덕이

→ 옛살림 언덕이

→ 지난삶 언덕이

13쪽


새로 시작하는 건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거야

→ 새로 여는 길은 나를 제대로 아는 일이야

→ 새로 해보면 나를 제대로 알아가

→ 새로 하기에 나 스스로 제대로 알아

17쪽


나이를 먹는 건 실수를 줄여가는 거예요

→ 나이를 먹으며 잘못을 줄여가요

→ 나이먹기란 말썽 줄이기예요

18쪽


삶 속으로 뛰어!

→ 삶으로 뛰어!

45쪽


딸의 웃음소리에 나도 웃고

→ 딸 웃음소리에 나도 웃고

→ 딸이 웃으니 나도 웃고

→ 딸이 웃고 나도 웃고

56쪽


발아래만 보다

→ 발밑만 보다

81쪽


이별의 칼자루를 먼저 쥐고 싶어서지

→ 떠나는 칼자루를 먼저 쥐고 싶어서지

→ 보내는 칼자루를 먼저 쥐고 싶어서지

124쪽


누군가는 당신이 애쓰고 힘들었건 시간과 눈물을 이해하고

→ 누구는 그대가 애쓰고 힘들던 나날과 눈물을 살피고

→ 누구는 네가 애쓰고 힘들던 무렵과 눈물을 헤아리고

13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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