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장마철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푸른별은 “하나인 별”이되, 터마다 기운과 숨결이 달라. 다 다른 터요 기운이며 숨결이기에, 모든 곳에서 태어나서 살아가는 숨붙이도 다르지. 나무가 다르고 새가 달라. 풀이 다르고 풀벌레가 달라. 밀과 감자가 잘 자라는 터가 있고, 벼와 옥수수가 잘 자라는 터가 있어. 포도와 올리브와 커피가 잘 자라는 터가 있고, 배와 배추와 사탕수수가 잘 자라는 터가 있어. 그래서 터마다 살림살이가 다르고, 살림살이에 따라서 말씨가 다르지. 네가 사는 곳에 ‘장마’가 있다지. ‘가뭄’도 있고. 생각해 보렴. 왜 네 철 내내 비가 골고루 내리기보다는 장마와 가뭄이 따로 있을까? 왜 낮이 긴 철과 밤이 긴 철이 있을까? 왜 더운 철과 추운 철이 있을까? 낟알을 넉넉히 거두는 철이요 해라면, 누구하고나 넉넉히 나누고 베풀 노릇이야. 낟알이 덜 여물거나 가물면, 저마다 조금 먹고 아끼면서 지낼 노릇이야. 넉넉하기에 아낌없이 나누고 펴면 돼. 가난하기에 아끼고 줄이고 받으면 돼. 어느 때이건 기쁜 삶인 줄 바라볼 일이지. 가뭄이 있기에 비가 고마운 줄 느끼고 배우지. 장마가 있기에 해가 반가운 줄 느끼고 배워. 밤이 있기에 누구나 포근히 쉬고 자야 하는 줄 느끼고 배워. 낮이 있기에 서로서로 돕고 어울리고 이야기하는 줄 느끼고 배워. 철마다 늘 다르기에, 이처럼 다른 철빛을 눈여겨보고 받아들이는 사이에 차츰 어질게 눈뜰 수 있어. 아이는 한 해에 걸치는 네 가지 철을 차근차근 겪고 마주하면서 눈과 손과 발과 몸과 머리와 마음을 북돋아. 해마다 새롭게 철들어서 어른으로 일어서기에 문득 사랑이 피어난단다. 2026.7.9.나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