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책임이 없는
안 배우는 사람은 없는데, “안 배우는 시늉”과 “배우는 흉내”에 젖으면서 그만 틀에 갇히는 사람이 있어. 틀에 갇히면 ‘시늉·흉내’와 ‘척’이 있을 뿐이야. 시늉과 흉내와 척을 하느라 ‘배우’는 길과 멀고, ‘익히’는 살림을 등지지. 책을 안 펴거나 글을 안 쓰기에 “안 배움”과 “안 익힘”이 아니야. “펴는 책마다 똑같거나 비슷하다”면 ‘읽는시늉’이지. 낯설다고 여겨서 안 펴는 책이 있다면, 오히려 틀을 더 단단히 세우면서 갇혀. ‘책읽기’를 하려면 모든 책한테 다가가서 모든 책과 마음을 나눌 노릇이야. 보렴. 네가 ‘나무’를 알고 싶다고 할 적에 “몇 가지 나무”만 좋아하면 될까? 나무 한 그루가 살아가는 “네 철”과 “열두 달”과 “365날”을 하나씩 짚으려 하지 않고서 나무를 배우거나 알아간다고 할 수 없어. 네가 ‘새’를 알고 싶다고 할 적에도 같아. 모든 새를 눈여겨보고, 모든 새를 아껴야지. 네가 마음에 두며 사귀다가 함께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너는 ‘그사람’을 둘러싼 온모습을 지켜보고 품을 노릇이야. 무엇보다도 네가 너(나) 스스로를 참답게 알고 싶을 적에는 ‘좋고나쁨·옳고그름·틀림맞음’을 모두 내려놓고서 그대로 마주하며 품어야지. 왜 숱한 사람이 제몫(책임)을 안 지려 하겠니? “배우는 흉내”에 갇히거든. 게다가 “안 배우는 시늉”까지 하더니 그만 안 배우는 틀로 굳어버려. 배우고 익히는 사람은 늘 제몫(책임)을 다한단다. 배우고 익히기에 손을 내밀어 나무를 쓰다듬어. 배우고 익히기에 어깨에 새를 앉혀. 배우고 익히기에 바람과 하늘과 바다와 비를 읽어. 너는 어떤 하루인지 돌아보렴. 네가 조금이라도 ‘시늉·흉내·척’이 있다면 이제는 다 털어내기를 바라. 2026.6.23.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