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지렁이는
지렁이는 집이자 삶터이자 일터이자 놀이터가 그저 ‘흙’이야. ‘흙’이어야 살고, 흙이어야 일하고 놀아. 흙이 아닌 데에 지렁이를 놓으면 몹시 괴로워하다가 그만 죽어. 사람은 “집이자 삶터이자 일터이자 놀이터”인 곳이 어디일까? 사람은 집·삶터·일터·놀이터가 언제나 하나로 흐르는 즐거운 하루일까? 아니면 네 곳이 몽땅 따로따로인 채 헤매거나 괴롭거나 지치는 하루일까? 하루가 괴롭거나, 일이 괴롭거나, 노는데 괴롭거나, 사는 터전이 괴롭거나, 집이 괴롭다면 어떡해야 할까? 바로 이럴 적에 ‘생각’을 할 노릇이야. 지렁이뿐 아니라, 새와 나비와 물고기와 벌레와 짐승은 집·삶터·일터·놀이터를 어떻게 두니? 넷을 따로 두니? 넷이 하나로 어울리는 곳이 아니라면 모두 괴롭고 지치고 아프게 마련이야. 모든 목숨붙이는 “하나인 바람”과 “하나인 물”과 “하나인 땅”과 “하나인 해”를 맞아들이면서 “하나인 빛”을 품기에 살아갈 수 있어. 넷 가운데 한 가지라도 삐걱거리면 주저앉아. 넷을 늘 한동아리로 엮고 펴고 나누기에 즐겁고 튼튼하고 슬기롭고 가멸차. 어디를 보거나 무엇을 보는지 곰곰이 짚을 적에 하루가 빛나. 어디를 보는지 모르거나 무엇을 보는지 잊을 적에는 하루가 캄캄해. 길은 늘 네가 선 곳부터 내. 길은 늘 네가 갈 곳까지 이어. 길은 늘 네가 스스로 한 발짝씩 디디며 나아가. 길은 늘 네가 다가서려는 곳으로 맞물려. 얼핏 “길이 아닌가?” 싶어 헷갈리거나 헤맬는지 몰라. 그러나 모든 길은 네가 마지막으로 그곳에 닿을 때라야 알아보게 마련이야. 너는 네 길을 제대로 가는 줄 느끼면서 걸으면 돼. 돌아가거나 제자리걷기를 하더라도 마침내 끝에 다다르거든. 2026.6.22.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