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밥상 - 유기농 대표농부 10집의 밥상을 찾아서
안혜령 지음, 김성철 사진 / 소나무 / 200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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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농부의 밥상
- 글 : 안혜령
- 사진 : 김성철, 이혜영
- 펴낸곳 : 소나무(2007.2.5.)
- 책값 : 11000원


 

 이 책 하나 30 ― ‘아파트 밥상’을 떠나 ‘농사꾼 밥상’으로
 : 안혜령 씀, 《농부의 밥상》



 〈1〉 나누는 밥


 새벽 일찍 잠에서 깹니다.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드니 새벽 일찍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일손을 붙잡는다든지 술 마시거나 논다고 법석을 떤다든지 하면, 마땅히 새벽에 일어나지 못합니다.

 옥상마당으로 나와서 새벽별을 올려다봅니다. 새벽달도 봅니다. 새벽하늘은 아직 어둡습니다. 이 어둠을 뚫고 전철이 지나갑니다. 아, 이 새벽에 훨씬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군요. 전철을 모는 기사가, 전철을 타는 사람들이.


.. 이 푸성귀들은 모두 이 집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이다. 맘먹고 재배하는 왕고들빼기를 빼면, 나머지는 한 번 씨뿌려 둔 채 굳이 돌보지 않아도 절로 잘 자란다 … 이렇듯 갖가지 푸성귀를 철따라 두루두루 먹으려면 무엇보다 “심기를 골고루” 해야 한다. 식물도 사람처럼 일대기가 있어 맛있는 때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  〈15∼16쪽〉


 잠깐 새벽바람을 쐰 뒤 방으로 들어옵니다. 부엌으로 가서 전기밥솥을 열고 밥 한 숟가락을 뜹니다. 우걱우걱. 며칠 된 밥은 말라비틀어지고 있습니다. 밥을 할 때면 한두 끼니 먹을 만큼만 해야 하는데. 콩과 누런쌀 불리기에 시간이 걸린다는 핑계로 자꾸 여러 끼니 먹을 만큼 하다 보니, 며칠 묵히면 이렇게 되고 맙니다.


.. 더 갖기를 원하지도 않거니와, 있는 것 허투루 버리는 일도 없다. 이들이 오기 전 이곳에 살던 동광원 수녀들이 쓰던 걸레를 장금실 씨는 4년을 더 썼고, 찌글찌글한 양은 밥상 하나 물려받은 것을 20년째 탈없이 쓰고 있다 ..  〈20∼21쪽〉


 그제 낮, 이웃한 막걸리집에서 김장을 하신다기에 쭐래쭐래 찾아가서 일손을 조금 거듭니다. 저는 옆에서 사진을 찍고, 옆지기는 팔을 걷어붙이며 배추속 넣기를 합니다. 막걸리집 아주머니와 아저씨뿐 아니라 당신들 자식과 며느리까지 찾아와 해거름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허리 아프도록 일을 합니다.

 막걸리집(낮에는 밥집으로만 하는 곳) 손님들 먹일 김치이면서, 당신들도 함께 먹을 김치이기 때문에 허투루 담지 않습니다. 젓갈도 넉넉히, 양념도 넉넉히.


.. 부인이 아쉬워할 때마다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도구며 연장 뚝딱 만들어내는 그 재미가 공예품 만들어내는 것 못지않으니, 실제로 밖에서는 작품 대접 받는 옛 물건들이 이 집에서는 구석구석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살림살이다 ..  〈41∼44쪽〉


 저녁 나절, 자전거 모임으로 알게 된 아주머니가 놀러옵니다. 선물이라면서 큰 반찬통을 하나 내밉니다. 반찬통에는 잡채가 가득 담겼습니다. 어젯밤 한 시부터 부지런히 무치셨다고. 아이고, 선물이라 해도 이렇게나 많이. 맛을 보니 우리 입에 찰싹 달라붙도록 싱겁습니다. 잔치집에서 으레 먹는 잡채처럼 달거나 짜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잡채 한 젓가락에 김치 한 점에 밥 한 숟가락이면 속이 든든하겠어요.

 지지난주, 동네에 자리하고 있는 ‘지역 공동체 예술’ 운동을 하는 분들이 갓김치를 한 접시 선물해 주셨습니다. 당신들로서는 처음으로 손수 심은 푸성귀를 손수 거두어서 손수 해 본 김치였다는데, 손수 거두고 무치고 해서 그런지 아주 맛있다고 합니다. 저는 벌건 김치는 손을 못 대지만, 옆지기는 맛있다고 이야기합니다.


.. 또 하나, 죽전산 이 골짜기가 이삼 년 안으로 사라지는 것도 근심스러운 일이다. 이미 마을 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효문공업단지’라는 것이 드디어 이 골짜기까지 확장해 들어오게 되었으니, 이삼 년 안에 이 댁은 근 삼십 년 만에 다시 이삿짐을 싸야 할 형편이다. 집이야 새로 구하면 될 터이나, 이십 년 동안 정성을 들인 논밭이 사라질 것이 마음이 아프다. 땅을 새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거니와, 가뜩이나 몸이 아프고 보면, 그야말로 “그놈의 농사” 이참에 그만두어야지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서운함을 이기지 못해 “농사 조만치라도 짓는 데 가야 짚공예도 하지” 생각도 한다 ..  〈58쪽〉


 하루 내 김치 담그느라 애쓴 옆지기도 달래고, 또 도서관으로 놀러온 자전거 모임 사람들하고 길게 이야기도 나누려고 신포시장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닭집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한참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는데, 닭집 아저씨가 가재를 덤 안주로 건넵니다. 닭집 아저씨는 ‘우리가 시키지 않은’ 안주를, 그것도 ‘차림판에 없는’ 안주를 슬그머니 한 접시 내밀어 주시곤 합니다. 요리 솜씨 좋은 아저씨는 늘 웃으면서 칼질을 합니다. 오징어데침을 부탁하면 당신 가게 옆에 있는 물고기집에 가서 싱싱한 놈으로 사 와서 그 자리에서 손질해서 데쳐 줍니다. 저잣거리에 자리한 술집이니 이렇게 할 수 있겠지요.





 〈2〉 밥과 아파트


 그제, 도서관에 놀러온 한 분이 귤을 한 상자 자전거 짐받이에 묶어서 가지고 오셨습니다. 짧지 않은 거리를 가볍지 않은 귤상자를 매달고 오시다니.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으로 귤을 까서 먹습니다. 냠냠짭짭 하다가 문득, 우리가 철따라 먹는 귤이며 능금이며 배며 딸기며 땅감이며 수박이며 참외며 복숭아며 살구며를,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거두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요즈음은 철을 따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열매들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나는 열매만으로도 우리 나라 사람들 배를 채울 만큼 될까요?

 인터넷 찾아보기를 합니다. 지금 우리 나라 식량자급률은 25%쯤이라는군요. 쌀을 빼면 5%가 안 된다고 합니다. 해마다 떨어졌으니, 앞으로는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올라가지 않으리라 봅니다. 농사꾼이 되려는 사람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시골사람도 도시로만 나오고, 도시사람이 시골로 찾아가 농사꾼이 되려고도 하지 않는 한편, 도시에서 텃밭농사라도 짓는 사람은 너무 드무니까요.

 그렇지만 우리들은 감자며 양파며 파며 무며 배추며 호박이며 오이며 고추며 부추며 버섯이며 시금치며 얼갈이며 철없이 사서 먹고 있습니다. 집에서 밥을 하지 않고 바깥밥을 사먹는다고 해도, 밥집에서도 어디에선가 푸성귀와 곡식을 사 와서 할 테지요. 회사를 다니는 분들이 도시락을 싸 오지 않아서, 집에서 먹는 ‘쌀 부피(쌀 소비량)’가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밖에서 사먹는 ‘쌀 부피’는 적지 않아요. 어쩌면, 밖에서 사먹는 ‘쌀 부피’가 더 많을지 모릅니다.

 그러면, 지금 우리 나라 농사꾼들이 거두어들이고 있는 쌀만으로도 우리 나라 도시사람들 밥그릇을 댈 수 있을까요. 그나마 ‘쌀 한 가지’만 놓고 보았을 때.


.. 몸이 안 좋거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할 때 만든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것은 음식 해 본 사람은 누구라도 경험한 바가 있을 것이니, 그이는 나아가 식구들 몸과 마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음식을 할 때면 늘 밝은 마음을 가진다 ..  〈77쪽〉


 인터넷으로 ‘식량자급률’ 숫자를 살펴보다가, 이 나라 신문 매체 가운데 한 곳도 빠짐없이 “낮은 식량자급률 걱정”과 “식량안보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도 봅니다. 그런데, 낮은 식량자급률과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모든 신문 매체가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를 외치지는 않습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뿐 아니라 ‘쌀시장 개방’ 문제에서도 그러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맺는 협정뿐 아니라, 나라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막개발을 놓고도 생각할 일입니다. 지금 온 나라는 ‘아파트 새로 짓기’가 엄청나게 물결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새로 깔기’ 또한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인천에서 도시엑스포를 하고, 2012년에는 여수에서 또다른 엑스포를 한다지요. 2014년에는 인천에서 아시아경기대회를 한답니다. 행정수도를 충청도로 옮긴다면서, 충청도 논밭을 시멘트로 갈아엎고 새로운 공공기관 건물과 공무원들 깃들 아파트를 올려세울 계획이 나와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도시엑스포니 아시아경기대회니 하면서, ‘지은 지 몇 해 안 되는 아파트와 몇 가지 공공시설’ 있는 자리를 빼고 모두 쓸어없앤 뒤 새로운 아파트로 올려세우는 정책을 안상수 시장이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엑스포니 운동경기 세계대회니 하는 것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우리 나라 시골과 산골까지도 아파트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논밭을 가리지 않습니다. 시멘트집은 강둑과 바닷가를 가리지 않습니다.


.. 산 끼고 바다 끼어 물산이 풍부한 지역인데, 안주인 최정화 씨는 “먹는 데 그렇게 신경 안 쓴다”고 말한다. “여기서 나는 걸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간혹 손님들이 사 오는 고기를 맛보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생선 좀 사다 먹는 일도 있지만, “밭에서 나는 것도 다 못 먹는데, 고기까지 먹는다는 것은 없는 사람한테 부끄러운 일”이라 “배추, 고추, 된장, 고추장만 있으면 오케이”라고 한다 ..  〈84∼85쪽〉


 한쪽에서는 ‘식량주권이 사라진다’고 입으로 외치고 손으로 글을 쓰는 우리들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식량주권을 지킬 논밭을 아파트로 바꾸려’고 몸으로 움직이고 머리로 돈벌이 셈을 하는 우리들입니다.


.. 옷을 서로 나눠 입고, 그 옷이 다 낡고 해지도록 외출복에서 평상복 또는 아동복, 작업복, 기름 닦는 걸레로 재활용되니, 소비가 미덕인 시대 정신에는 역행하는 것일지 모르나, 이름뿐인 생태주의보다 삶의 내용이 훨씬 알차다 ..  〈116쪽〉


 《즐거운 불편》(달팽이,2004)이라는 책을 쓴 일본 신문기자 ‘후쿠오카 켄세이’ 님은, 소비사회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많은 돈을 벌어서 많은 돈을 쓰고 많은 기계문명을 누리고 살아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자기 몸과 마음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가 돌아보고자 ‘불편하게 살기’로 마음먹고 하나씩 몸으로 옮겼습니다. 이분이 맨 처음 몸으로 옮긴 일은 ‘자전거 타기’이고, 맨 마지막 몸으로 옮긴 일은 ‘농사짓기’입니다. 우리로 치면, 서울에 살고 서울에 있는 큰 신문사를 다니는 사람인데,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기만이 아니라 농사짓기까지 해냅니다. 마지막 ‘즐거운 불편’을 이루어내면서 우리들한테 한 마디 합니다. ‘하나도 어렵지 않다’고, ‘하나씩 이루어 갈수록 즐거웠다’고, ‘무턱대고 목표에 이르려고 할 때면 나나 식구들이나 힘들었지만, 식구들과 함께 목표에 이르려고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었을 때 그야말로 이런 즐거운 불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마지막까지 이루어 가는 동안 ‘불편’이 떨어져 나가서 ‘즐거운 삶’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3〉 학교와 아파트


 국민학교 적 동무가 숭의야구장 건너편에서 체육사를 합니다. 다음해에 다섯 살이 되는 딸내미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딸내미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은데, 동네에 마땅히 보낼 만한 곳이 없답니다. 녀석과 제가 나온 국민학교, 또 녀석네 어머님이 1회 졸업을 한 국민학교에 부설유치원이 있어서 그곳을 알아보니, ‘학교 선생님네 아이들만 받아요’ 한답니다. 답동성당을 끼고 있는 이름난 유치원은 집하고 가깝기는 하지만, 워낙 이름난 곳이라 먼 데에서 찾아와 줄서서 기다리는 곳이니 엄두가 안 납니다. 어렵사리 알아본 곳은 주안에 자리한 곳으로, 버스로 데려다준다고 하지만, 집에서 유치원까지 40분 거리. 내 동무 이야기라고만 느끼지 않습니다. 이 동네에서 살아가는 모든 젊은 부부네 일이라고 느낍니다.


.. 공동체 회원이라고 해서 늘 마음이 하나일 수는 없다. 특히 돈이 되니까 유기농하겠다고 하는 이들을 대할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 예컨대 강순희 씨는 “아직 미비한 것이 많다”지만 제 집에 없거나 모자라는 식품은 물론이고 일상용품까지 몽땅 한살림에서 구입해 쓴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 짐작되는데, 그이가 이를 기꺼이 감수하는 것은, “내 곡식은 비싸게 팔아먹겠다 하면서 남의 것은 비싸다고 안 먹는” 것이 결코 더불어 사는 자세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독거리면서 같이 가야” 된다는 마음이 너글너글하다 ..  〈151쪽〉


 인천 중구와 동구는 오래된 동네입니다. 개발업자들 말을 빌면 ‘구 도심’입니다. 동네사람들 말을 빌면 ‘오래된 삶터’입니다. 학교장과 공무원들이 보기에는 ‘땅 팔고 아파트 많은 곳으로 옮겨 가면 학교 장사가 잘될’ 듯하여, 초중고등학교 가리지 않고 하나둘 ‘아파트 새로 많이 올려세운 곳’으로 옮기는 곳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이 동네에 오래도록 깃들고 있던 작은 집을 허물고 30층짜리, 50층짜리 아파트를 올려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들 있습니다.

 초중고등학교를 자꾸만 다른 구로 옮겨 버리면서 이 동네에 아파트를 50층짜리로 새로 올려세운다고 할 때, 이 아파트에 와서 살 사람은 ‘아이가 없어야’겠어요. 아이가 있으면 유치원조차 보낼 수 없으니까요.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자꾸만 옮겨가니까요. 학교는 또 나중 문제라서, 그때가 되면 서울 강남 어디메에서 일어났듯이, ‘상고를 헐고 인문고로 바꾼다’는 소리, ‘서민들 작은 집을 쓸어내고 학교로 바꾼다’는 소리를 내놓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 김치를 담든 된장을 담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성”이다 … 담배며 고기보다 더 나쁜 것이 가공식품이라고 생각한다. 정성만 없는 것이 아니라 농약과 방부제, 온갖 화학조미료가 듬뿍 든 가공식품은 다른 무엇보다도 “피를 탁하게 하기” 때문이다 ..  〈174쪽〉


 제 삶터인 인천만 동네 쉼터라 할 수 있는 공원이 없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일산 같은 곳에는 호수공원이 있고 분당 같은 곳은 강줄기를 따라서 공원이 마련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이런 데 말고, 바로 집 앞에 마련된 쉼터, 차소리와 차방귀 없이 느긋하게 쉴 수 있는 한편,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놀 수 있는 빈터는 얼마나 될까요. 아파트 놀이터는 사라지고, 아파트 주차장만 엄청나게 커진 오늘날,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또 어른들은 무슨 재미를 누릴까요. 집안에 들여놓은 ‘최신식 전자기기’들로? 인터넷으로? 풀 HD TV로? 널따란 아파트 집구석에 꾸며놓는 놀이기구나 책꽂이로?

 새로 짓는 아파트들 목숨이 기껏해야 스무 해나 서른 해입니다. 이 새로 지은 아파트들은 하나같이 ‘아토피 피부병’에 걸리기 좋은 집들입니다. ‘새집병’이 생길밖에 없는 아파트들인데, 이런 새 아파트들 값이 장난이 아니옵니다. 이런 집들에서 겨우 숨붙여 살 만하게 될 때면, ‘자, 이제 재개발합시다! 재개발하면 돈 돼요!’ 하고 외치고들 있습니다. 건축업자들이야 ‘돈 돼요! 돈!’ 하고 외친다지만, 이런 아파트에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돈이 된대요! 돈이!’ 하면서 얼싸안고 있습니다.


.. “숨통이 트인 삶”을 살게 되면서, 그는 돈은 벌지 못했지만 그 대신 자연 안에서 누리는 자유로운 삶이라는 더 큰 선물을 얻었으니 ..  〈203쪽〉

 





 〈4〉 《농부의 밥상》이라는 책


 《농부의 밥상》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농사꾼들이 즐겨먹는, 아니 날마다 먹는 밥상을 죽 돌아본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농사꾼들은, 남다른 뜻이 있어서 남다른 일을 하는 분들인데, 이분들이 아닌 여느 농사꾼들 밥상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느낍니다. 덧붙여, 농사꾼이 아니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농사꾼 마음’을 잘 간직하고 있는 분들 밥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지요.


.. 어렸을 때 입맛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푸짐이ㆍ꽃님이ㆍ아루ㆍ보리, 이름도 어여쁜 네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는 제 기억대로 만든 음식들을 상에 올린다 ..  〈224쪽〉


 우리가 차리는 밥상에 놓인 밥그릇과 반찬그릇은 바로 우리들이 먹으려고 차려 놓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먹이려고 차려 놓습니다. 우리 어버이들을 먹이려고 차려 놓습니다. 때때로 이웃사람들한테 나누어 주기도 하니, 나와 내 식구와 내 둘레사람들 모두 먹을 수 있는 밥과 반찬입니다.


.. 보약이 어디 산나물뿐이겠는가. 진수성찬이라는 것과는 무관하나, 밭에서 길러 제철에 먹는 싱싱한 채소들도 여태껏 병원 신세 져 본 적 없이 건강한 이 집 식구들의 보약일 게다 ..  〈89쪽〉


 우리들이 날마다 하는 일은 얼마나 우리 삶을 가꾸고 있을까요. 우리 아닌 사람들, 그러니까 적어도 우리 집 식구들, 우리 동무들, 우리 이웃들한테도 도움이 되고 보람도 되며 즐거움도 나눌 만한 일이 되고 있을까요.

 우리들이 날마다 즐기는 놀이는 얼마나 우리 삶에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고 있을까요. 우리 아닌 사람들, 그러니까 적어도 우리 집 식구들, 우리 동무들, 우리 이웃들한테도 웃음과 눈물이 나며 재미있어서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즐길 만한 놀이가 되고 있을까요. (4340.12.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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