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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유전자를 조작해도 되나요? ㅣ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33
이상수 지음, 이창우 그림 / 철수와영희 / 2025년 10월
평점 :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6.6.28.
숲책 읽기 245
《선생님, 유전자를 조작해도 되나요?》
이상수 글
이창우 그림
철수와영희
2025.10.3.
옷을 지을 줄 알고, 밥을 지을 줄 알며, 집을 짓고 돌볼 줄 알 뿐 아니라, 아기를 낳아서 보살필 줄 아는 가시내가 걸어온 길을 차근차근 글로 남긴 붓이 드뭅니다. 아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이 태어나서 흘러온 발자취를 보면, 으레 사내끼리 거머쥐면서 남기는데, 하나같이 싸움박질과 임금자리하고 얽힌 줄거리로 가득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문’으로 적힌 ‘옛글(고전문학)’을 들여다보면 순 ‘임금바라기 + 중국바라기’입니다. “일하는 하루”와 “함께 일하는 손길”과 “나란히 살림하는 눈빛”을 담은 글은 그냥 없습니다.
우리가 배움터를 다니면서 듣는 ‘발자취(역사)’를 짚어 봅니다. 수글(사내가 쓴 한문으로 남은 글)로는 “살림하는 하루”나 “사랑하는 보금자리”나 “흙을 짓고 들숲메를 품는 손길”이나 “풀꽃나무한테서 배우는 숨결” 같은 이야기는 한 줄조차 못 봅니다. 이제는 누구나 암글(한글로 이름이 바뀐 훈민정음)을 쓰는 나날인데, 오늘 우리는 우리 발자취에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과 숲을 어느 만큼 담는다고 할 만할까요?
《선생님, 유전자를 조작해도 되나요?》를 돌아봅니다. ‘씨(유전자)’를 함부로 건드려서 ‘좋은’ 쪽으로 가려고 한다는 늪을 줄거리로 삼습니다. ‘유전자 조작’이라는 이름이 아니었어도 여태 ‘품종개량’이라는 이름으로 ‘씨바꿈’을 하려던 나라입니다. 참으로 목돈을 들여서 꾸준하게 씨바꿈을 합니다.
텃씨(토종씨앗)를 지켜서 돌보고 이으려는 흙지기는 ‘바꾸지 않은 씨’를 건사합니다. 우리 텃씨는 고을마다 다르고 고장마다 다르며 마을마다 다를 뿐 아니라, 집집마다 다르기까지 합니다. 한마을이라 해도 집집마다 건사하는 논밭은 흙이 다 다르고, 흙지기 손길이 다르게 닿아요. 똑같은 씨앗은 한 톨조차 안 나옵니다. 언제나 해바람비가 다르고, 밤에는 별빛이 다릅니다. 날아앉는 새와 벌나비가 다를 뿐 아니라, 개구리와 뱀과 미꾸라지와 가재와 물방개와 다슬기도 해마다 달라요.
푸른별에서 이어온 발자취를 짚자면,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씨앗으로 살림을 일구고 삶을 나누었습니다. “다르지만 하나인 터전”인 이 별에서 “하나이지만 다른 해바람비”를 골고루 누리면서 논밭을 가꾸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텃씨’를 품는 슬기로운 길이라면 바로 한 가지입니다. 고장·고을·마을·집마다 다르게 흐르는 흙결과 손끝을 헤아려서 누구나 손수 살림을 일구는 길을 북돋아야 할 테지요.
모든 씨앗을 똑같이 맞추면서 ‘좋게’ 바꾸려고 하는 뜻을 읽어낼 노릇입니다. 다 다른 모든 사람을 “똑같은 옷밥집에 꿰어맞춰”서 ‘생각’을 지우고 ‘마음’을 치우려는 사나운 짓을 꾀하는 얼거리입니다. 예부터 누구나 옷을 한 벌만 지어서 입었어요.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나리 같은 높자리에 있던 이들은 ‘옷짓기’나 ‘밥짓기’나 ‘집짓기’를 하나도 안 하면서 옷밥집을 잔뜩 얻기만 했습니다.
옷을 손수지을 적에는 스스로 제 몸마음에 맞춰서 살립니다. 집을 손수지을 적에는 스스로 제 삶터에 따라서 살립니다. 말을 손수지을 적에는 스스로 제 숨결을 살립니다. 글을 손수지을 적에는 스스로 제 이야기를 빛내어 살립니다.
무엇을 ‘발자취(역사)’로 여겨야 할는지 짚을 때라야 ‘씨(유전자)’를 찬찬히 읽습니다. 무엇을 돌아보고 남기고 물려주어야 할는지 헤아릴 때라야 ‘씨바꿈’이 무슨 짓인지 알아챌 만합니다. 손지음을 잊고 잃는 오늘날에는 ‘살림’이 있다고 볼 수 없겠지요. 옷밥집뿐 아니라 말글도, 이야기도, 숨결도 판에 박거나 틀에 박을 적에는 그들(권력자)이 길들이려는 쳇바퀴에 갇힙니다.
ㅍㄹㄴ
(사람은) 심지어 옥수수보다 1만 1000개 이상 적고 벼보다는 1만 7000개, 밀보다는 8만 7000개 정도가 적어요. 고등 생물일수록 유전자가 많은 것은 아닌 거예요. (23쪽)
바이러스는 죄가 없어요. 바이러스는 그저 자신의 복사본을 더 많이 퍼뜨리려는 유전자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에요. (40쪽)
사실 노는 개미는 아무 일도 안 하고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빈둥거리면서 알과 애벌레를 돌보고 집안일을 한다고 해요. (52쪽)
2018년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쌍둥이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어요 … 인간의 수정란은 실험용 요리재료가 아니에요. 인간의 수정란에 손을 대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건드리는 거예요. (80, 81쪽)
멸종한 메머드를 되살린다고 해도 새끼가 매머드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줄 어미가 없어요. (84쪽)
+
《선생님, 유전자를 조작해도 되나요?》(이상수, 철수와영희, 2025)
부모의 형질이 자손에게 전해지는 것을 유전이라고 해요
→ 어버이 밑씨가 아이한테 이을 적에 물림이라고 해요
→ 엄마아빠 밑빛을 아이가 받을 적에 잇는다고 해요
14쪽
형질에는 우성과 열성이 있는데 우성 형질은 열성 형질에 비해 힘이 세요
→ 길눈에는 윗줄과 뒷줄이 있는데 윗씨는 뒷씨보다 힘이 세요
→ 밑동에는 먼저와 나중이 있는데 먼저씨는 나중씨보다 세요
14쪽
최근 탈모로 고통 받는 사람이
→ 요새 머리빠져서 힘든 사람이
→ 요즘 머리털앓이인 사람이
17쪽
잘못된 생각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 잘못 여기면 이웃이 마음아플 수 있으니 삼가야 해요
→ 잘못 보면 둘레에서 마음앓이를 할 수 있으니 사려야 해요
18쪽
노란색 완두콩과 초록색 완두콩을 교배시켰는데 왜 중간 색깔인 연두색 완두콩이 나오지 않고 모두 노란색 완두콩만 나온 걸까
→ 노란 동글콩과 푸른 동글콩을 섞었는데 왜 가운빛인 옅푸른 동글콩이 나오지 않고 모두 노란 동글콩만 나올까
→ 노란 풋콩과 푸른 풋콩을 맺었는데 왜 사잇빛인 옅푸른 동글콩이 나오지 않고 모두 노란 동글콩만 나올까
20쪽
고등 생물일수록 유전자가 많은 것은 아닌 거예요
→ 윗자리일수록 씨톨이 많지는 않아요
→ 위켠일수록 알씨가 많지는 않아요
→ 높꽃일수록 밑씨가 많지는 않아요
23쪽
변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차이예요
→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씨앗에 따라 알맞게 달라요
→ 엄마아빠한테서 물려받은 씨틀에 따라 가볍게 달라요
31쪽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변이가 돌발적으로 생겨날 수 있어요. 이걸 돌연변이라고 해요
→ 갑자기 바뀔 수 있어요. 이때 톡톡 튄다고 해요
→ 갑자기 다를 수 있어요. 이때 새길이라고 해요
31쪽
바이러스는 그저 자신의 복사본을 더 많이 퍼뜨리려는 유전자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에요
→ 벌레는 그저 제 몸을 더 많이 베껴서 퍼뜨리려는 구실을 할 뿐이에요
→ 좀은 그저 제 몸뚱이를 더 많이 떠서 퍼뜨릴 뿐이에요
40쪽
날이 갈수록 지구는 뜨거워지고 가뭄은 잦아지고 있어요
→ 날이 갈수록 푸른별은 뜨겁고 가뭄은 잦아요
→ 날이 갈수록 파란별은 뜨겁고 가뭄은 잦아요
60쪽
손의 힘도 저마다 달라요
→ 손힘도 저마다 달라요
68쪽
유전자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만드는 설계도이지만 미래를 보여주지는 않아요
→ 씨톨은 우리 몸과 마음을 짓는 밑그림이지만 앞길을 보여주지는 않아요
→ 씨알은 우리 몸과 마음을 빚는 그림이지만 앞날을 보여주지는 않아요
69쪽
유전체란 생물이 지닌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해요
→ 씨몸이란 목숨에 있는 모든 씨앗값이에요
→ 씨집이란 목숨붙이에 있는 모든 씨값이에요
70쪽
이것을 유전자 변형 생물체(GMO)라고 해요
→ 이를 고친씨앗이라고 해요
→ 이를 바꾼씨앗이라고 해요
→ 이를 손댄씨앗이라고 해요
76쪽
인간의 수정란은 실험용 요리재료가 아니에요. 인간의 수정란에 손을 대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건드리는 거예요
→ 우리 숨씨는 뚝딱거릴 수 없어요. 우리 숨씨에 손을 대면 다른 삶을 건드려요
→ 우리 숨빛씨는 맛보기가 아니에요. 우리 숨빛씨에 손대면 이웃 삶을 흔들어요
→ 우리 씨앗은 놀잇감이 아니에요. 우리 씨앗에 손대면 이웃사람 삶이 흔들려요
8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