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여덟 해 만에 첫걸음 (2026.3.21.)

― 서울 〈책인감〉



  00:05에 눈을 뜹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움직여 봅니다. 어제 책짐을 짊어진 채 한참 걷고 일하고 시외버스와 전철을 달려서 남양주에 이르렀습니다. 등허리하고 장딴지가 아직 결립니다. 몸을 더 풀자고 여겨 02:25에 느즈막이 일어납니다.


  간밤에는 남양주에서도 별을 보았습니다. 새벽에는 이곳에서도 뭇새가 날아들며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침에 〈없이있는마을〉 이웃님하고 ‘돌보다·돌아보다’ 두 낱말이 어떤 밑뜻인지 들려주면서 ‘말·말씀’이 어떻게 다른지 짚는 이야기밭을 꾸립니다. ‘말씀’이 ‘말알(말씨알)’인 줄 모르는 분이 많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나라(공공교육)에서도 둘레(사회·인문수업·책·언론)에서도 제대로 들려주는 말글이 없다시피 하니까 모를 수 있을 테지요.


  이제 서울로 들어서서 고흥버스를 타려는데 14:40는 탈 수 없고 17:30을 타야합니다. 사이가 붕 뜹니다. 어찌할까 어림하자니 공릉동 마을책집 〈책인감〉을 느긋이 들르면 꼭 되겠군요. 2018년에 새로 연 이곳을 여덟 해 만에 첫걸음으로 찾아갑니다. 둘레에서는 아직도 춥다고 여기며 두툼옷을 꿰는 분이 많지만, 저는 깡똥소매·깡똥바지·맨발고무신입니다.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면 추울 까닭이 없습니다. 등짐을 메고서 걸으면 추워야 하지도 않아요.


  모든 글은 모든 말을 담을 적에 빛나지만, 지난날에는 수글(한문)에 갇혔고, 오늘날에도 수글(일제강점기 제국주의 군사용어)에 그대로 갇혔습니다. ‘옛수글’ 두 가지에 옮김말씨를 뒤섞은 글결을 ‘새수글(전문용어·문학용어·사회용어·시사용어)’로 삼거든요. 우리는 암글(한글)을 가꾸면서 ‘숲글’을 바라볼 적에 온마음을 온말에 담을 뿐 아니라, 온글로 옮길 만합니다. 온마음·온말·온글이 하나로 빛날 적에는 온삶·온살림·온넋을 헤아리면서 온사랑·온빛을 누구나 스스로 온사람으로 일어서면서 알아보고 깨닫고 눈뜰 만합니다.


  갓 태어난 노래그림책 《열두 달 소꿉노래》를 〈책인감〉 지기님한테 건넵니다. 열두 해가 걸린 듯싶습니다. 서른아홉 살이던 해에 열두 이웃님한테 하나씩 써서 건넨 노래인데, 그때 열두 이웃님이 태어난 달이 다 달랐습니다. 한 사람을 그리면서 이 한 사람이 어린이로 뛰놀던 옛모습을 헤아렸고, 오늘 이곳에서 뛰놀 어린이에다가 앞으로 태어나서 자랄 어린이하고, 여기에 제가 어려서 뛰놀던 나날을 겹쳐서 ‘네 사람 이야기를 다달이 하나씩’ 맡아서 쓴 노래입니다. 어제·오늘·모레를 신나게 뛰노는 ‘온아이’를 그린 셈입니다. 그나저나 오늘 첫걸음인 작은책집에 두걸음을 언제 새로 할 수 있으려나 애틋이 헤아리면서 고흥으로 돌아갑니다.


ㅍㄹㄴ


《동네책방 운영의 모든 것》(이철재, 책인감, 2019.3.20.첫/2022.3.25.고침)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조승리, 세미콜론, 2025.4.7.)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이지민, 정은문고, 2022.9.26.)

《열두 달 소꿉놀이》(최종규 글·유한아 그림, 문화온도씨도씨, 2026.2.22.)

《여자들의 테러》(브래디 미카코/노수경 옮김, 사계절, 2021.5.14.)

#ブレイディみかこ

《나의 친애하는 숲》(에두아르 코르테스/변진경 옮김, 북노마드, 2022.5.31.)

#Par la force des arbres (2020년) #EdouardCortes

《우리 그런 말 안 써요》(권창섭, 창비교육, 2024.10.15.)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이제니, 문학과지성사, 2019.1.1.)

《은지와 소연》(김은지·이소연, 디자인이음, 2023.12.20.)

《콜리플라워》(이소연, 창비, 2024.6.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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