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피어난다



‘고민’이라는 이름으로 머리를 싸매면서 근심걱정을 하기에 늘 스스로 괴로워. 삶이라는 자리에서는 괴롭거나 근심걱정할 일이나 놀이가 없어. ‘되’든 ‘안 되’든 그저 그대로 흐르면서 마주하는 길인걸. 물방울은 곧게만 흐르려 하지 않아. 이곳도 들르고 저곳도 거치다가 문득 나무나 새나 짐승이나 사람한테 슥 깃들고는 다시 나와서 깔깔거리며 흐르지. 모든 곳을 그저 마주하며 흐르려는 물줄기라서, 물결은 언제나 노랫가락으로 퍼지고 부서지다가 모여서 만나고 춤을 이룬단다. 넘어지는 삶과 일어서는 삶과 부딪히는 삶과 넘어서는 삶이 있어. 모두 물방울이 흐르듯 거치고 지나면서 하루하루 이어. 밤낮이 있고 팔다리가 있어. 머리가 있고 가슴이 있어. 맺는 씨앗이 있고, 피는 꽃이 있지. 내내 꽃만 피우지 않는 푸나무야. 늘 씨앗만 맺지 않는 푸나무이지. 어느 때를 거치고서 어느 날을 살아내어 어느 철에 이를 적에 비로소 눈을 틔우고서 꽃이 피어나고 씨앗길로 가. 모든 길은 하나씩 차근차근 나아가. 자, 나무는 근심걱정을 할까? 사람들이 마구 미워하거나 괴롭히거나 싫어하면 나무는 이 미움씨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시들어. 사람들이 푸른숲을 품으려 하면서 스스로 철빛을 헤아리는 터전에서는, 나무 스스로 때·날·철을 그리고 바라본단다. 잎을 못 틔울까 걱정하지 않아. 꽃을 못 피울까 근심하지 않아. 씨를 못 맺을까 조마조마하지 않아. 허물벗기와 날개돋이를 하는 벌레도 이와 같아. 근심걱정이 아닌, 때·날·철을 차근차근 품는 길에 선단다. 사람이라는 몸을 입은 너도 스스로 그리려는 꿈을 따라서 때·날·철을 하나하나 품으면 돼. 누구나 ‘나’로 나아가면서 깨어나기에 빛나. 저마다 ‘나’로 피어나기에 서로 만나. 2026.6.18.나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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