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낯설수록
귀에 익을수록 잘 듣거나, 눈에 익을수록 잘 보거나, 손에 익을수록 잘 할 수 있어. 귀에 익기에 귀를 슬그머니 닫거나, 눈에 익기에 눈을 슬쩍 감거나, 손에 익기에 슬며시 손을 뺄 수 있어. 익은 만큼 하거나 안 하기가 쉬워. 귀에 익지 않아서 귀를 닫거나, 눈에 익지 않아서 눈을 돌리거나, 손에 익지 않아서 손을 뗄 수 있어. 귀에 안 익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귀담아들을 수 있어. 눈에 안 익어서 곁에 두고서 눈여겨볼 수 있어. 손에 안 익어서 다시금 하고 새로 하면서 손길을 가꿀 수 있어. 늘 두 갈랫길에서 네가 그때그때 골라. 낯설수록 싫거나 두려워서 그만 내치거나 미워하기도 하는데, 낯설수록 궁금하기에 문득 다가가면서 ‘새롭다’는 길로 틀 수 있지. 너는 어떻게 이 하루를 살아내니? 익숙하다고 여기는 그대로 잇기는 하지만, 늘 새롭게 하는 길인 줄 느끼니? 도무지 익숙하지 않기에 더 느긋이 차분히 가만히 다가가서 다독이고 다듬자고 여기니? 어느 한 곳이 아플 적에는, 네 몸에서 맴도는 부스러기가 바로 어느 한 곳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는 뜻이야. 여느 때에는 “나가는 길이 아닌 곳”일 테니까, 문득 어느 한 곳으로 부스러기가 빠져나가려 할 적에는 ‘어느 곳’이 ‘나쁘다’고 느낄 수 있어. 그러나 그곳은 그때에 ‘길목’ 노릇을 할 뿐이고, 길목 노릇을 마치면 한결 튼튼히 아물어. 새롭게 피어나려는 곳이 길목으로 기꺼이 내어준다고 할 만해. 너는 네 몸에서 어느 곳을 길목으로 삼는지 눈여겨보렴. ‘길목’을 ‘나쁜구멍’으로 삼지 마. 길목을 섣불리 닫지 마. 낯설기에 싫거나 두렵다고 느끼면서 그만 온몸이 꽉 막히다가 터진단다. 2026.6.13.흙.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