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 - 책방의 존재 이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박선형 옮김 / 유유 / 2021년 7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6.21.
인문책시렁 462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
이시바시 다케후미
박선형 옮김
유유
2021.7.14.
맨손으로 흙을 느끼고 헤아리면서, 해와 바람이 고루 섞인 싱그러운 첫여름을 맞이하는 아침이란, 온하루를 밝히는 즐거운 길이지 싶습니다. 맨손으로 흙을 느낄 틈이 없이, 흙에서 돋는 풀꽃나무를 마주할 겨를이 없이, 너무 바쁘게 하루를 열어야 한다면, 그만 따분하거나 지겹거나 고단하구나 싶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종이책을 누구나 누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종이책을 몇몇 우두머리가 도차지했습니다. 퍽 기나긴 나날이 지나고 난 뒤에라야, 누구나 종이책을 쥐면서 이야기를 읽고 쓰고 잇는 길을 열었습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종이책을 널리 누린 지 기껏 온해(100년)라고 잡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온해 앞서도 ‘누구나’는 아니에요. 돈이 없으면 못 만지던 종이책입니다.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를 돌아봅니다. 작은책집은 앞으로도 생겨날 만합니다. 작은책집이란, 마을을 밝히는 ‘작은숲’이자 ‘작은밭’이자 ‘작은마당’이자 ‘작은샘’입니다. 모름지기 가람도 바다도 작게 솟는 샘물에서 비롯합니다. 처음에는 언제나 조그맣게 솟는 샘물부터 흘러야 가람이며 바다를 이룹니다.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드넓은 숲도 매한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늘 작은씨 한 톨이 깃들어요. 너른들도 이와 같지요. 언제나 작은씨 한 톨부터 드리우고 나서 천천히 뻗고 퍼지고 자랍니다.
우리가 읽는 책은 늘 작은씨와 같습니다. 우리는 큰씨(베스트셀러·추천도서·세계명작)가 아닌 작은씨(삶과 살림과 사랑과 숲을 담은 이야기)를 곁에 두기에 스스로 밝히면서 즐겁습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작은씨요, 이 작은씨가 한 사람씩 보금자리를 틀면서 마을을 이루기에 푸른별로 어울리는 터전으로 거듭납니다.
큰책집이 더러 생길 수 있되, 마을을 살릴 뿐 아니라 사람을 일깨우는 숲과 밭과 마당과 샘은 한결같이 작은책집입니다. 책을 더 팔아치울 ‘이름책집(유명서점)’이 아닌, 작은씨를 이웃과 두런두런 나누면서 천천히 읽고 쓰고 새기고 노래하는 마을책집이 늘어나기에 온누리가 즐겁습니다. 마을책집은 마을이야기를 품는 곳입니다. 작은책집은 작은씨가 작은숲을 거쳐서 푸른숲으로 나아가는 길목 노릇을 합니다.
가만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스스로 ‘작은사람’으로 서려는 마음이 얕고 몸짓도 드물어요. 서로 작은이웃으로 만나서 작은길을 작은걸음으로 거닐고, 작은목소리를 조곤조곤 나누면서 작은노래를 조촐히 부를 줄 알 때에 비로소 함께살기를 이루는걸요. 달구지가 달리는 큰길도 몇 군데는 두어도 되지만, 우리가 스스로 깨어나는 참사람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이라면, 아이 손을 잡고서 노닐고 거니는 골목길과 골목책집과 골목이웃으로 마주하면 됩니다.
ㅍㄹㄴ
“노점 책방의 사장들은 정치가도 운동가도 아니었어요. 그저 생계를 위해 책을 판 것뿐이죠. 하지만 저는 그들도 마찬가지로 당외인사였다, 혹은 정치가 이상으로 당외인사라고 불려야 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사람들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타이완이 있다고 생각해요.” (43쪽)
“진정한 일·중 관계를 만든 사람은 공무원도, 정치가도 아닌 하루하루 밥벌이에 급급했던 민중 한 사람 한 사람이다.” (72쪽)
만일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 서점이 자유롭게 책을 구입하고 판매할 권리를 위협받는 세상이 된다면 지금의 서점인은, 또 손님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150쪽)
“돌아온 후에는 중국의 스파이 노릇을 하라는 뜻입니다. 코즈웨이베이서점에는 중국에서 온 손님, 반중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그런데 내가 서점을 다시 열면 그런 사람들이 분명 모여들 테니까…….” (207쪽)
“독서가이자 애서가인 손님은 나보다 책을 더 잘 아니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배우고, 열심히 권하는 책을 늘려 가는 것이죠. 이것을 매일매일 쌓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18쪽)
“책과 손님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 이것만은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는 것, 그것을 스스로 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나는 책에서 배웠거든요.” (228쪽)
#本屋がアジアをつなぐ #石橋毅史
+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이시바시 다케후미/박선형 옮김, 유유, 2021)
서점의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을 열람하는 행위가 신기하게도 공간 안에 긍정적인 열기를 만들고 있었다
→ 책집에서 책을 읽으면 썩 달갑지 않을 텐데 놀랍게도 이곳에서는 모두 반긴다
→ 책집에서 책을 펼치면 꽤 달갑지 않을 텐데 재밌게도 여기서는 모두 즐겁다
29쪽
혹은 정치가 이상으로 당외인사라고 불려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 또는 감투꾼 못잖게 바깥손님이라고 해야 하는 사람이다
→ 또는 벼슬꾼보다 이웃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43쪽
일단 책장에 진열하면 사 가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 책시렁에 놓으면 사가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 책꽂이에 두면 사가는 사람은 있다
46쪽
돌아오자 비국민非國民이라고 낙인이 찍힌 종이가 서점 문틈 사이에 끼워져 있기도 했다
→ 돌아오자 몹쓸것이라고 찍은 종이를 책집 틈새에 끼우기도 했다
→ 돌아오자 나쁜놈이라고 퍼붓는 종이를 책집 틈에 끼우기도 했다
87쪽
이웃나라 사람들을 잇는 작은 가교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이웃나라 사람을 잇는 작은다리 노릇을 하고자 애쓴다
→ 이웃나라 사람을 잇는 작은길목 구실을 하고자 힘쓴다
110쪽
그렇게 시내에 10평 남짓의 서점을 열게 되었는데
→ 그렇게 거리에 10너비 남짓인 책집을 여는데
→ 그렇게 복판에 10넓이 남짓인 책집을 여는데
144쪽
나의 불안함을 헤아렸는지
→ 걱정하는 나를 헤아렸는지
→ 뒤숭숭한 나를 헤아렸는지
181쪽
서점은 동네에 필요한 존재라는 전제에 설득력이 필요하다
→ 책집이 마을에 이바지한다는 대목을 받쳐야 한다
→ 마을에 책집이 있어야 한다고 깨우쳐야 한다
23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