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놓고 나와서
앵두를 훑고서 재웠다. 멧딸기를 훑고서 재웠다. 곧 훑을 이다음 열매가 기다린다. 시끄러운 뽑기는 지나갔다. 그러나 아직 더 시끄럽다. 누가 뽑히든 무슨 대수인가. 들길(민주)이라면 누가 뽑히든 손뼉치면서 이들이 벼슬꾼 아닌 일꾼으로 서도록 지켜보며 잔소리를 할 노릇이다. 큰소리만 내려 한다면 들길이 아닌 가두리이다.
읍내 나래터로 나오는 길에 노래책 하나를 챙긴다. 그런데 손전화를 놓고 나왔네. 집으로 얼른 돌아가니, 작은아이가 챙겨서 마당에 나왔다. 가져다주려고 했구나. 고맙다. 마을앞으로 나온다. 15:05 시골버스를 탄다. 시골버스에서 노래 한 자락 쓴다. 내려서 거닐며 노래책을 읽는다. 얼추 30분을 거닐며 바깥일을 보니까, 한 자락 책은 뚝딱 읽고서 덮는다. 이제 고개를 들고서 제비를 본다. 제비가 곤두박을 치다가 씽하니 가르는 춤짓을 바라본다.
오늘저녁은 김치를 담글까 싶다. 나는 한입조차 못 먹어도, 나만 못 먹을 뿐, 세 사람은 즐거이 먹는다. 이러면 나도 즐거운 일이다. 두둑히 추스른 등짐을 진다. 저잣짐을 지고서 걷는다. 첫여름바람이 부드럽다. 구름이 소복히 감싼다. 시골도 읍내는 시끄럽고, 서울이어도 멧자락 곁이나 골목길이라면 호젓하겠지.
붉구슬(석류)꽃이 곱상하게 피었다. 후박알이 굵어간다. 낮에 모시를 조금 베었다. 오늘은 별밤하고 멀 테지만 뻐꾸기가 내도록 노래를 베푼 하루이다. 시골 읍내에 새소리는 드문드문 있되, 달구지가 내는 소리가 크고, 길에서 담배를 태우는 아재가 많다. 아름드리 여러 그루가 올해에 난데없이 잘린 읍내라 더욱 스산하다. 바깥일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에서 다시 개구리소리를 듣는다. 마을앞에 내려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개구리소리를 넉넉히 듣는다. 이제 다시 우리 보금숲이다. 2026.6.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