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 시인 잉여 시편 b판시선 74
하종오 지음 / 비(도서출판b)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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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6.4.

노래책시렁 551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하종오

 실천문학사

 1986.10.20.



  걷다가 드러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쉼터나 풀밭이 있다면 서울도 느긋할 만합니다. 아니, 온누리 어느 곳에서나 하늘바라기와 별바라기를 할 수 있어야 삶터요 보금자리이며 마을입니다. 이제 온누리 어디에서나 달구지가 씽씽 달리느라 하늘은커녕 땅도 못 보기 일쑤입니다. 풀씨와 나무씨가 깃들 땅을 밀어대는 판이요, 어린이가 맨발로 뛰놀 자리를 잡아먹는 서울이며, 어른이 집살림을 건사하는 길을 가로막는 늪입니다.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를 되읽자니, “갈려서 둘이 된 나라”를 하나로 모으려는 ‘불씨’가 아닌 ‘풀씨’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얼핏설핏 내는 듯하면서도, 막상 이곳(마녘)에서 어떻게 풀씨를 심을는지 살피는 눈길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목소리는 드높되, 손길과 발걸음은 땅바닥에도 하늘에도 없달까요. 우리는 ‘남한·북조선’이기 앞서, ‘조선·고려·신라·발해·백제·고구려·가야’이기 앞서, ‘옛조선’이기 앞서, 저마다 조촐히 집을 짓고 마을로 모이면서 조곤조곤 사랑을 펴는 사람이었습니다. 언제나 ‘나라지기(대통령·임금)’가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고, ‘곁님’을 마주하면서 보금자리를 돌봤어요. 함께를 잃었다면 아이부터 바라볼 노릇이고, 곁님부터 마주할 일이면서, 나란히 이 땅에 서서 집안일부터 하는 살림짓기에서 사랑을 심을 일이라고 느낍니다. 사랑과 살림이 없는 채 외치는 소리에는 아무 씨앗이 없습니다.


ㅍㄹㄴ


저 노을이 혼자서는 밤이 되고 / 더불어라면 한 세월이 되어 해를 저물겠다네 / 우리가 외친 최후진술이 아직 뜨거운데 / 웬 놈이 감히 산천에 겨울을 몰고 왔는가 (통일 전에 통일 전에 19 모든 양심범/52쪽)


우리가 노여움으로 깊어져 / 이 나라의 아름다운 정신을 못 본다면 / 자유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만들지. / 너는 네가 깨달은 대로 / 풀 한 포기나마 키워보고 / 나는 내가 살아온 대로 / 산맥 한 줄기를 껴안고 싶어. (통일 후 통일 후 23 참말 한 마디/112쪽)


+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하종오, 실천문학사, 1986)


죽은 뒤엔 사지오체가 다 썩더라도

→ 죽은 뒤엔 온몸이 다 썩더라도

→ 죽은 뒤엔 몸이 다 썩더라도

→ 죽은 뒤엔 삭신이 다 썩더라도

38쪽


우리가 외친 최후진술이 아직 뜨거운데

→ 우리가 외친 마지막말이 아직 뜨거운데

→ 우리가 외친 마지막말이 아직 뜨거운데

52쪽


당신이 날 조정했었나, 분단되었던 그동안

→ 네가 날 움직였나, 갈라진 그동안

→ 그대가 날 만졌나, 갈라선 그동안

67쪽


우리가 노여움으로 깊어져 이 나라의 아름다운 정신을 못 본다면 자유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만들지

→ 우리가 불타오르며 아름다운 이 나라 숨결을 못 본다면 날개를 달아도 불쌍하지

→ 우리가 아주 미워하며 아름다운 이 나라 넋을 못 본다면 날아올라도 불쌍하지

11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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