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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주. 생각. - 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
오지윤.권혜상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5.24.
책으로 삶읽기 1125
《요즘. 광주. 생각.》
오지윤·권혜상
꼼지락
2020.4.9.
《요즘. 광주. 생각.》은 광주에 아무 끈이 없는 채 이곳에 깃들면서 “광주는?” 하고 물어보며 다가서려고 하는 젊은이 눈길을 풀어내는 줄거리인 듯싶다. 첫머리는 “광주를 틀에 박지 않겠다”는 마음이 엿보이되, 막상 한 사람 두 사람 만나는 동안에 묻고 듣고 헤아리는 길은 “이미 숱하게 나온 말”에서 맴돌다가 끝난다.
1980해를 돌아보는 ‘늦봄빛고을(오월광주)’이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이곳을 1980해에 세워놓았다. 그러나 빛고을은 1970해에도 사람이 살았고, 1950해에도, 1800해에도, 1500해에도, 1000해나 500해나 더 옛날에도 사람이 살았다.
어느 곳이든 여태 살아온 나날과 얽혀서 ‘가장 굵다’고 할 발자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발자국은 하나일 수 없다. 이를테면 전남 고흥은 우리나라에서 고인돌이 가장 많지만, 정작 고흥군은 고인돌에 아무 마음이 없다. 꼭 고인돌이 가장 많은 곳에서 ‘고인돌을 기리고 살피는 일’을 해야 하지는 않다. 마음이 있는 곳에서 즐겁고 알차게 하면 된다. 이제는 고흥이 고인돌이 덜 많은 곳으로 바뀌었을 만하다. 논밭이건 들이건 곳곳에 널브러진 고인돌을 ‘집돌(건축자재)’로 꽤 오래도록 썼으니까.
일본이 총칼로 억누르던 무렵에 ‘광주학생운동’이라 일컫는 일이 있었다. 전남광주는 이미 백제라는 기나긴 발자국도 있다. 그런데 백제와 얽힌 이야기를 펴고 나누고 길어올리는 곳은 거의 부여나 공주 같은 충청이다. 전라광주에 얽힌 백제 이야기가 수두룩할 텐데, 이 대목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매우 적다. 전라남도는 우리나라에서 들녘이 가장 넓다. 이 너른들은 빛고을로 모이게 마련이다. ‘빛고을’이건 ‘광주’이건, 고을이름에 왜 ‘빛’이 깃드는지 곰곰이 짚을 일이다. 김남주 같은 노래지기가 왜 해남에서 광주로 가서 배움길을 닦고서 노래꽃을 밝혔을까?
‘1980해만 있는 빛고을’이 아니라 ‘1980해도 있는 빛고을’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전남 광주는 ‘계림동 책골목’이 눈부시던 곳이었으나, 이제 계림동은 책골목이 아니라 ‘빈거리’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 인천과 광주는 “누가 더 책을 안 읽나 내기하거나 겨루는 곳”으로 밑바닥에서 손꼽는다. 어제·오늘·모레를 나란히 엮고 맺으면서 나아갈 적에 비로소 눈뜨고 깨어난다. 우리는 오늘만 볼 수 없고, 모레만 볼 수 없지만, 어제만 볼 수 없다. 세길을 나란히 보고 품으면서 풀 때에, 비로소 사람이 빛나고 숲을 품으며 하늘바람이 싱그러운 터전일 수 있다.
ㅍㄹㄴ
이 도시에도 ‘왜’라고 물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게 문을 열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설거지를 하는 일상이 왜 난장판이 되어야 했는지, 왜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는지, 궁극적으로 그들이 어떤 가치를 믿고 있었는지, 그 질문을 던져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14쪽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발굴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정치적이든 뭐든 간에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게 중요해요. 40쪽
그 청동기 유물이 만약 일본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제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일본은 테마파크 설립을 취소했을 것 같아요. 일본에서 현장체험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를 정말 정말 소중히 여겨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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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주. 생각.》(오지윤·권혜상, 꼼지락, 2020)
광주에 연고는 1도 없습니다만
→ 광주와 하나도 안 닿습니다만
→ 광주와 끈이 아예 없습니다만
→ 광주와 아는 사이 아닙니다만
→ 광주에 밑동은 없습니다만
4쪽
정치색이나 저의를 따지는 질문도 더러 받았다
→ 길눈과 속뜻을 따지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 결과 밑뜻을 따지는 분도 더러 있었다
7쪽
주절주절 늘어놓던 What(무엇)의 시대가 수명을 다하고 브랜드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Why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 주절주절 늘어놓던 ‘무엇’이 숨을 다하고 이름빛을 이야기하는 ‘왜’를 연다
→ 주절주절 늘어놓던 ‘무엇’이 저물고 이름값을 이야기하는 ‘왜’가 떠오른다
13쪽
궁극적으로 그들이 어떤 가치를 믿고 있었는지, 그 질문을 던져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 무엇보다 어떤 길을 믿는지 물어볼 사람을 바랐다
→ 속으로 어떤 빛을 믿는지 건드릴 사람을 기다렸다
14쪽
이촌향도 현상도 비정상적으로 빨리 일어난 편이죠
→ 서울길도 마구마구 빨리 일어났죠
→ 지나치게 빠르게 서울로 몰려갔죠
→ 서슴없이 빠르게 시골을 버렸죠
5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