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응 거부선언 -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 파도문고
이하루 지음 / 온다프레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5.20.

책으로 삶읽기 1120


《사회적응 거부선언,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

 이하루

 온다프레스

 2023.6.23.



  두 낱말 ‘다시’하고 ‘반복(反復)’은 얼마다 다르면서 닮은 낱말일까? 우리말과 한자말로 다를 수 있고, 그저 나란한 결이지만 한자말이 익숙하거나 나아 보여서 그냥 쓸 수 있다. 한자말 ‘반복’을 좋아한다면 “반복되는 일상생활” 같은 말씨도 좋아한다. 우리말 ‘다시’를 헤아린다면 “다시 오는 하루”나 “다시 찾는 삶”처럼 말결을 살피고 살려서 이야기한다.


  그저 똑같이 오는 날이라고 여기면, 모든 하루를 다르다고 느끼지 못 한다. 마냥 똑같이 맞는 나날이라고 느끼면, 오늘 이곳에서 보내는 일이 지겹거나 힘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야 하고, 멀리 길을 나서야 한다.


  《사회적응 거부선언,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을 읽었다. 이 나라 서울(도시)에서는 길을 찾기 어렵다고 여기면서 바깥(외국)에서 낯선 사람과 낯선 마을과 낯선 하루를 마주하면서 ‘다른’ 길을 보리라 여기는 마음이 흐른다. 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다르면서 새로운 길을 볼 수 없다면, 먼나라나 이웃나라에 간들, 아무 길을 볼 수 없다. 모든 길은 저마다 ‘나부터’이다. 스스로 나고자란 곳과 집과 마을부터 차분히 들여다보는 길에서 다르면서 새로운 길을 낼 수 있다.


  ‘아는이’가 하나 있대서 ‘사는이’이지 않다. 아무도 몰라도 된다. 스스로 그곳에 몸을 옮겨서 살아가야 ‘사는이’이다. 낯선 곳에 가서 얼마쯤 보내고서 몇몇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아는이·사는이’로 확 바뀌지 않는다. 한 해를 차분히 살아내면서 다 다른 철과 달과 날을 온몸으로 느껴야 ‘엿본이’요, 이렇게 여러 해를 보내다가 열 해쯤 지나면 비로소 ‘사는이’쯤 된다. 어느 곳에서 스무 해쯤 살아내야 ‘살짝 아는이’로 한 걸음 디딘다.


  살거나 알려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한 해를 살아내지 못 하고서 섣불리 ‘살았다’나 ‘알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다. 더욱이, 글쓴이는 ‘고기로 잡히는 짐승’만 슬퍼할 뿐, 죽음켜(비닐)에 갇힌 풀과 나물과 나무를 보면서 괴로운 줄 느끼지는 못 한다. 가지치기뿐 아니라 줄기치기로 시달리는 길나무를 바라보면서 함께 아플 수 있을까. 이미 논밭을 ‘좁아터진 땅뙈기에 몰아 키우기’를 하는 나라가 된 터라 ‘고기로 삼는 짐승’도 나란히 괴롭힌다.


  밥살림을 바꾸려면 목소리만 낸들 안 바뀐다. 시골에서 살면 된다. 흙사람이 되고, 들숲사람으로 하루를 지으면 된다. 이름만 커다랗게 “사회적응 거부선언”이라 외쳐도 나쁘지는 않으나, “함께사는 집과 마을을 짓는 나”라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해보고 다시 마주하고 다시 걸으면 된다. 늦봄에 시골에서 마늘밭에서 일하면 된다. 첫여름에 곤드레밭에서 일하면 된다. 철마다 다른 흙일을 마주하면 된다. 길이란 모든 곳에 있고 아주 쉽다. 우리나라 작은시골에서 살아가려고 하지 않으니, 아무리 멀디먼 ‘좋은나라’에 가 본들, 길을 못 찾는다. 마음이 있으면 살아내려고 움직일 테고, 알아보려고 걸어갈 테지. 마음이 없으면 목소리만 내다가 끝난다.


ㅍㄹㄴ


현지인 한 명과 ‘아는 사이’로 발전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그 지역의 구경꾼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이 되었다. 19쪽


그 어떤 동물이라도 그 안에 갇혀 있으면 ‘더럽고 멍청한’ 이미지를 덮어쓸 수밖에 없어 보였다. 189쪽


육식이 기본값이로 정상적인 사회에서 개인이 이를 거부하는 데서 오는 모든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쉽지 안을 뿐 아니라 무척 부당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개인을 탓하기보다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계속해서 요구해야 할 것이다. 238쪽


+


《사회적응 거부선언》(이하루, 온다프레스, 2023)


소, 돼지, 닭 등의 비인간 동물들에게 가해진 폭력을 고발하고

→ 소, 돼지, 닭을 괴롭힌 짓을 까밝히고

→ 소, 돼지, 닭 같은 뭇숨결을 들볶은 짓을 밝히고

→ 소, 돼지, 닭 같은 숨빛을 밟은 짓을 따지고

5쪽


길 위의 사람들은

→ 길에서 사람들은

→ 길마다 사람들은

→ 사람들은

7쪽


기약 없는 여행의 시작을 엄마에게 통보했다

→ 마감 없는 길을 나선다고 엄마한테 말했다

→ 끝 없는 나들이를 한다고 엄마한테 알렸다

17쪽


까만 하늘에 포물선의 점을 찍으며

→ 까만 하늘에 동그스름 콕 찍으며

→ 까만 하늘에 팔매로 쿡 찍으며

23쪽


사용하지 않는 땅이나 건물을 점거해 살아가는 행동을 스쾃(squatting, 무단거주)이라고 부른다

→ 쓰지 않는 땅이나 집을 차지해서 살아가면 그냥살기라고 한다

→ 안 쓰는 땅이나 집채를 잡아서 살아가면 눌러앉기라고 한다

29쪽


반드시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고

→ 반드시 누가 돕는다고 여겼고

→ 반드시 누가 돕는 줄 느꼈고

35쪽


카우치서핑 미팅에 나갔다가 워커웨이workway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 잠자리찾기 모임에 나가서 일길이라는 낱말을 들었다

→ 자리찾기 맞선에 나가서 일살림이라는 낱말을 들었다

49쪽


생추어리 부지가 꽤나 넓어서

→ 보금터가 꽤나 넓어서

→ 푸른터가 꽤나 넓어서

→ 돌봄터가 꽤나 넓어서

22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