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없다고 여기는



  도깨비가 없다고 여기기에 도깨비가 없지 않아. 흉이나 허물이나 빈틈이 없다고 여기기에 흉이나 허물이나 빈틈이 없지 않아. 너는 도깨비가 없다고 여기지만, 네 머리에 앉아서 히죽거리는 도깨비가 열 마리가 넘는구나. 네가 못 보고 못 느끼기에 없다고 여긴들, 참말로 없을 수 없어. 도깨비가 있든 없든, 그저 있거나 없을 뿐이야. 너랑 도깨비는 다르니까, 다르게 사니까, 너는 늘 너대로 네 하루를 그려서 살면 돼. 너한테 흉이나 허물이나 빈틈이 수두룩하기에 네가 못나거나 엉터리일 까닭이 없어. 너는 그저 흉이 있거나 허물이 있거나 빈틈이 있을 뿐이야. 흉·허물·빈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너는 네 하루를 스스로 그려서 사랑하면 돼. 흉이 없어야 뭘 할 수 있지 않아. 허물이 없어야 어울릴 수 있지 않아. 빈틈이 없어야 훌륭하지 않아. 스스로 하루그림을 세우지 않을 적에는 덧없을 뿐이야. 스스로 오늘을 짓지 않으면 부질없을 뿐이지. “잘하는 너(나)”도 “못하는 너(나)”도 아니라 “스스로 하는 너(나)”이면 돼. 넘어져도 스스로 넘어지고, 배고파도 스스로 배고프고, 졸려도 스스로 졸리고, 웃겨도 스스로 웃고, 돌아다녀도 스스로 걷는, 그저 네(내)가 너(나)를 살면 돼. 없다고 여기기에 없지 않아. 살아가는 하루를 그리는 마음을 떠올리지 않으니 여기저기 부딪히다가 똑같이 구르는 나날이야. 있다고 여기니 있지 않아. 있든 없든 쳐다볼 일이 없어. 해가 나와서 비추든, 구름이 짙게 덮든, 비가 좍좍 내리든, 눈보라가 치든, 다 다르게 그리며 맞아들일 새길이지. 똑같은 구름이란 없는데, 못나거나 모나거나 모자란 구름도 없어. 2026.5.6.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