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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약제사 - 제11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동시집 90
박정완 지음, 현민경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5.6.
노래책시렁 548
《고양이 약제사》
박정완 글
현민경 그림
문학동네
2023.11.9.
우리 살림살이란, 모두 손으로 빚고 짓고 일구고 가꿉니다. 그래서 어린이도 푸름이도 어른도 늘 손수 무엇을 해보고 나누고 누리며 베풀고 받고 함께하느냐에 따라서 언제나 이 하루가 다르구나 싶어요. 손길이 닿는 곳마다 언제나 새롭게 빛나겠지요. 《고양이 약제사》를 읽으며 고개를 내내 갸웃갸웃했습니다. 어린이가 읽을 노래를 으레 어른이 쓰는데, 자칫 ‘어른인 글꾼’이 어린날 겪거나 느낀 생채기나 응어리를 섣불리 드러내기 일쑤이더군요. 생채기나 응어리를 쓰기에 나쁘지 않아요. 다만, 아이는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납니다. 아이는 무릎이 깨지거나 찢어져도 다시 웃으면서 새살이 돋아 말끔히 낫습니다. 왜냐하면 ‘아픔’이 아니라 ‘놀이’를 바라보거든요. 우리가 어른으로서 노래꽃(동시)을 여밀 적에는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줄거리가 아닌, 구경하거나 팔짱끼는 몸짓이 아닌, 좋거나 싫다고 가르는 굴레가 아닌, 오늘 이 삶을 손수 어떻게 지으면서 스스로 즐거운지 밝힐 노릇입니다. “나의 정체를 증명”해야 하지 않습니다. 낱말부터 쉽게 바꿀 일이요, 마음을 가꿀 낱말을 찾아낼 일이에요. 작은언니가 콜라를 더 많이 마시려고 하면, 내 몫도 다 마시라고 내주는 마음을 그리기에 노래꽃입니다. 노래꽃은 시샘이 아니라 샘물입니다.
ㅍㄹㄴ
작은언니가 콜라를 자기 컵에 더 많이 따를 때, / 아버지가 삼계탕에서 골라낸 마늘을 도로 먹으라고 할 때, / 큰언니가 내 얼굴의 흉터를 도장이라고 놀릴 때, / 가짜 어머니가 내가 만든 종이 인형을 버릴 때, (눈물 나라의 여왕/26쪽)
사탕이랑 먼지 묻은 끈끈한 엄지로 / 흰건반을 두 번 눌러, 도도! // 못생긴 소리가 날 거야. // 뚱뚱한 칠면조를 닮았다지만 / 사실 난 거대한 비둘기에 가까워. (도도새/52쪽)
초록 도마뱀 껍질을 벗겨 / 너의 옷을 지었다 // 히말라야 흰 눈으로 / 너의 피를 만들었다 // 태양의 신부가 된 너는 / 노란 꽃 화관 쓰고 / 가녀린 덩굴손 흔들며 떠났다 // 아삭아삭, 너의 발자국 소리 (오이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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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약제사》(박정완, 문학동네, 2023)
기타 등등은 나만의 비밀 처방이어서 말해 줄 수 없어
→ 이밖에는 내 길이라서 말할 수 없어
→ 그밖에는 나 혼자 알고 싶어서 말 못 해
4쪽
지독한 슬픔이 잊히고 아저씨의 빨간 네모가 덜 아름다웠을까요
→ 모진 슬픔을 잊고 아저씨네 빨간 네모가 덜 아름다울까요
→ 너무 슬픈데 잊고 아저씨네 빨간 네모가 덜 아름다울까요
16쪽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면 되는 거 아닐까요
→ 고양이한테 밥을 주면 되지 않을까요
→ 고양이한테 밥을 주면 되잖아요
21쪽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게 하는 것은 더 나쁘다
→ 지키지 못할 말을 시키니 참 나쁘다
→ 지키지 못하는데 시키니 무척 나쁘다
23쪽
나의 정체를 증명해 줄 것을 찾아봐야겠다
→ 내가 누구인지 밝혀 봐야겠다
→ 나를 밝힐 길을 찾아봐야겠다
→ 내 모습을 드러낼 길을 찾아야겠다
39쪽
검은 커트 머리의 여자가
→ 검은 깡똥머리 가시내가
→ 검은 몽당머리 아이가
→ 검은 귀밑머리 사람이
41쪽
할머니가 테라스를 쓸었다
→ 할머니가 곁마루를 쓴다
→ 할머니가 밖마루를 쓴다
62쪽
흰 눈으로 너의 피를 만들었다
→ 흰눈으로 네 피를 삼는다
→ 흰눈으로 네 피를 이룬다
74쪽
태양의 신부가 된 너는 노란 꽃 화관 쓰고
→ 해님 아이 된 너는 노란 꽃갓 쓰고
→ 해가시내 된 너는 노란족두리 쓰고
74쪽
나는 11월의 숲을 걸었다
→ 나는 늦가을숲을 걷는다
94쪽
쇠다리 시인에게 시는 무거운 날의 기쁨이 되었다
→ 쇠다리 노래지기는 노래로 무거운 날도 기쁘다
→ 쇠다리 노래꾼은 무거운 날도 노래하며 기쁘다
10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