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하정우 손털기



  저잣거리에서 일하는 사람하고 손을 잡다가 자꾸자꾸 ‘손털기’를 하는 모습이 찍혀서 말밥에 오른 하정우 씨가 있다고 한다. 말밥에 오른 지 이틀쯤 지난 뒤에는 마치 ‘허리꺾기’를 하듯 온몸을 숙이면서 ‘손잡기’를 하는 모습을 찰칵찰칵 잔뜩 찍어서 누리길(sns)에 올린다고 한다.


  얼추 쉰 살이라는 나이를 살아오면서 ‘손잡기’를 해본 바가 없을까? 손을 마주잡은 사람이 뻔히 보는 눈앞에서 ‘손털기’를 하면, 왜 이렇게 손을 터는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손털기를 하는 이가 ‘저놈(저짝 무리 놈)’이면 화살을 퍼붓고, 손털기를 하는 이가 ‘이놈(우리 무리 놈)’이면 감싸려고 할 뿐이다.


  아이가 손을 잡자고 하면서 “사탕과 침과 흙이 범벅인 손”을 내밀 적에 어찌하려는지 물어보고 싶다. ‘우리집 아이’뿐 아니라 ‘이웃집 아이’가 코딱지를 후비다가 입으로 쏙 넣던 손을 슥 내밀면서 “아저씨, 나랑 손잡아요!” 하고 방긋 웃으면 어찌하려는지 물어볼 노릇이다.


  우리가 어버이라면, 또 어른이라면, 아이 손에 뭐가 묻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버이나 어른이라면 가만히 손수건을 꺼내어 먼저 아이 손을 살살 쓰다듬으면서 닦아 주겠지. 손수건을 미처 못 챙겼으면 옷자락이나 옷소매로 먼저 아이 손을 살살 닦아 줄 테고. 이러면서 “그래, 손을 잡자. 그런데 네가 신나게 놀면서 손에 이모저모 많이 묻었네. 놀다 보면 뭐가 잔뜩 묻게 마련인데, 손을 자주 씻고, 또 손수건을 챙겨서 닦으면 손이 무척 기뻐해. 그래서 아저씨가 네 손을 이렇게 손수건으로 살살 닦아 주고 싶단다.” 하고 한마디를 곁들이면 서로 즐겁다. 이때에 아이는 문득 한 가지를 배우지.


  벼슬(국회의원)을 얻고 싶어서 “서울살이를 한동안 접고서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다. 위에 계신 분이 밑으로 내려갈 적에는 종이(표)를 얻고픈 마음일 텐데, 벼슬을 얻는 분은 뽑기를 앞둘 적에만 사람들을 만나서 손을 잡더라. 뽑기를 마친 뒤에는 “손잡기는커녕 얼굴조차 볼 수 없”더라. 아무튼, 하루 내내 손에 물과 먼지와 얼룩과 이모저모 묻히면서 바지런히 일하면서 땀흘리는 사람은 아주 마땅히 손에 이모저모 많이 묻는다. 벼슬아치가 저잣사람하고 손을 잡는다고 할 적에는 무슨 뜻일까? 기꺼이 물도 때도 먼지도 얼룩도 비린내도 받아들이면서 배우겠다는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벼슬을 얻기 앞서 부디 왼손에는 종이(수첩)를 쥐고서, 오른손에는 손수건을 챙기기를 빈다. 저잣사람뿐 아니라 마을사람이 무엇을 바라는지 들을 적마다 얼른 종이에 적기를 빈다. ‘꾸밈머리(에이아이)’한테 시키거나 맡기지 말자. 몸소 듣고 손수 적자. 이러면서 저잣거리 사람들한테 손수건을 하나씩 나눠줄 수 있다. “이렇게 애써 일하시는 땀내음을 저도 손바닥으로 물씬 느낍니다. 애써 주시는 손끝으로 이 나라가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그래서 여러분 손을 잡고서 손수건으로 땀도 물도 얼룩도 닦아 주고 싶습니다.” 하고 속삭이면서 손수건을 하나씩 드리면 될 노릇 아닐까?


  핑계를 대지 말자. 아직 모르니까 배울 뿐이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잘못을 했으니 더 고개숙이면서 “제가 나이가 쉰 살이 넘었어도 아직 철이 없습니다. 철없이 군 짓을 부디 너그러이 보아주십시오. 더 허리숙이면서 애쓰겠습니다.” 하고 말 한 마디 하면 될 일이지 않나? 종이(수첩)하고 손수건을 안 챙기면서 그저 허리만 굽신굽신하는 몸짓인 이들이 벼슬자리에 앉는 일은 다시는 없기를 빈다. 귀담아듣고, 받아적고, 이야기하고, 바로바로 바꾸고 고치는 모습을 보이기를 빈다. 벼슬을 거머쥔 다음에 하지 말고, 벼슬을 아직 안 쥐었을 적부터 일해야 비로소 ‘일꾼’이다. 벼슬(국회의원)은 “사람들이 낸 낛(세금)으로 일삯을 받는 심부름꾼이라는 자리”이다. 사람들이 낸 낛을 다달이 엄청나게 받는 벼슬인데, 기껏 즈믄(1000) 사람 손쯤 잡았다고 손이 저린다면, 벼슬을 가로채려고 하지 말아야지. 2026.5.2.


ㅍㄹㄴ


하정우, 악수 후 '손 털기' 논란… "유권자가 벌레냐" 야권 한목소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928467?sid=100


하정우의 '손 털기' 논란 팩트체크…'풀 영상' 모두 찾아봤다|지금 이 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eAbVse4PYog


하정우, '악수' 사진 무더기 SNS 게재…'손털기' 논란 정면 돌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3922635?sid=100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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