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얼결에 쓴다.

어느 부산이웃님(초등교사)이 부산어린이하고

'통일'을 어떻게 들려주고 이야기해야 할까 하고 물어보셔서,

통일을 읽는 책부터 알려주다가,

다른 길도 하나씩 풀자고 느끼면서

차근차근 써 보는 꾸러미이다.

.

.

노동을 읽는다면

― 살림하고 일하면서 짓고 빚고 가꾸는 길



  사람은 예부터 ‘일’을 하면서 ‘살림’을 돌보았습니다. 요즈음은 ‘일’이라는 우리말보다는 ‘노동·노무·근로·근무·작업·업무·업·사무·사업·사역·용무·용역·용건·복무·산업·역·역할·임무·임기·공무·정무·직무·직분·직업·직·과업·책무·책임·가업·생업·영업·서비스·커리어·워크’처럼 한자말이나 영어로 나타내곤 합니다. 아무래도 지난날에는 저마다 집을 짓고서 손수 가꾸고 돌보면서 살림을 펴는 길인 ‘일’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여러 갈래로 나누어서 온갖 다른 자리를 펴는 터라, 온갖 한자말과 영어를 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 어느 갈래를 맡아서 어떻게 힘이나 마음을 기울여서 움직이든 ‘일’입니다. 우리말 ‘일’은 ‘일다’에서 비롯합니다. 또는 “바람이 일다”나 “물결이 일다”나 “쌀을 일다”처럼 쓰는 ‘일다’라는 낱말이 ‘일’에서 비롯한다고도 여깁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바다가 잔잔해요. 바람이 일어나기에 비로소 물결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몸을 쓰면서 새롭게 움직여서 무엇을 이룬다고 할 적에 ‘일’입니다. ‘일’이라는 낱말을 바탕으로 ‘일다·일어나다·일어서다·일으키다’ 같은 낱말이 뻗고 ‘일삼다·일구다·이루다·이르다’ 같은 낱말이 퍼져요.


  삶을 잇는 몸짓인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땅을 일구면서 땀을 흘렸어요. 누구나 손수 논밭을 일구고 가꾸기에 즐겁게 밥과 옷과 집을 누렸습니다. 이때에는 돈을 쓰지 않아요. 몸을 쓰면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몸을 쓰는 만큼 살림살이를 건사합니다.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돈’을 버는 일자리(돈벌이)를 맡으면서, 돈으로 밥옷집을 사다가 쓸 수 있습니다.


  일이란, 몸을 일으켜서 삶을 일구는 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몸을 써서 삶을 가꾸는 동안 스스로 보금자리를 돌보게 마련이니, 이때에 스스로 살리고 서로 살리는 길이라 여겨 ‘살림(살리는 길)’이라고 하지요. 요즈음은 ‘일’을 “돈을 버는 몸짓”으로만 좁게 여기지만, 워낙 일이란 “사람으로서 스스로 일어서면서 삶을 북돋우는 새로운 길”을 가리킵니다. 저마다 의젓하게 일어서서 어질게 일을 하기에 누구나 스스럼없이 눈을 밝히고 마음을 보살피면서 ‘살림’을 알아보고요.


  이제 해마다 늦봄 첫날인 ‘5.1.’을 따로 쉬기로 합니다. 일살림을 기리는 뜻이기에 ‘일꽃날’입니다. 일을 꽃처럼 곱게 여기면서 넉넉히 나누려는 날입니다. 이러한 뜻을 한자로 옮겨서 ‘노동절’로 나타냅니다. 이른바 ‘일마당·일잔치·일노래·일기림’을 ‘노동 + 절(節)’로 짠 셈이에요. ‘-절’이라는 한자는 ‘명절(名節)’을 가리킬 때 써요. 일하는 마음을 기리고, 일하는 사람을 높이고, 일하는 살림을 사랑하고 나누면서 넉넉히 잔치를 펴는 한마당을 이루자는 뜻입니다.


  어른은 저마다 일을 합니다. 어린이는 아직 일을 하기보다는 ‘소꿉’을 한다고 여깁니다. 어른 곁에서 가볍게 놀고 노래하면서 ‘일흉내’를 하기에 소꿉이라고 합니다. 이제 어린이와 푸름이라는 나이를 지나갈 무렵 곧잘 ‘심부름’을 하지요. 심부름이란 “누가 시킬 적에 맡아서 돕는 몸짓”을 가리켜요. 일은 스스로 일어나거나 일으켜서 하는 몸짓이요, 심부름은 따로 시키는 사람이 있기에 기꺼이 받아들여서 맡는 몸짓입니다.


  차분히 철들어 가는 길에 소꿉과 심부름을 거쳐서 일에 이릅니다. 스스로 보금자리를 돌보고, 마을을 가꾸고, 마음을 북돋우는 하루이기에, 어느덧 이 별을 함께 헤아리는 일꽃을 피웁니다. 때로는 땀흘려서 일합니다. 때로는 두레나 품앗이나 울력으로 힘을 모읍니다. 혼자서 일하건 함께 일하건, 웃음꽃과 춤노래로 지피기를 바라요.


+


  책으로 담는 줄거리를 곰곰이 짚으면 무엇이든 ‘일놀이’하고 맞닿습니다. 더 낫거나 좋은 일이 아닌, 나쁘거나 궂은 일이 아닌, 이 삶을 배우면서 새롭게 맞아들이려는 일입니다. 집일을 한 사람한테만 떠맡기면 한 사람도 고되지만, 일을 안 하는 사람도 몸마음이 무너져요. 나라일과 마을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질고 슬기롭고 참하면서 아름답게 일하는 눈빛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바버러 쿠니/우미경 옮김, 시공주니어, 1996)

 : 할아버지가 들려준 ‘아름다운 일’이 무엇일는지 찾아나서려고 온누리를 돌아다니다가 어느덧 할머니 나이에 이른 아이가 깨달은 씨앗을 들려줍니다.

《집안일이 뭐가 힘들어!》(완다 가그/신현림 옮김, 다산기획, 2008)

 : 바깥일이 힘들고 집안일은 손쉽다고 여긴 아저씨가 어느 날 집안일쯤 가볍게 해치우겠다고 나섰다가 벌어지는 놀라운 하루를 보여줍니다.

《엄마의 의자》(베라 B.윌리엄스/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1999)

 : 집안을 꾸리려고 온하루 온힘을 다하는 엄마한테는 무엇을 드려야 아늑히 쉬면서 느긋이 기운을 차릴 수 있을는지 속삭입니다.


만화책

《행복은 먹고 자고 기다리고 1∼6》(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2026)

 : 튼튼몸인 사람이 있다면 여린몸인 사람이 있어요. 누구나 일차림이 다르게 마련입니다. 어떤 걸음으로 나아가면 될까요.

《풀솜나물 1∼8》(타가와 미/김영신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8∼2019)

 : 이제 아이를 돌볼 줄 아는 아빠가 제법 늘었지만 아직 적어요. 일과 살림과 아이를 함께 헤아리는 어진 어버이란 어떤 길일까요.

《할망소녀 히나타짱 1∼11》(쿠와요시 아사/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7∼2026)

 : 온살림과 온일을 훌륭히 해낼 줄 알던 할머니가 문득 어린이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는지 지켜봅니다.


어린이책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차남호 글·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13)

 : 일하는 사람은 일한 몫을 누릴 노릇입니다. 일을 맡기는 사람은 일삯을 옳게 치를 노릇입니다. 어깨동무하는 일길을 헤아립니다.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하종강 글·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8)

 :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르게 하는 일이란 무슨 뜻일까요? 높거나 낮은 일이 없다면, 우리가 하는 일은 어떤 뜻일는지 살펴봅니다.


길잡이책

《한국어 할 줄 아세요?》(이보현, 오도카니, 2026)

 : 이 나라를 떠나서 먼나라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고, 먼나라에서 이 나라로 찾아와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요. 두 나라 사이에는 어떤 말이 흐를까요.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최종규, 스토리닷, 2017)

 : 오늘날은 거의 ‘서울일’만 다루거나 말합니다만, ‘시골살림’을 나란히 곁에 놓아 본다면, 새롭게 서로 살피며 사랑할 길을 찾을 만합니다.

《즐거운 불편》(후쿠오카 켄세이/김경민 옮김, 달팽이, 2004)

 : 모든 일은 ‘손수·몸소·스스로’ 하게 마련입니다. 손과 몸을 쓰기에 힘들다고 여길 수 있지만, 온마음과 온몸을 다하기에 푸른길이게 마련입니다.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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