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은 사라졌지만 - 2025 문화체육관광부 중소출판사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여름꽃 문학 1
박효미 지음, 이나무 그림 / 여름꽃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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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6.4.20.

맑은책시렁 361


《운동장은 사라졌지만》

 박효미 글

 이나무 그림

 여름꽃

 2026.1.30.



  함께 놀고, 마음을 주고받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한 조각 두 조각 모을 수 있을 적에,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즐거운 하루로 나아간다고 느낍니다. ‘밖(사회적 시선)’에서는 ‘돌봐야 하는’ 가난집 아이들일 수 있지만, ‘곁’에서는 ‘그저 이웃’으로 마주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사이라고 느껴요.


  우리집 두 아이는 ‘졸업장학교(제도권학교)’를 안 다닐 뿐이면서, ‘대안학교’조차 안 다닐 뿐이지만, 이처럼 집에서 스스로 살림하고 배우는 아이를 ‘밖(사회적 시선)’에서는 ‘위기 청소년’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한때는 ‘학교밖 청소년’이란 이름을 쓰더니, 어느새 교육청도 군청도 면사무소도 학교도 ‘위기 청소년’으로 이름을 바꾸었어요.


  《운동장은 사라졌지만》을 읽습니다. 서울 한복판이나 기스락이 아닌, 서울하고 한참 먼 조그마한 배움터에서 문득 스치듯 일어나는 하루를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요사이는 서울아이나 시골아이 모두 스스로 놀며 노래하는 빛을 확 잃고 잊습니다. 다들 혼자 고개를 처박거나 둘이나 여럿이서 고개를 처박거든요. 일찌감치 아이한테 손전화를 사주고서 말을 안 섞는 어버이가 수두룩합니다. 또한 배움터에서 길잡이 노릇을 할 어른과 아이 사이에 말이 제대로 오가기도 힘든 판입니다.


  어린씨와 푸른씨는 모두 ‘이웃씨’입니다. 오늘은 나이가 좀 어려서 배우는 자리라지만, 이내 이 배움자리를 다 떠납니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어린씨와 푸른씨 곁에서 어떤 어른으로 일하는 사람일까요? 아이도 어른도 배움터와 일터에서만 따로 겉돌지 않을 노릇이며, 어린이책이건 어른책이건 둘(아이어른)이 함께 어울리는 길을 그려낼 노릇입니다.


  이웃씨가 ‘어른스런 어른’하고도 사귀면서 앞으로 ‘새 어른’이 되고 서른 살 마흔 살을 넘어가는 길목에서도 “이곳에 이웃 어른이 있지!” 하고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야기란 ‘줄거리’가 아니고, 이야기란 ‘튀거나 재미나야 하는 놀라운 얼거리’가 아닙니다. 이야기는 늘 삶이라는 자리에서 온몸과 온마음으로 부대끼면서 길어올리는 노래 한 자락입니다.


  땅이 폭 꺼진 줄거리는 끝내 수수께끼로 남은 《운동장은 사라졌지만》입니다. 이렁저렁 맺어도 되기는 하지만, 언니동생 사이에 골이 깊이 지며 다투는 줄거리로 한참 떠돌다가 얼버무린 셈이지 싶습니다.


ㅍㄹㄴ


나는 푸울쩍 뛰어내렸다. 참았던 숨이 후유 나왔다. 드디어 꺼진 운동장으로 내려왔다. 조심조심 발을 디뎌 봤다. 단단했다. 더 꺼질 것 같지는 않았다. (26쪽)


선생님은 원 한가운데를 분필로 두드렸다. “너희는 셋뿐인데, 어떻게 각자 그렇게 딴소리를 하냐? 삼십 명하고 얘기하는 것 같아.” (46쪽)


둘이서 꾸물꾸물 내 뒤를 따라왔다. 하나보다 셋이 세다. 셋이 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코뿔소처럼 나아갈 수도 있다. (82쪽)


“너도 지금 6학년한테 반항하고 있잖아. 이번 가족 운동회 책임자가 나라는 건 알지? 나도 멍청이가 되는 기분이야.” 소리 언니가 속삭였다. 참,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7쪽)


+


《운동장은 사라졌지만》(박효미, 여름꽃, 2026)


사방팔방으로 전화하고 있었다

→ 여기저기 알린다

→ 곳곳에 얘기한다

8쪽


보통 때는 조용한데, 놀이만 시작되면

→ 그동안 조용한데, 놀이만 하면

→ 늘 조용하다가 놀기만 하면

32쪽


쌍둥이 호랑이 중 소라 언니다

→ 두범 가운데 소라 언니다

→ 나란범에서 소라 언니다

36쪽


보통 때는 할머니랑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다

→ 그동안 할머니랑 달을 보면서 빌었는데 이제는 나 혼자다

→ 여태 할머니랑 달을 보면서 바랐는데 오늘은 나 혼자다

37쪽


계획이 있어

→ 생각해 봤어

→ 다음이 있어

→ 미리 짰어

51쪽


세상천지 최고 믿을 건 자기 자신인데

→ 이 땅에서 나를 가장 믿어야 하는데

→ 이 삶에서 바로 나를 믿어야 하는데

55쪽


미끄럼틀 위에서 멍하니 보다가

→ 미끄럼틀에서 멍하니 보다가

63쪽


심장은 아까부터 뛰고 있었다. “준비, 땅!”

→ 가슴은 아까부터 뛴다. “자, 달려!”

→ 아까부터 쿵쾅거린다. “하나, 둘, 셋!”

65쪽


우리 셋은 또 발사된 로켓처럼 튀어 나갔다

→ 우리 셋은 또 펑 튀어나갔다

→ 우리 셋은 또 잽싸게 튀어나갔다

→ 우리 셋은 또 얼른 튀어나갔다

→ 우리 셋은 또 쏜살같이 갔다

→ 우리 셋은 또 튀어나갔다

79쪽


지로의 투덜거림이 오랜만에 기분 좋게 들렸다

→ 지로가 투덜거려도 오랜만에 반갑게 들린다

→ 지로는 투덜대는데 오랜만에 즐겁게 들린다

80쪽


달리기에 관해 글을 썼다. ‘꼴찌의 아쉬움’. 그게 내 글짓기의 제목이다

→ 달리기로 글을 썼다. ‘꼴찌가 아쉽다’라는 이름으로

→ 달리기 이야기를 썼다. ‘아쉬운 꼴찌’라는 글이름으로

106쪽


글을 쓰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 글을 쓰는 일을 하고

→ 글쓰기란 일을 찾았고

→ 글일을 하며 살아가고

106쪽


공간마다 사연들이 있다. 사연과 사연 사이, 기묘한 상상이 꼬리를 문다

→ 터마다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 낯선 꿈이 꼬리를 문다

→ 곳마다 까닭이 있다. 까닭과 까닭 사이, 말 못할 날개가 꼬리를 문다

10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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