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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옥이
오승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2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4.18.
그림책시렁 1798
《점옥이》
오승민
문학과지성사
2023.12.6.
1948해에 한겨레끼리 쏘아대고 밟아대어 죽인 피비린내가 있습니다. 전라남도 여수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서울’에서 으리으리한 임금집에 눌러앉은 우두머리(이승만)는 여수나 고흥이나 벌교가 어디 붙은 곳인지조차 모를 테고, 그런 고을 이름을 들은 바도 없을 테지요. 2026해에 평택에서 벼슬꾼으로 뽑히고 싶은 어느 분은 ‘평택’이란 곳이 군인지 시인지도 모를 만큼, 참말로 힘·돈·이름을 거머쥐면서 ‘서울’에서 노닥거리는 무리는 이쪽이건 저쪽이건 똑같이 ‘이웃’하고 아예 담을 쌓느라 하나도 모르기 일쑤입니다. 《점옥이》를 펴면 한갓지고 아늑하게 노는 아이가 난데없이 불벼락을 맞아서 목숨을 잃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우두머리가 일으키는 싸움판’에 숱한 사내가 싸울아비로 끌려가기도 하지만, 적잖은 사내는 ‘우두머리가 쏟아내는 미움말’에 사로잡혀서 스스로 싸울아비로 나서기도 합니다. 모든 나라 모든 싸움판은 사람빛을 잊고 잃은 채 미워하는 주먹질과 발길질이에요. 그런데 1948해 무렵 ‘작은 시골집’ 사람들 가운데 땅임자는 드뭅니다. 마을에서도 땅임자는 마을지기(이장)하고 몇몇만 있을 뿐, 거의 모두 낛꾼(소작인)입니다. 낛꾼인 집안은 온하루를 등허리가 휠 만큼 고되게 일합니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도 똑같이 논밭일과 마을일과 ‘땅임자가 시키는 짐’에 허덕입니다. 일본한겨레 ‘양석일’ 님이 쓴 《다시 오는 봄》을 읽어 본다면, 또는 강경애 님이 남긴 글을 읽어 본다면, ‘한갓지게 노는 아이’란 참으로 있기 어렵습니다.
“전쟁은 나빠!” 같은 목소리만으로는 불수렁을 잠재우지 못 합니다. “전쟁은 어린이를 학살한다!” 같은 소리만 높인들 싸움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또한 시골에서 땅 한 뼘 없이 고되게 일해 온 숱한 들꽃사람 살림살이를 온몸으로 맞아들여서 느끼지 않는다면, 얼핏 ‘뜻은 높은 줄거리’를 들려줄는지 모르나, 막상 생채기와 멍울과 응어리를 달래는 길하고는 멀어요. 이제부터라도 풀어갈 피눈물을 어떻게 씻어서 ‘새 아이들’한테 물려줄 일인지 놓치기 쉽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