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귀닫는 담
앓아야 앞으로 나아가. 앓지 않으면 앞으로 안 나아간단다. 끙끙 앓기에 길을 찾고, 끙끙대는 동안 몸이며 마음이 단단히 자란단다. 끙끙댈 일이 없으면 스스로 거듭나면서 새로 알아갈 길을 스스로 끊거나 막는 셈이야.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몸에 ‘병원균(백신)’을 안 집어넣었어. 언제나 해바람비를 담았고, “해바람비를 머금은 밥”을 먹었고, “해바람비를 살피며 가꾼 말”로 이야기를 펴고 듣고 들려주었단다. 그래서 예부터 사람들은 “앓는 만큼 크면서 스스로 익히”고, “앓는 대로 철들면서 스스로 일어섰”어. 이제 사람들은 해바람비를 등지면서 ‘병원균(백신)’을 몸에 바늘로 꽂아서 넣네. 왜 그러니? 왜 철을 잊고 잃을까? ‘병원균(백신)’을 넣는 바람에 “앓아야 할 때”가 아니라, “몸이 아직 여물지 않을 때”에 ‘병원균(백신)’ 탓에 몸이 흔들리고 망가져. 너는 이레 뒤에 먹을 밥을 오늘 먹니? 너는 일곱 해나 열 해 뒤에 먹을 밥을 오늘 먹어? 겨울을 앞두고서 가을추위가 있기에 몸이 겨울에 맞춰 바뀌어. 여름을 앞두고서 봄더위가 있기에 몸이 여름에 맞춰 바뀌지. 몸은 늘 차분히 거듭나고 천천히 바뀌어 간단다. 몸은 그때그때 허물벗기를 하는 철을 살펴서 차근차근 새빛으로 나아가. 너는 귀를 열어야 해. 귀닫는 담인 탓에 ‘살림빛(해바람비)’은 모두 틀어막고서 ‘병원균(백신)’을 집어넣어서 괴롭힌단다. 깨어나고 피어나고 일어나는 숨결을 읽으려고 할 적에 사람으로서 태어난 뜻을 알아봐. 너(나) 스스로 사람인 줄 알아본다면, 몸앓이와 마음앓이가 두려울 걱정이 아닌, ‘알음길(배움길)’인 줄 느끼겠지. 2025.10.7.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