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 저쪽 철학 그림책 2
엘즈비에타 지음, 홍성혜 옮김 / 마루벌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3.31.

그림책시렁 1710


《시냇물 저쪽》

 엘즈비에타

 홍성혜 옮김

 마루벌

 1995.5.15.



  어느 나라가 다른 어느 나라에 펑펑 쏘아대기 앞서 여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예 안 쳐다보거나 고개돌리는 분이 너무 많습니다. 펑펑 쏘아대는 나라가 ‘잘하는’ 짓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펑펑 맞았대서 여기저기에 마구 쏘아대는 나라는 무엇을 ‘잘하는’ 짓인지 더 모를 노릇입니다. 무엇보다도 ‘쟤들이 쐈’으니 ‘우리도 맘때로 쏘겠’다는 마음인 어느 나라는 지난 마흔일곱 해 동안 온나라를 윽박지르고 억누를 뿐 아니라 숱한 사람을 마구 죽였습니다. 게다가 그 나라는 가시내한테 “바람 한 줄기 안 드는 시커멓고 두꺼운 천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씌운” 지 마흔일곱 해입니다. 이른바 ‘히잡’을 안 쓰면 ‘혁명수비대’란 이름인 사내들이 총을 쏘거나 독가스를 뿌리거나 몽둥이를 휘두르거나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해도 된다는 틀(법)마저 있는 끔찍한 굴레입니다. 어느새 그림책도 펴냄터도 사라지고 만 나머지, 더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냇물 저쪽》이 있습니다. 저는 1999해에 어린이책 펴냄터에서 책장사(영업사원)로 일하며 이 그림책을 처음 만났고, 제가 일하는 곳에서 낸 그림책이 아니었어도 무척 아름답다고 여겨서, “우리 펴냄터 지기(사장)한테 눈치를 받으면서도 이 그림책을 알리고 팔았”습니다. 아름그림책이라면 너나없이 읽고 누리고 나누고 생각하면서 이 별을 가꾸는 길동무로 삼을 노릇입니다.


  시냇물 저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뿔달린 사납빼기가 있나요? 무시무시한 허깨비가 있나요? ‘어른 아닌 힘꾼(권력자)’은 사납게 가시울타리나 담벼락을 세우지만, 가시울타리나 담벼락 너머에는 그저 착하고 참한 동무가 있어요. 아이들은 숱한 ‘어른 아닌 꼰대’가 거짓말쟁이인 줄 눈치챕니다. 그렇지만 굳이 떠들지 않습니다. 조용히 구멍을 내어 틈을 마련합니다. 조그마한 틈으로 쥐도 풀벌레도 어린이도 드나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와 나비는 날갯짓으로 가볍게 넘나듭니다. 오늘 우리가 바라볼 곳이란 바로 ‘틈’이라고 느낍니다. “싹틀 틈”을 서로 내야지요. “눈뜰 틈”을 낼 노릇입니다. 말을 트고 물꼬를 트고 길을 트고 생각을 터서 별빛과 햇빛을 나란히 누릴 틈새를 놓을 노릇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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