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런 말 안 써요 창비청소년시선 49
권창섭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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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3.28.

노래책시렁 538


《우리 그런 말 안 써요》

 권창섭

 창비교육

 2024.10.15.



  혼자 열스물 일을 다 하지 말라고 나무라는 큰아이입니다. 작은아이는 이렇게 나무라는 말을 딱히 안 합니다. 어쩌면 속으로 혼일을 하는 어버이를 나무랄 수 있습니다. 한집안을 이루어 함께 지내는 사이라서 늘 마주보고 말을 섞고 마음을 헤아립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자 삶이기에 오늘 이 보금자리에서 새롭게 만난다고 느껴요. 《우리 그런 말 안 써요》는 푸름이를 마주하는 푸른길잡이가 푸른배움터 한켠을 옮긴 노래꾸러미일 텐데, 그야말로 ‘한켠’인 모습입니다. 왼켠도 오른켠도 온켠도 아닌 한켠입니다. 서울푸름이하고 시골푸름이는 다릅니다. 서울(도시)도 ‘그냥 서울’과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같은 큰고장이 다르고, 강릉·순천·구미·전주·진주 같은 작은고장이 다릅니다. 시골도 모든 고을이 다르지요. 누구나 다르게 살아가기에 다르게 말하게 마련일 텐데, 어쩐지 갈수록 서울이건 시골이건 여러 큰고장이나 작은고장이건 어린이·푸름이·어른 말씨가 그냥 똑같아 보입니다. 사투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다르게 짓는 보금자리와 살림”도 사라지거든요. 한때는 “똑같은 배움책”을 들여다보기에 틀에 박히는 푸른나날이었다면, 이제는 “똑같은 손소리”를 손에서 못 떼느라 판에 박히는 푸른굴레입니다. 부디 다 다른 집과 마을과 배움터에서 ‘푸른소리’가 다 달리 깨어나기를 빕니다. 푸른길잡이로 서는 이웃님은 ‘문학’이 아닌 ‘살림글’을 들려주기를 바라요.


ㅍㄹㄴ


들어올 때 뒷문 닫으랬지 / 사물함 문 잘 닫으라니까 / 핸드폰 집어넣으라 했을 텐데 / 지금이 화장 고칠 시간이니 / 벌써 같은 학교 삼 년째 다니면서 /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니 (3월/8쪽)


우리가 쓰는 말이라고 해 주시니 / 앞으로 잘 쓰겠습니다 /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사용하겠습니다 /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더 갈고닦겠습니다 / 후대에 잘 전승하겠습니다 (우리 그런 말 안 써요/48쪽)


+


《우리 그런 말 안 써요》(권창섭, 창비교육, 2024)


하나 둘 셋 하면 삼켜지는 오늘 점심 급식

→ 하나 둘 셋 하면 삼키는 오늘 낮밥

→ 하나 둘 셋 하면 넘기는 오늘 모둠밥

21쪽


1연에선 배경이 되는 정황을 제시하려 했다

→ 첫갈피에선 뒷자락을 풀어내려 했다

→ 첫갈래에선 바탕길을 펼쳐내려 했다

23쪽


네 말에서 흐느낌이 들린 것 같은데

→ 네 말은 흐느끼는 듯한데

→ 너는 흐느끼며 말한 듯한데

→ 넌 흐느낀 듯한데

33쪽


1등급까진 아니라도 꽤 쓸 만한 사회적인, 문화적인, 윤리적인 사람인 건 아닐까요

→ 첫눈까진 아니라도 꽤 쓸 만큼 너르고 멋스럽고 곧은 사람이진 않나요

→ 첫째까진 아니라도 꽤 쓸 만큼 트이고 빛나고 바른 사람이진 않나요

42쪽


앞으로 잘 쓰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사용하겠습니다

→ 앞으로 잘 쓰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힘껏 쓰겠습니다

→ 앞으로 잘 쓰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알뜰히 쓰겠습니다

48쪽


후대에 잘 전승하겠습니다

→ 뒤로 잘 물려주겠습니다

→ 뒷날 잘 이어주겠습니다

48쪽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해 오래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돌아오지 않는 길을 오래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왜 안 돌아오는지 오래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52쪽


나의 일을 너무 오래 내팽개치면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데

→ 내 일을 너무 내팽개치면 남일처럼 느끼는데

→ 내 일을 오래 내팽개치면 남일처럼 느끼는데

52쪽


그 문장을 오늘 기억의 증표로 삼는 거지

→ 이 글월로 오늘을 되새기지

→ 이 글을 오늘을 떠올릴 자국으로 삼지

66쪽


유명해지겠다고 했으니 아마 넌 꼭 그렇게 될 거야

→ 드날리겠다고 했으니 아마 넌 드날려

→ 이름을 높이겠다 했으니 넌 꼭 이름을 높여

75쪽


언어가 낭비이다 못해 사치네 사치

→ 말이 헤프다 못해 주제넘네 주제

→ 말을 막쓰다 못해 꼴값이네 꼴값

→ 말이 아깝다 못해 내버리네 버려

→ 말을 흘리다 못해 넘치네 넘쳐나

89쪽


근엄하게 물어보면 머뭇거리게 된다

→ 딱딱하게 물어보면 머뭇거린다

→ 무뚝뚝히 물어보면 머뭇거린다

15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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