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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구르는 속도 - 제4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2025년 고양시 올해의 책 ㅣ 사계절 아동문고 113
김성운 지음, 김성라 그림 / 사계절 / 2024년 9월
평점 :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6.3.25.
다듬읽기 282
《행운이 구르는 속도》
김성운
김성라 그림
사계절
2024.9.10.
즐겁게 구른다면 빠르느냐 느리느냐 안 따집니다. 즐겁게 구를 적에는 좋으냐 나쁘냐 안 가립니다. 즐겁지 않기에 ‘행복’이나 ‘복’을 거머쥐기를 바라지요. ‘행(幸)’도 ‘복(福)’도 ‘살림’하고는 아주 멉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행복 :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으로 풀이하지만, ‘행복’은 ‘기쁘다·흐뭇하다’하고는 맞닿지 않는 한자말입니다. “어쩌다가 길이 풀려서 좋다”는 밑뜻입니다. 벼슬아치나 나라지기나 돈바치가 사람들을 억누르면서 좋아하는 굴레를 가리키는 ‘행·행복·행운’인 터라, 막상 우리가 이런 한자말이 마치 ‘좋은’ 줄 잘못 바라볼 적에는 모두 뒤틀리거나 꼬이게 마련입니다.
스스로 손길을 펴서 살림을 가꾸지 않더라도, 남이 다 해주면서 좋기를 바라는 얕은 굴레가 ‘행·행복·행운’이고 ‘요행·다행’입니다. 이 얼거리를 읽어낸다면 “좋게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닌, “하루하루 제 보금자리에서 땀흘리고 살림을 짓는 길을 걸”을 테지요. 우리 다리로 걷고, 우리 손으로 가꾸고, 우리 눈으로 돌보고, 우리 마음으로 심는 길일 적에 ‘살림·삶·사랑’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살림·삶·사랑’하고 등지거나 먼 굴레와 늪과 수렁이 ‘행·행복·행운·요행·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행운이 구르는 속도》는 ‘살림을 짓는 나’가 아니라 ‘좋게 풀리기를 바라며 남을 자꾸 쳐다보는 늪’에서 아이가 어떻게 ‘좋게 풀리’는지 다루는 줄거리입니다. 날씬하거나 미끈하거나 이쁘장하거나 두 다리와 온몸이 멀쩡하게 태어나야 ‘좋게’ 태어난 삶이지 않습니다. 어떤 몸으로 어떻게 태어나든 이 별에 온 모든 사람은 ‘다 다르게’ 사랑을 누리면서 하루를 맞이합니다.
삶에는 가시밭길과 자갈길이 있어요. 꽃길만 흐르지 않습니다. 겨울이 반드시 있어야 봄이 있고, 봄이 반드시 끝나야 열매가 맺는 여름이며, 여름이 반드시 저물어야 가을에 드디어 열매가 익습니다. 다 다른 네 철인데, 모두 석 달씩 흐릅니다. 어느 철이든 더 길지 않아야 하고 짧아야 하지 않아요. 겨울이 길어 보인들 그저 석 달입니다. 여름이 짧아 보인들 고작 석 달이에요. 다 다른 네 가지 철이 흐르듯 우리 삶도 언제나 다르게 오르내리거나 너울칩니다. 이렇게 삶을 바라볼 때라야 비로소 “즐겁게 구르는 길”입니다. 얼마나 빨라야 좋으느냐 하고 따지는 “행운이 구르는 속도”가 아닌,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살림을 하고 가꾸고 돌아보면서 차분히 지내는 마음을 줄거리로 잡는다면, 글결도 멋내기가 아니라 수수하게 살림을 들려주는 길이었을 테지요.
ㅍㄹㄴ
《행운이 구르는 속도》(김성운, 사계절, 2024)
그건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 빛물결 안 터지는
→ 이음길 안 터지는
7쪽
갈매기들 사이에서도 “거긴 노잼.”이라고 소문난 것 같다
→ 갈매기 사이에서도 “거긴 잼없어.” 하고 퍼진 듯하다
→ 갈매기도 “거긴 재미없어.” 하고 떠드는 듯하다
8쪽
나의 장애나 할아버지와의 의리 같은 것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
→ 내가 못 걷거나 할아버지와 후더워서 그러지 않는다
→ 내 걸림돌이나 할아버지랑 도타워서 그러지 않는다
→ 내 돌담이나 할아버지하고 미더워서 그러지 않는다
8
도망치듯 가게를 나갔다. 메에―롱
→ 달아나듯 가게를 나간다. 메에롱
→ 내빼듯 가게를 나간다. 메에롱
16
사실 나 램프의 요정이다
→ 나 불나래이다
→ 나 불빛날개이다
→ 나 밤나래이다
31
소원 들어줄 사람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 꿈 들어줄 사람 잘 골라야 한다
→ 꿈 들어줄 사람 제대로 골라야 한다
34
빡구가 사악하게 웃었다
→ 빡구가 고약하게 웃는다
→ 빡구가 더럽게 웃는다
→ 빡구가 괘씸하게 웃는다
36
나 짝남 생겼어
→ 나 짝사랑 해
→ 나 짝사랑이야
41
보라의 새로운 소식에 들떴던 것도 잠시
→ 보라가 새로 들려준 말에 살짝 들떴지만
→ 보라가 새로 알린 말에 조금 들떴으나
42
몇 발자국 걷는 건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다
→ 몇 발자국 걸을 수 있지만, 이러려면 몸을 써야 한다
→ 몇 발자국 디딜 수 있지만, 이러자면 몸을 가꿔야 한다
48
심각한 표정으로 얘길 나누는 아저씨
→ 걱정스레 얘기하는 아저씨
→ 괴롭게 얘기를 하는 아저씨
50
우리는 하이 파이브를 했다
→ 우리는 손뼉을 쳤다
→ 우리는 손을 짝짝 했다
52
언니가 온 뒤로 집이 시끌벅적해졌다
→ 언니가 온 뒤로 집이 시끌벅적하다
58
대답과 동시에 으라차차 괴성을 지르며
→ 말하자마자 으라차차 소리를 지르며
→ 말하기 무섭게 으라차차 악을 쓰며
63
제가 사전 답사를 가 봤는데
→ 제가 미리갔는데
→ 제가 먼저봤는데
74
박물관 선생님이 연신 주의를 주었지만
→ 살림숲지기가 연신 나무랐지만
→ 살림숲터님이 연신 꾸중했지만
91
고장 나지 않은 저상 버스를 한 번에 탔다
→ 안 망가진 낮은수레를 바로 탔다
→ 헐지 않은 얕수레를 곧바로 탔다
91
배식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니
→ 밥을 나누고서 자리로 돌아오니
→ 밥나눔을 마치고서 자리로 오니
100
누군가 대신 싸울 기세로 나섰다
→ 누가 싸울 듯이 나선다
→ 누가 싸울 듯이 나서 준다
128
나에게 찾아온 행운은 마법 같은 소원이 아니라 바로 친구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 나는 놀라운 꿈이 아니라 동무를 만날 적에 즐겁다고 말이다
→ 나는 대단한 꿈이 아니라 동무와 어울리기에 즐겁다고 말이다
137
이 글을 읽는 동안 환대받는 기분을 느끼셨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 이 글을 읽는 동안 반갑다고 느끼신다면 더없이 기쁩니다
→ 이 글을 읽으며 반가우셨다면 더없이 기쁩니다
→ 이 글을 반갑게 읽으신다면 더없이 기쁩니다
13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