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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이
로아 지음, 현수 그림 / 원더박스 / 2025년 12월
평점 :
느낌글을 석 달 만에 마치고서
다시 헤아려 본다.
우리는 '기억'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기록'할 일이다.
모든 민낯과 속낯을 '적어야(기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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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3.25.
그림책시렁 1708
《맑음이》
로아 글
헌수 그림
원더박스
2025.12.8.
전라남도 무안나루에서 사람들을 태운 날개가 잿더미(시멘트차단벽)에 부딪혀서 난데없이 펑 터진 지 이태로 접어듭니다. 2024.12.29.입니다. 179사람이 하루아침에 ‘똑같은 때’에 숨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안참사’ 같은 이름조차 안 쓰거나 못 씁니다. 날개를 몰던 일꾼은 온힘을 다하여 길에 잘 내려앉았으나, 그만 높고 단단한 잿더미가 가로막은 탓에 모든 땀방울은 이슬방울로 바뀌었고, 어느새 눈물방울로 바뀌었는데, 어쩐지 핏방울로 바뀌는 듯합니다. 《맑음이》는 ‘무안참사’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놓고서 슬픈 떼죽음을 보여주려는 얼거리입니다. 이렇게 보여줄 수 있구나 싶으면서도, 해야 할 말을 어쩐지 안 하거나 가린다고 느낍니다. ‘나라지기’가 없던 때에 끔찍하게 터진 일은 누가 다스려야 할까요?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무안이라는 바닷마을에 하늘나루를 이렇게 어설프고 허술하고 엉터리로 지었을까요? 이 어설프고 허술하고 엉터리인 무안나루에 갑작스레 ‘해외노선 취항’을 내준 벼슬아치는 누구일까요? 얼뜬 우두머리를 끌어내리고서 새롭게 나라지기를 세웠으나, 예전에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하라고 세운 나라지기는 끝내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안 한 채 떠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까맣게 잊거나 ‘잊은 시늉’을 합니다. 2026해로 접어들어도, 지난 2025해에도 나라 곳곳에서 어처구니없이 숨진 사람과 일꾼과 어린이와 푸름이가 수두룩합니다. 바람개비(풍력발전기)가 불타서 숨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떠올리는(기억하는) 하루일는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가꾸고, 무엇을 나누는 오늘 이곳일는지, 처음부터 다시 바라볼 일이라고 느낍니다. 날개가 펑 터진 지 이태가 되도록 주검(뼈)이 풀밭에 뒹굴고, 자루에 담긴 채 구석에 팽개치지만 어느 누구도 값을 치르지 않는 이 민낯과 속낯을 들추고서 말할 때라야,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없는 아름답고 밝은 새길을 가리라 봅니다.
ㅍㄹㄴ
《맑음이》(로아·헌수, 원더박스, 2025)
희망이가 손바닥을 내미는 건 기다리라는 뜻이에요
→ 꿈이가 손바닥을 내밀면 기다리라는 뜻이에요
2쪽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시지를 주고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떡을 주고
3쪽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예요
→ 나는 가장 즐거운 강아지예요
→ 나는 늘 즐거운 강아지예요
3쪽
금방 다녀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 곧 다녀올 테니까 기다려
→ 얼른 다녀올 테니까 기다려
6쪽
희망이 냄새를 맡으면 그리움이 조금 작아지는 것 같아요
→ 꿈이 냄새를 맡으면 그리운 마음이 가라앉아요
→ 빛이 냄새를 맡으면 그리운 마음이 누그러들어요
9쪽
기다리는 건 내 특기니까요
→ 난 잘 기다리니까요
→ 난 늘 기다리니까요
14쪽
식구들이 나를 잊은 건 아니겠죠
→ 우리집이 나를 잊지 않겠죠
→ 집에서 나를 잊지 않겠죠
15쪽
달빛이 은은하게 방을 비춰요
→ 달빛이 가만히 비춰요
→ 달빛이 그윽히 비춰요
17쪽
희미해진 냄새를 쫓다 잠들어요
→ 흐릿한 냄새를 좇다 잠들어요
17쪽
꽃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어요
→ 꽃밭이 끝도 없어요
→ 꽃밭이 드넓어요
19쪽
네 머리 위에 쌓이는 눈송이로
→ 네 머리에 쌓이는 눈송이로
25쪽
이제 이건 ‘기다려’가 아니야. 지금부터는 ‘기억해’야
→ 이제는 ‘기다려’가 아니야. 이제부터는 ‘떠올려’야
→ 이제 ‘기다려’가 아니야. 이제 ‘그리워’야
28쪽
사람들의 기억 속에 더 오래 남아 있을수록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조금이라도 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우리 마음에 더 오래 남을수록 이 가슴아픈 일이 더 일어나지 않으리라 봅니다
→ 우리가 마음에 더 오래 남길수록 가슴아픈 일이 더 안 일어나리라 봅니다
3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