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해를 잃다



서울(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진작 별을 잊었는데, 어느새 해를 나란히 잃었어. 밤에 별을 볼 수 없이 빽빽히 갇힐 뿐 아니라 매캐하게 어지럽구나. 낮에 해를 볼 틈이 없이 바쁠 뿐 아니라 해바라기를 하는 일자리는 다들 꺼리네. 그런데 시골까지 별을 잊고 해를 잃네. 별밤을 그리지 않는 시골이면서 해낮을 반기지 않는 시골로 옭매여. 죽음켜(비닐)를 잔뜩 뒤집어씌우는 데가 ‘밭’일 수 있을까? 해도 바람도 비도 모르면서, 새도 풀벌레도 나비도 개구리도 모르는 채 자라는 남새나 과일은 누구한테 어떻게 이바지할까? 게다가 해를 안 쬐려고 온몸과 얼굴을 꽁꽁 싸고 가리니, 이 무슨 짓일까? 별을 잊으면서 꿈을 잊어. 해를 잃으면서 땀을 잃어. 꿈을 잊으니 스스로 생각하는 눈빛을 잊지. 땀을 잃으니 스스로 일어서서 살림하는 손길을 잃어. 이제 서울과 시골은 어떤 곳일까? 밤과 낮을 잊고 잃으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날과 철과 해를 잊으니 때와 곳과 길을 잃어. 꿈을 그리는 별빛을 잊으면서 ‘목표·욕심·희망’만 세우느라, 자꾸자꾸 노리고 겨루고 싸워. 땀으로 짓는 손길을 잃으면서 ‘재산·업적·명예’를 높이느라, 자꾸자꾸 자랑하고 밀치고 다퉈. 그래서 서로 불타오르지. 불타오르니 어느새 활활 잿가루를 날려. 별과 해를 머금어야 풀꽃나무가 푸르고 싱그러운데, 풀꽃나무한테서 별과 해를 빼앗는 사람이로구나. 별과 해를 누려야 흙이 까무잡잡 살아나는데, 흙한테서도 별과 해를 빼앗네. 새가 별과 해를 못 누리면 괴로워하다가 죽어. 씨앗이 별과 해를 모르면 그만 멍들다가 곪거나 썩어버려. 2026.3.21.흙.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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