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 아침달 시집 40
김은지 지음 / 아침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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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3.24.

노래책시렁 450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

 김은지

 아침달

 2024.6.28.



  오늘날 숱한 사람들은 언뜻 보면 ‘좋아하는’ 길을 걷는다고 여기지만, ‘좋다 = 좁다’하고 나란한 말결입니다. ‘좋은일’이나 ‘좋은사람’이나 ‘좋은집’을 찾으려 할수록 오히려 ‘좁게’ 가두고 갇힙니다. 좋은말을 하거나 좋은글을 쓰려 할 적에도 언제나 비좁게 몰아붙여요.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는 ‘내가 좋아하는 길’을 걸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글’로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주 커다란 술그릇에 담긴 보리술을 마시면 꽤 재미나다고 느끼지만, 아주 커다란 술그릇은 무겁고 설거지해서 말리기도 힘듭니다. 두 아이를 돌보기 앞서도 유리병을 챙기며 살았고, 오늘도 유리병에 물을 담아서 쓰는데, 남이 해주거나 맡는대서 섣불리 큰그릇이나 큰짐을 반길 수 없는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둘레에서 스스로 찾아나서는 한길을 언제나 새길로 가꾸면서 걸어가는 이웃님을 지켜보면 ‘좋아하는’ 곳이 아니라 ‘즐겁게’ 노래하는 곳에 섭니다. 즐겁기에 할 수 있습니다. 즐거우려고 다독입니다. 즐거이 그리면서 돌봅니다. ‘좋다·좋아하다’는 ‘좁다’뿐 아니라 ‘조·조마조마·조바심’으로 잇습니다. 좋아하기에 자꾸 옆에 붙들려고 하면서 조바심을 내요. 좋은말·좋은글·좋은노래가 아닌, 삶말·살림글·사랑노래라면, 즐겁게 빛나며 함께 춤추고 웃는 숲빛하루를 펼 만하지 싶습니다.


ㅍㄹㄴ


그는 곧 / 시집이 나온다고 말했다 //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다는 제목을 / 말해주겠다고 했다 // 제목을 정한 이유를 먼저, / 이어서 / 편집자의 반응이 어땠는지, / 그런 다음 / 중의적으로 읽힐 수 있는 그 제목을 들었을 때 (빔포인터/22쪽)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 박수도 치고 / 댓글에 부지런히 뭔가를 남겼는데요 (오로라를 보러 간 사람/57쪽)


+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김은지, 아침달, 2024)


새로 나온 디바이스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 새로 나온 눈금으로 꼼꼼하고 또렷하게 잴 수 있다

→ 새로 나온 자로 모조리 뚜렷하게 따질 수 있다

→ 새로 나온 연모로 몽땅 따박따박 가늠할 수 있다

7쪽


키링처럼 가방에 달고

→ 고리처럼 가방에 달고

7쪽


추천받은 배영을 한다

→ 해보라는 등헤엄 한다

→ 얘기한 눕헤엄을 한다

7쪽


사찰에 커다란 종이 있다

→ 절에 쇠북이 커다랗다

18쪽


낙엽에 머리 맞음 세일해서 산 옷이 꼭 맞음

→ 갈잎에 머리 맞음 에누리로 산 옷이 맞음

→ 가랑잎에 머리 맞음 싸게 산 옷이 맞음

20쪽


누울 때마다 기침이 났는데 천식약 두 알 먹고

→ 누울 때마다 기침이 났는데 기침알 둘 먹고

→ 누울 때마다 콜록댔는데 기침알 둘 먹고

21쪽


중의적으로 읽힐 수 있는 그 제목을 들었을 때

→ 겹뜻으로 읽힐 수 있는 이름을 들으며

→ 여러뜻으로 읽힐 수 있는 이름을 들으며

→ 온뜻으로 읽힐 수 있는 글이름을 들으며

22쪽


말을 나누지 않고 완성되었던 결별들이

→ 말을 나누지 않고 헤어진 일이

→ 말을 나누지 않고 갈라선 날이

→ 말을 나누지 않고 등돌린 길이

23쪽


합장하고 약속했던 기도를 했다

→ 두손모아 다짐하던 비손을 했다

→ 손모아 그대로 비나리를 했다

34쪽


산타는 공부하고 있다

→ 섣달님은 배운다

→ 섣달할배는 배운다

→ 섣달꽃님은 배운다

38쪽


왼쪽 문은 잠겨 있으니까 고정문을 슥

→ 왼길은 잠겼으니까 빗장을 슥

→ 왼쪽은 잠겼으니까 꾹닫이를 슥

→ 왼쪽은 잠겼으니까 꽉닫이를 슥

45쪽


발각될까 봐 자주 칩거했다

→ 들킬까 자주 들어앉았다

→ 걸릴까 자주 들어박혔다

51쪽


붉은색 대교 너머로 해가 지고 있는

→ 붉은다리 너머로 해가 지는

→ 붉은긴다리 너머로 해가 지는

57쪽


도서관 ATM부스에서

→ 책숲 스스로칸에서

→ 책숲 손수칸에서

62쪽


문예지 여름호를 거의 다 읽고

→ 글꽃책 여름판을 거의 다 읽고

63쪽


미니멀리스트이고 에코이스트입니다만 구름 위에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선물을 제작하는 상상을 한 적은 있어요

→ 단출이에 푸른씨입니다만 구름을 타고서 온누리에 하나밖에 없는 빛을 짓는 꿈을 그린 적은 있어요

→ 작은삶에 들꽃길입니다만 구름밭에서 이 별에 하나밖에 없는 빛살을 빚는 꿈을 그린 적은 있어요

76쪽


깊은 심심함과 동시에 깊은 재밌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 아주 심심하면서 재밌다고 느낄 수 있는 줄

→ 참 심심하지만 재밌구나 싶은 줄

→ 그저 심심한데 재밌기도 한 줄

101쪽


와이파이가 고장났다

→ 잇길이 망가졌다

→ 잇그물이 안 된다

110쪽


한편 기초교육에서 배운 지식들을 다시 익혀야 했다

→ 그리고 처음 배운 바를 다시 익혀야 했다

→ 그런데 밑자리서 배운 길을 다시 익혀야 했다

117쪽


나는 무사히 통과되었다

→ 나는 잘 지나갔다

→ 나는 거침없이 갔다

→ 나는 그대로 넘어갔다

11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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