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3 즐겁게 지겹게

글벌레수다 : 나하고 너는 다르며 같아



  길을 찾으려고 마음을 기울이기에, 스스로 생각을 길어올리면서 어느덧 꿈씨를 기르는 눈길과 손길을 찾아나선다고 느낀다. 스스로 꿈을 그려서 씨앗을 심고 밭자락을 돌보는 길이라면 ‘기르는’ 삶을 간다. 남이 맡기거나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길이라면 ‘길드는’ 쳇바퀴일 테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면 꽃길이건 가싯길이건 웃고 울면서 노래한다. 남이 맡기거나 시키는 길을 그냥그냥 가면 어느새 지치면서 지겹다고 여기기 일쑤이고.


  즐겁게 읽는 마음이 실오라기처럼 가만히 이어서 곳곳에서 어울리는 길을 놓는구나 싶다. 읽는 마음을 잇는 숨결로 일구면 바로 이곳부터 봄바람이 일고 새물결이 일렁이게 마련이다. 누가 해주기에 얼핏 즐겁다고 여길 수 있는데,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하기에 즐겁다. 누가 도와서 잘되기에 즐겁다고 여긴다면, 자꾸자꾸 기대다가 ‘나’를 잊고 잃는다. 스스로 하기에 쓰러지거나 쓴맛이거나 고꾸라지거나 무너지더라도, 다시 기운을 차려서 나아가는 삶이라서 즐겁다고 느낀다.


  둘레에서 안 도와야 하지 않다. 둘레에서는 ‘내’가 스스로 일어설 만큼 도울 뿐이다. 아니, 둘레에서는 내가 ‘나’를 바라보도록 북돋우고 이야기하고 손을 잡는다. 나도 마찬가지이니, 내 곁에 있는 ‘너’를 돕는다고 할 적에, 네가 스스로 기운을 차려서 일어나라고 북돋우고 이야기하고 손을 잡는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 일어서서 날아오르는 길을 가기를 바라면서 마주보고 다가서며 찾아나선다.


  나하고 너는 다르면서 같다. 서로 입은 몸이 다르고, 서로 가꾸는 마음이 다르다. 그렇지만 이 별에서는 나랑 너는 나란한 숨결이고 숨빛이며 숨씨이다. 사람과 나무는 다르면서 나란하다. 풀하고 벌레는 다르면서 나란하다. 바람하고 바다는 다르면서 나란하다. 나비하고 벌은 다르면서 나란하다. 서울하고 시골은 다르면서 나란하다. 이 별하고 저 별은 다르면서 나란하다.


  다 다른 철에 눈을 뜨면서 깨어나는 씨앗이듯, 다 다르게 철들며 눈뜨고 일어서는 사람이다. 내가 쓰듯 네가 쓸 까닭이 없다. 네가 말하듯 내가 말할 까닭이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르게 말하면서 나란한 숨소리를 주고받는다. 우리는 늘 다르게 바라보고 느끼고 배워서 말글로 풀어내기에, 이 다 다른 말글 사이에서 샘솟는 나란한 이야기씨를 알아채고 맞아들여서 즐긴다.


  내가 너를 닮으려고 하면 겉치레로 흘러서 따분하다. 네가 나를 닮으려고 하면 흉내로 그쳐서 지겹다. 누가 누구를 닮아야 하지 않는다. 서로서로 아름다운 빛을 고요히 담아서 고즈넉히 살릴 수는 있되, 닮지는 않아야 할 일이다. 자꾸 닮으려고 따라가고 얽매이기에 그만 닳고야 만다. 다 다르기에 가만히 담아서 배우고 나누고 들려주는 살림길을 지을 적에는, 다가가서 다가오는 새길을 열면서 다사롭게 피어날 수 있다.


  누구하고 닮으려고 쓰는 글이란 얼마나 안쓰러운가. 훌륭하거나 놀랍거나 대단하다고 여기는 글어른을 흉내내듯 닮으려고 하면 얼마나 딱한가. 그분이 쓰는 글을 ‘읽’을 노릇이되, 함부로 ‘따라’가거나 ‘좇’지 않을 노릇이다. 그이가 쓰는 글을 ‘읽’되, 섣불리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아야 한다. 그저 그사람 이야기를 읽고서 내가 걷는 길을 일구면 된다. 그저 이웃 이야기를 읽는 동안 우리 손으로 우리 보금자리를 이루면 된다.


  ‘읽는다’고 할 적에는 겉을 훑거나 흉내낸다는 뜻일 수 없다. ‘읽다’는, 저마다 제 나름대로 익히고 일구면서 삶을 이루어 이야기를 새로 지피는 실마리이다. ‘읽다’는, 바람처럼 파랗고 밝게 피어나는 눈을 틔운다는 뜻이다. ‘읽다’는, 바다처럼 푸근하고 너르고 맑게 깨어나는 싹을 틔운다는 얼거리이다. 우리는 바람이 일듯 일하면 된다. 너랑 나는 바다가 넘실넘실 춤을 짓듯 일을 나누고 함께하면 즐겁다.


ㅍㄹㄴ


《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 10》(사와라 토모/나민형 옮김, 시리얼, 2025)



장수풍뎅이가 야행성인 게 말벌 때문이라고

→ 장수풍뎅이가 말벌 때문에 밤눈이라고

→ 장수풍뎅이가 말벌 때문에 밤길이라고

6쪽


없어지는 게 낫네! 퇴치하자, 퇴치

→ 없어야 낫네! 없애자, 없애

→ 없어야 낫네! 박살내자, 박살

8쪽


이 아이가 드릴 말씀이 있다고

→ 이 아이가 여쭐 말씀이 있다고

→ 이 아이가 할 말이 있다고

11쪽


숲과 삼림을 인간이 개간해서 살기 시작하면서

→ 들숲메를 사람이 일구어 살면서

→ 멧숲을 사람이 갈아엎고 살고부터

33쪽


무엇보다 그녀들이 쏘는 이유는 지킬 것이 있어서니까

→ 무엇보다 암벌은 지켜야 하기 때문에 쏘니까

→ 무엇보다 암벌은 지킬 까닭이 있어서 쏘니까

35쪽


벌의 상태를 잘 관찰해야 해

→ 벌을 잘 봐야 해

→ 벌이 어떤지 잘 봐야 해

35쪽


온 세상의 무서워를 내 좋아로 중화해서 재밌다고 바꿔 줄 거야

→ 온누리 무서워를 내 좋아로 눅여서 재밌다고 바꿀 테야

→ 온누리 무서워를 내 좋아로 풀어서 재밌다고 바꾸겠어

40쪽


국접(國蝶)인 왕오색나비는 날개를

→ 나라나비인 한닷빛나비는 날개를

44쪽


지구는 많은 우연으로 이뤄져 있다는 뜻이지

→ 푸른별은 숱하게 문득 모여 이룬다는 뜻이지

→ 파란별은 숱하게 얼핏 모여 이룬다는 뜻이지

61쪽


굉장히 꼼꼼하게 관리되고 있지

→ 아주 꼼꼼하게 돌보지

→ 무척 꼼꼼하게 다루지

68쪽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부족한 거예요

→ 어쩐지 사람을 끌어당기지 못해요

→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모자라요

→ 사람을 끌어당기지 못해요

89쪽


성체는 7∼9등신이에요

→ 자라면 7∼9몸피예요

→ 어른은 7∼9몸이에요

93쪽


안구를 지키기 위해 눈을 감거든요

→ 눈알을 지키려고 눈을 감거든요

→ 눈망울을 지키려고 눈을 감거든요

10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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