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지발가락 그림 없는 동시집 5
유진 지음 / 브로콜리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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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3.7.

노래책시렁 526


《안녕, 엄지발가락》

 유진

 브로콜리숲

 2025.7.9.



  누구나 손에 닿는 대로 만지고 느끼면서 이 하루를 살아갑니다. 손에 닿지 않으면 만질 일이 없을 테니 느낄 일도 없고, 삶으로 스미거나 퍼지거나 물들지 않습니다. 흙을 만지지 않는 하루라면 흙빛도 흙내음도 알거나 느낄 일이 없을 뿐 아니라, 흙에 깃드는 숱한 이웃을 하나도 모르게 마련이에요. 바람을 만지지 않거나 비를 만지지 않거나 볕을 만지지 않거나 별빛을 만지지 않을 적에도 바람과 비와 볕과 별을 통째로 모를밖에 없습니다. 《안녕, 엄지발가락》은 숲이라는 터전을 어린이 곁에서 몸소 익히면서 나누는 길을 걷는 사이에 길어올린 노래를 여미었다고 합니다. 다만, 숲을 품을 적에는 ‘숲말’을 바라볼 노릇이에요. ‘숲’이라는 낱말은 얼마나 오래도록 이 땅에서 흘러왔는지 아주 깊고 너릅니다. ‘땅’이며 ‘호미’라는 낱말도 대단히 오래되었어요. ‘해’라든지 ‘마음’이라는 낱말도, ‘손’고 ‘짓다’와 ‘집’이라는 낱말도 참으로 까마득합니다. 어린이한테 ‘좋은것’을 베풀고 가르치려는 마음은 안 나쁘되, 섣불리 ‘좋은것’을 앞세울 적에는 그만 말부터 엇나가기 쉽습니다. 우리 곁에는 좋은벌레도 나쁜벌레도 없습니다. 좋은풀과 나쁜풀도 없어요. 다 다른 벌레와 나비와 새와 풀과 나무입니다. 좋은비와 나쁜비조차 없고 좋은날씨와 나쁜날씨도 없어요. 늘 다를 뿐입니다. 먼저 이 다른 빛을 차분히 짚고서, 오랜 낱말에 서린 숨빛을 읽으려고 하면, 우리가 펴는 모든 말은 저절로 노래로 번집니다.


ㅍㄹ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 이리저리 살펴보니 다친 데는 없습니다 // 쥐고 있던 호미 내려놓고 / 나도 모르게 / 두 손 모으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나도 모르게/44쪽)


1443년(세종 25년)에 만든 한글 닿소리(자음)는 홀로 소리를 내지 못해 홀로 소리 낼 수 있는 홀소리(모음)를 빌려 그 소리를 낸다 … 한글을 만든 세종은 어떻게 생각할까? 꽃피는학교에서는 초등 1학년 때부터 우리말을 가르친다. (81쪽)


자연을 살려야지 하는 / 꾸미는 말보다 // 자연을 덜 해쳐야지 하는 / 솔직한 말을 써야겠다 (오늘부터/123쪽)


+


《안녕, 엄지발가락》(유진, 브로콜리숲, 2025)


베어질 나무 한 그루를

→ 벨 나무 한 그루를

→ 베는 나무 한 그루를

6쪽


이십사절기 가운데 두 번째 절기

→ 스물네눈금 가운데 둘째 눈금

→ 스물네철눈 가운데 둘째 철눈

17쪽


겨울이 가는 게 아쉬워

→ 겨울이 가면 아쉬워

18쪽


연둣빛 두 팔

→ 옅푸른 두 팔

18쪽


천 개 넘는 낟알 만든다

→ 즈믄 넘게 낟알 빚는다

→ 즈믄 넘게 낟알 낸다

20쪽


쌀 한 톨 만든다

→ 쌀 한 톨 낳는다

→ 쌀 한 톨 빚는다

20쪽


마음도 여물 것 같은 참, 따스한 햇살

→ 마음도 여물 듯한 참, 따스한 햇볕

23쪽


서둘러 말리게 된다

→ 서둘러 말린다

24쪽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 놓은 듯

→ 불덕에 켜 놓은 듯

→ 불을 켜 놓은 듯

24쪽


나무들의 마지막 수다

→ 나무는 마지막 수다

→ 마지막 나무수다

26쪽


곶감을 한번 만들어 보세요

→ 곶감을 꼭 말려 보세요

28쪽


작은 불에 위로받는 밤

→ 작은 불로 달래는 밤

→ 작은 불로 포근한 밤

34쪽


임대 공고를 붙인다

→ 빌려준다고 알린다

→ 내놓는다고 알린다

35쪽


할머니 휘어진 등은

→ 할머니 굽은 등은

→ 구부정한 할머니는

37쪽


비가 일기예보에 잡혔다

→ 비가 온다고 한다

→ 비를 알린다

39쪽


점점 다가오는데 비 올 확률이 자꾸 낮아진다

→ 차츰 다가오는데 비는 자꾸 안 올 듯싶다

→ 곧 다가오는데 비는 자꾸 안 올 듯하다

39쪽


잡초라 하길래 잡놈도 욕이 아닌 줄 알았지

→ 막풀이라 하니 막놈도 막말 아닌가 했지

→ 잔풀이라 하니 잔놈도 똥말 아닌가 했지

40쪽


대설 둘째 날

→ 큰눈 둘쨋날

44쪽


너를 해로운 곤충, 배추흰나비로 자라면 이로운 곤충이라고 하더구나

→ 너를 몹쓸벌레, 배추흰나비로 자라면 도움벌레라고 하더구나

→ 너를 밉벌레, 배추흰나비로 자라면 이바지벌레라고 하더구나

45쪽


새끼 낳을 날이 가까워지자 걱정되기 시작했어

→ 새끼 낳을 날이 가깝자 걱정스러워

→ 새끼 낳을 날이 가까우니 걱정이야

51쪽


분명 임신인 줄 알았는데 상상임신 같네요

→ 틀림없이 밴 줄 알았는데 헛배 같네요

→ 배부른 줄 알았는데 빈몸 같네요

→ 아기가 선 줄 알았는데 꿈 같네요 

53쪽


봄까지 심한 가뭄이 들었다

→ 봄까지 몹시 가물었다

→ 봄까지 가뭄이었다

60쪽


푸른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는 거야

→ 파란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 파란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생겨

62쪽


1443년(세종 25년)에 만든 한글 닿소리(자음)는

→ 1443해에 지은 우리글(훈민정음) 닿소리는

→ 1443해에 여민 바른글(훈민정음) 닿소리는

81쪽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파도논에서 벼를 텁니다

→ 따가운 가을햇살에 물결논에서 벼를 텁니다

→ 가을햇살 따갑고 바다논에서 벼를 텁니다

96쪽


아이들 밥 위에 하나씩 놓아

→ 아이들 밥에 하나씩 놓아

99쪽


영어 공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날입니다

→ 영어 배우기를 이야기하는 날입니다

→ 영어를 왜 배우는지 얘기하는 날입니다

100쪽


쳇바퀴에 숨어있다

→ 쳇바퀴에 숨는다

104쪽


시 한 편 찾아올지 모르겠다

→ 노래가 찾아올지 모르겠다

→ 글 하나 찾아올지 모르겠다

110쪽


마지막 선수로 나가서 지고 있는 경기를 역전 시켜 1등을 했어요

→ 마지막으로 나가서 지는 판을 뒤집어 첫째로 들어와요

→ 마지막 아이로 나가서 지는 판을 뒤엎어 꼭두를 해요

115쪽


죽은 사람 위해서 산 풀들이 죽는 날

→ 죽은 사람 때문에 산 풀이 죽는 날

→ 죽은 사람 기리며 산 풀이 죽는 날

→ 죽은 사람 돌보며 산 풀 죽이는 날

119쪽


흐르는 앞개울에 인사하고 많은 것에 인사하게 된다

→ 흐르는 앞개울에 절하고 뭇숨결에 절을 한다

→ 흐르는 앞개울에 꾸벅하고 모두한테 엎드린다

120쪽


자연을 덜 해치는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 숲을 덜 건드리며 땅을 짓는다

→ 들숲을 덜 만지며 논밭을 짓는다

126쪽


입하가 지날 무렵

→ 새여름 지날 무렵

→ 여름맞이 무렵

128쪽


모들아 더욱 푸르러지렴

→ 모야 더욱 푸르렴

→ 모야 짙푸르렴

128쪽


한로가 지나면서 벼 이삭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 찬이슬 지나면서 벼이삭은 노랗게 물들고

12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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