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2 아이곁에서 쓰는

글벌레수다 : 철드는 빛을 누리는 길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아이곁’에서 쓰면 된다고 들려준다. 어린이한테도 푸름이한테도 어른한테도 똑같이 말한다. 어린이한테 “아이곁에서 글을 쓰면 돼.” 하고 들려주면 “우리 곁에서 글을 쓰라고요?” 하고 되묻는데, “그래, 어린이 여러분은 어린이 여러분 곁에서 쓰면 됩니다.” 하고 보탠다. 이때에 이미 알아차리는 어린이도 있지만, 미처 못 알아차리는 어린이도 있다. “어린이 여러분이 모든 말을 다 아나요?” “아니요.” “어린이 여러분이 모두 안다면 이렇게 배움터를 다니며 배우지 않겠지요?” “네. 그러네요.” “그런데 어린이 여러분이 마치 다 아는 사람처럼 굴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어떻겠어요?” “아!” “어린이 여러분은 어른 흉내를 내면 글이 다 망가져요. 그런데 어린이 여러분보다 어린 동생을 헤아리며 글을 쓰면 글이 빛나요. 그리고 어린이 여러분이 뭘 조금 알 적에는, 아직 잘 모르는 동무가 있게 마련인데, 아직 잘 모르는 동무한테 맞춰서 부드럽게 사근사근 들려주는 말씨로 글을 쓰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푸름이한테는 조금 다르게 들려준다. “푸름이 여러분은 틀림없이 어린이보다 많이 알고 넓게 알고 깊이 압니다. 그렇지만 스무 살 어른이나 마흔 살 어른이나 예순 살 어른이나 여든 살 어른보다 잘 알거나 많이 알거나 깊이 알까요?” “그럴 때도 있겠지만, 아닐 때도 있겠지요.” “푸름이 여러분은 ‘어른’으로 무르익는 길에 서는 자리요 나이예요. 그래서 어느 낱말보다도 ‘어른’이라는 낱말부터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어른이요? 성년 아닌가? 스무 살이면 어른 아닌가?” “몸이 많이 자라서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해서 어른으로 여기지 않아요. ‘어른’이란, 얼이 제대로 찬 사람인데, 얼이 제대로 차려면 철이 제대로 들어야 해요. ‘철’이란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네 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 해를 이루는 네 가지로 다른 철이 어떻게 흐르는지 살필 줄 알고 읽어내어 살림을 지을 수 있기에 ‘철들다·얼차다’라 하고, 네 철을 익히고 안다면 한 해를 이루는 삼백예순닷새라는 다 다른 날을 그야말로 다르게 알아채고 느껴서 살림을 가꾼다는 뜻이에요. 푸름이 여러분이 스스로 어른으로 서는 길을 걸어가는 그대로 글을 쓰면, 푸름이 여러분 글은 언제나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나이가 제법 든 여느 어른한테는 또 다르게 들려준다. “나이를 먹기에 ‘어른’이라 하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기만 하면 ‘낡다·늙다’라고 여깁니다. ‘나이만 먹기 = 나이만 늘리기’라서 ‘늘다 = 늙다’로 치닫거든요. 한 해씩 쌓아가는 나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기쁘게 살릴 줄 알기에 어른이라고 여겨요. 요샛말로는 ‘나이’라 하지만 고작 온해(100년) 앞서만 해도 ‘낳’이라 외마디로 가리켰고 ‘낳이’라는 낱말에서 ㅎ이 떨어져서 ‘나이’로 적을 뿐입니다. 곧, 아이를 낳는 ‘낳이’도 있지만, 삶과 살림과 사랑을 낳을 줄 안다는 뜻에서 ‘나이’를 머금는 어른입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살아낸 나날을 돌아보면서,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들려줄 삶씨앗과 살림씨앗과 사랑씨앗을 말씨앗으로 가다듬어서 글씨앗으로 옮기면 되어요.”


  스스로 사람빛을 잊고서 줄거리를 짜맞추면, 이때에는 이야기에 이르지 못 한다. 이야기에 못 이르면 그냥 줄거리로 그친다. 이른바 ‘문학’이라는 탈을 쓴 모습에 그치니 줄거리(소재)에 얽매이고 목소리(주제)에 갇힌다. 우리는 ‘문학’도 ‘에세이’도 ‘논문’도 ‘텍스트’도 아닌 ‘글’을 쓸 노릇이다. 문학이 아닌 이야기를 여밀 적에는 미움씨 아닌 사랑씨를 심지만, 이야기 아닌 문학에 붙들릴 적에는 그만 사랑씨 아닌 미움씨를 심는다.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품으려면 ‘이야기’를 담는 ‘손끝’을 ‘철드는’ 숨결로 가다듬어서 ‘어른’으로 일어서는 마음을 옮기면 된다. 아주 쉽다. 누구나 스스로 어른이 되려고 하면 말을 말답게 펴고 글을 글로 나눌 수 있다.


ㅍㄹㄴ


《태양의 집 5》(타아모/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4)


송별회는 안 해도 돼

→ 배웅모임 안 해도 돼

→ 배웅자리 안 해도 돼

→ 배웅잔치 안 해도 돼

45쪽


난 오늘 식사당번인데

→ 난 오늘 밥지기인데

→ 난 오늘 밥꾼인데

→ 난 오늘 부엌님인데

→ 난 오늘 부엌지기인데

47쪽


이제 그만 파장하자고

→ 이제 그만하자고

→ 이제 끝내자고

52쪽


성대하게 보내줘야지

→ 북적북적 보내줘야지

→ 넉넉히 보내줘야지

69쪽


철창 신세 안 지게 조심해

→ 사슬살이 안 하게 살펴

→ 고랑 차지 마

77쪽


수면부족으로 자율신경이 망가져서 이상해졌어

→ 졸리니 내 빛줄기가 망가져서 뒤뚱거려

→ 나른하니 내 빛톨이 망가져서 아리송해

→ 지치니 빛톨이 망가져서 어지러워

79쪽


두 사람으로 망상해 버렸어

→ 두 사람으로 꿈꿔 버렸어

→ 두 사람으로 헛꿈 그렸어

123쪽


《태양의 집 7》(타아모/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4)


동네사람인데 1박 여행이라니

→ 마을사람인데 하룻밤이라니

→ 마을사람인데 하루 묵다니

32쪽


그건 농담이고∼ 실은 지지부진했겠지―

→ 뭐 놀림말이고, 막상 더뎠겠지!

→ 그냥 빈말이고, 아마 굼떴겠지!

135쪽


《태양의 집 11》(타아모/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5)


그동안 전과가 좀 많았어야지

→ 그동안 사달이 좀 많아야지

→ 그동안 말썽이 좀 잦아야지

123쪽


반짝반짝거려. 화이팅

→ 반짝반짝해. 힘내

→ 반짝거려. 잘해 봐

→ 반짝여. 애써 봐

131쪽


《고물 로봇 퐁코 9》(야테라 케이타/조원로 옮김, 소미미디어, 2025)


거짓말 탐지기 기능으로 알 수 있답니다

→ 거짓말찾기로 알 수 있답니다

→ 거짓말읽기로 알 수 있답니다

27쪽


요시오카 씨네 장녀 분이란다

→ 요시오카 씨네 맏딸이란다

→ 요시오카 씨네 맏이란다

34쪽


《아사코의 희곡 2》(와다 후미에/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고기를 잡아 온 어선에서 직접 들여오는 거라 정말 신선하답니다

→ 고기를 잡아 온 배에서 바로 들여오니 참말 싱싱하답니다

→ 고깃배에서 곧바로 들여오니 아주 깨끗하답니다

20쪽


가끔씩 일을 맡기지 않으시는 거죠?

→ 가끔 일을 안 맡기시지죠?

25쪽


자기들 멋대로 내 인생 계획을 세우고 있어

→ 제멋대로 내 삶길을 세우네

→ 저희 멋대로 내 길을 세우네

37쪽


집중 포화를 당하고 있는 동안 졸음과 싸우는

→ 뭇매를 맞는 동안 졸려서 싸우는

→ 모다깃매 맞는 동안 엄청 졸린

6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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